책 읽을 때 독특하다 못해 기가 막히는 자세를 자주 선보인 2호
보곤 그냥 웃어 넘기다가 갑자기 떠 오른 그 분들. 기가 막힌 자세로는 한참 위인.
2002년 3월 베트남 하노이, 오토바이 안장 위에 주무시고
길 위 작은 의자에 의지해 누워 주무시기도
뒤로 넘어질 듯한 자세지만 양팔로 중심 잡고 별일 없이 주무시는 분
일할 때는 오토바이 보다 힘드셔도 주무실 때는 편한 인력거
이어 넘겨 보게된 그 때 베트남 여행. 강가에서 소년이 평화롭게 그림을 그리고
오토바이 세워 다정하게 붙어 앉아 이야기를 나누는
그런 모습들이 흔하게 보면서 깨진 어떤 편견
공원의 레닌 동상이나
초등학생의 빨간 목띠가 아니었다면 베트남이 사회주의국가인가 싶었을.
전시장 가득 '게르니카' 형상. 편견이 깨지긴 전시장에서도 마찬가지.
(사진 출처: https://blog.artsper.com/en/a-closer-look/artwork-analysis-guernica-by-picasso/ )
추상적이라도 양민학살의 참혹함을 고발하는 사회 참여 작품이라 받아들인다 여겼지만
서방의 미로도 마티스도 세잔도 다 들어와 있는 듯한 작품들이 줄을 잇고
참혹하고 힘겨웠을 전투 끝 승리의 기쁨을 야수의 강렬함으로 그리다가
형태를 단순하게 축약해내니 '사회주의 사실화'를 짐작했던 내 꼴이 우스워지기도.
멈춘 발길. "그렇지 이제야 사회주의 리얼리즘이' 하는 순간 연상되는 이야기
장르가 된 듯한 '로마의 자비(Roman Charity)', 굶으며 징역 사는 아버지에게 몰래 젖을 물려 구완한다는 이야기.
루벤스도 그렸던 '로마의 자비'
루벤스가 전작에 이어 13년 뒤 다시 그린 '로마의 자비'
루벤스 뿐만 아니라 다른 작가도 '자비'로운 모습으로 아버지를 돌보는 딸(혹은 성모로 분한)이거나
혹시라도 간수가 들이닥칠까 경계하는 현실적인 딸을 두고 어찌 그릴지 고민한 듯
숭고한 뜻이 없어도 종종 보이는 상반신 탈의 여성으로 또 깨진 다른 편견
어쩌면 이념 이전 자연스러운 건데도 낯설게 봤던 건 '선악과'를 따 먹은 내 탓일 듯.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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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8년 6개월 전 사진을 들추면서 추억놀이 했습니다.
놀이를 끝 내는 순간까지 털어내지 못한 그리움이 하나 있어 덧붙입니다.
더위에 지쳐 고되게 느껴지는 여행 순간을 달래주는 보양식이었습니다.
호치민시의 명물이라는 '염소탕(Lau de)'입니다.
시내 '염소탕 골목'이 있다는 이야기를 듣고 약도를 그려갔던 것도
지난 세월을 상기시켜주네요.
늘어선 식당 중 한곳을 찍어 들어서자 마자 '라우제'를 외치니
놀라는 종업원들 모습도 떠오릅니다.
관광객들이 찾을 만한 음식이 아니라는 생각에서 였건 것 같습니다.
먹고 나오면서는 혼자 먹으로 온 사람은 나 뿐이라서 그랬던 것일 수도 있겠다 싶었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