안녕하세요 , 서북미 짝퉁 자연인 잭 울보스키 입니다.
은퇴를 하고나니 한가할 줄 알았었는데 생각보다 시간이 빠르게 흐르고 있습니다. 가을철 송이버섯이 나오기 시작해서 버섯도 따러 다니고, 조개도 캐러 다니고 , 매주 빼놓지 않고 하이킹까지 하다보니 집에서 한가히 있을 시간이 별로 없습니다. 돌아다닐때는 재미있지만, 집에와서 손질하고 다듬고 , 갈무리 하고 , 장비 손질하는데 보내는 시간이 만만찮습니다.
어제 태어나서 처음으로 오징어를 잡으러 다녀왔습니다. 사연인즉슨 이렇습니다.
제가 닭들을 키우고 있었는데 1기는 작년에 은퇴하고 올봄에 병아리 7마리를 사서 잘 키워 왔습니다.
[Q/A Update] 모아야 할 마일은 안모으고 계란을 모았습니다.
그런데7마리가 낳는 계란의 생산량이 1기 닭들보다 적고 , 무슨 닭들이 밭에서 키운 야채나 지렁이는 쳐다도 안보고 오직 사료만 먹으니 사료량도 만만치 않고 덩치들이 커서 하루에 싸대는 양도 엄청납니다. 이곳은 우기에 접어들어 겨울에 알도 하루에 서너개밖에 안 낳는데 닭장 청소할 생각을 하니 슬며시 귀찮은 마음이 들던차에 와이프도 예전 닭들과 달리 정이 안간다고 하여 조기 은퇴시키기로 하였습니다. 그래서 전에 일하던 직장 부하직원에게 전화를 걸었습니다. 이친구는 전에 제가 올렸던 글에 있듯이 잘못해서 50마리 숫병아리들을 사서 마음고생을했던 슬픈 이야기의 주인공입니다. 그리고 1기 닭들을 보낸 그집입니다.
잭: 그동안 잘 있었지 ? 우리집에 닭들이 7마리 있는데 올해 부화했거든 지금 알들을 낳고 있는데 가져갈려나 ?
H : 네. 주시면 제가 데려다 키울께요. 그런데 제가 지금 배에서 오징어 잡고 있어서 오늘은 못데리러 가요 . 내일 갈께요. 그런데 보스 , 오징어 좋아하시면 좀 잡아다 드릴까요 ?
잭 : 그러면 고맙고..
(저도 요즘 올라오는 싱싱한 오징어를 사먹는 판이라 오케이 했더니 집에 가는길에 들린다고 합니다. 그리고 밤 12시가 다된 시간에 온몸에 오징어 먹물을 묻힌채로 H가 갓잡은 오륙십 마리나 됨직 해보이는 오징어를 놓고 급히 사라졌습니다. 고마운 마음에 뒤 쫒아가서 또다른 부하직원이 며칠전 가져다준 과수원에서 직접딴 사과를 한봉지 손에 쥐어 보냈습니다. )
다음날 H가 2기 닭들을 데리러 왔습니다. 자기집 닭들이 낳은 계란도 열 댓개 가져왔습니다. 이렇게 농수산물 물물교환을 하다보니 정말 시골에 사는듯 합니다. 닭과 사과를 주고 오징어와 계란들을 받아오고…
잭 : 작년에 보낸 우리집 닭들은 잘 지내고 있나 ?
H : 네, 한마리 죽고 3마리가 잘 놀아요. (하면서 비디오까지 보여주었습니다.)
H : 그런데 이번주말에 오징어 낚시 가실래요 ?
잭: 오징어 낚시는 한번도 해본적이 없는데…
H : 배에서 잡기 때문에 초보라도 아주 쉽게 1시간이면 일인당 리밋 10파운드 잡을수 있습니다. 제게 장비가 다 있으니 몸만 오시면 됩니다.
잭: 그럼 한번 가볼 테니 주말에 연락주게.
프롤로그가 길었군요. 아내에게 물었더니 “우리 섬에 오징어 잡이 노예로 팔려가는거 아니지 ?” 이러면서도 가고 싶어해서 어제 아내와 여동생을 데리고 오징어 잡이 배를 타게 되었습니다.
바닷가라 옷을 두툼하게 입고 약속장소인 Boat Launch 에서 만났습니다. 잠시후 배를 끌고온 H 가 보트를 물에 띄우고 부푼 마음에 배에 올랐습니다.
하지만 바람이 거세게 불어 거친 파도에 배가 나뭇잎 처럼 속절없이 흔들리고 있었습니다. 마치 놀이동산에서 바이킹을 타고 있는듯 배의 앞머리가 물속으로 곤두박질을 할 듯 했고 , 오징어 잡이 노예로 팔려갈 걱정 보다 우선 살아남아야 겠다는 생각이 들었습니다. 겁에 질린 아내는 돌아가자며 고개를 젓고 Captain H 도 어떻게든 해 보려 했지만 마침내 포기를 하고 , 남들 처럼 그냥 물가의 Dock 에서 해보기로 했습니다.
(이런 식입니다. 위의 사진은 제가 아닙니다. 찍은 사진이 없어 그냥 Stock photo 로 올립니다.) Dock 에 도착했을 때 낚시꾼들이 소셜 디스턴싱도 없이 촘촘히들 서 있어서 걱정이 되었지만 모두들 마스크를 하고 있었고 사람들이 좀 뜸한 곳을 골라 생전 처음으로 오징어 낚시를 시작했습니다
오징어 낚시는 위와 같은 낚시 바늘을 줄에 두세개 연결한 다음 물속에 드리우고 오징어 떼가 지나갈 때 낚아 올리는 방식입니다. (미끼도 필요없습니다. )
이곳입니다. 바다가 잔잔해 보이지만 파도가 거칠었습니다. 오징어는 떼로 몰려왔다 갔다 하는모양입니다. 오징어가 몰려올때는 모두들 정신없이 낚아 올립니다만 초보자인 저희 식구는 그냥 부러운듯 바라만 보고 있었고 그 모습이 불쌍했던지 옆의 친절한 한국분께서 오징어 낚시 하는 법을 전수해 주셨고 대신 잡아서 주셨습니다.
그리고 오징어 떼들이 몰려들고 저희에게도 드디어 눈먼 오징어들이 잡히기 시작했습니다.
와이프와 동생도 처음으로 손맛을 보고…
통에 싱싱한 오징어들이 모이기 시작합니다. (위에 다리 없는 애는 옆의 한국분께서 가자미 잡아 주신다고 미끼로 다리를 떼어 가셨습니다. ㅠㅠ )
싱싱하게 보존하려고 바닷물을 부어 놓으니 먹물을 내 뿜어서 검게 되었습니다.
약 3시간의 오징어 낚시를 끝내고 30마리의 오징어를 잡아 집으로 돌아왔습니다. 손질을 하여 살짝 데친다음 초고추장에 찍어먹고 몇마리는 오징어 회덮밥 용으로 남겨 두었습니다. 싱싱해서 전혀 비린내가 나지 않습니다.
생전 처음 해본 오징어 낚시로 재미있는 하루를 보냈지만 파도에 속절없이 흔들리던 배를 생각하면 지금도 아찔합니다. 예전의 상사를 모시고 왔으니 많이 잡게해주려는 배려가 아름다웠지만 안전을 위해 과감히 배를 돌린 Captain H 의 선택이 고마운 하루였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