망가진 전자 제품에서 나온 기판. 들여다보니 그 모양이
이젠 기억도 가물가물한 베이징의 천단(天壇)을 닮았다 싶었는데
다시 보니 동네 공장을 연상케 하기도.
그러고보니 전자기판은 세상을 닮읃 듯. 도시 같기도 하다가
서로 붙고 기대어 사는 사람들 같기도 하고
점점 멀리 많이 줄을 대서 통제를 하려는 미래의 국가 같기도 하고
몰락한 도시가 느껴지기도 하고
더러는 진열장에 준비된 과자 같으니, 모으고 보는 재미가 쏠쏠
갇혀 옹기종기 사는 수인이 떠오르기도 하다가
같은 벽에 둘러 쌓인 이건 사무실 직장인이 그려지고,
시설을 시찰하는 사람과 안내하며 굽신거리는 사람이 보이고
울타리 안 부자들과 바깥의 가난한 사람들이 보이더니
그걸 돌려 보니 현상 테이블을 마주한 노사와 바깥에서 응원하는 조합원 같은
'홈트리' 거나 '중앙청' 일지 모르는 가운데를 두고 주변을 에워싼 도시
개발, 저개발, 비개발의 구분을 보여주는 지역
딱 두 사람 누울 '원룸(Studio)'.
이건 왠지 '왕따' 학교 폭력이.
얇은 줄에 이어 붙은 두 기판은 억지로 교류하는 성격 다른 두 나라 같기도.
생각대로 보이는 구름을 보듯, 돌돌 말린 열선은
미스스슨(Robert Smithson)의 '나선'이 떠오르니, 전기부품도 내 마음따라 보이기는 마찬가지.
3학년 막내 아들, "도시 같아!" "반가워, 나도 그랬어." 도시와 자연의 조화일지 아니면 환경 파괴일지를 떠올리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