MD 리얼터 없이 집 사기 후기

재마이 2020.11.21 22:35:49

게시판에도 얼핏 여쭤봤지만 이번에 저도 MD 에서 집을 사게 되었습니다. 하워드 카운티고요...

 

저는 이미 10년 전에 NY 에서 집을 구매한 경험이 있어서 process 자체는 어느정도 알고 있었습니다. 이번 건의 특징은 Buyer 리얼터 없이 집을 구매한 건데요, 이게 좋은 점 (오퍼시 저가에 수락확률 상승) 과 나쁜점 (신경써야 할 일이 아주 많음) 이 있어서 다른 지역에 사시는 분들도 참조하시라고 공유합니다.

 

0. 메릴랜드의 특징

많은 주들이 그렇듯 메릴랜드도 커미션을 셀러가 부담하며 바이어와 셀러 에이전트가 반띵합니다. 제가 사는 집의 경우 4% 였습니다. 요새 유행하는 레드핀 에이전트를 이용하면 셀러 에이전트는 1%만 가져간다고 하는데 아마 바이어 에이전트는 2% 가져가지 않을까 생각해봅니다...

 

1. 바이어 에이전트가 없으면 뭐가 좋은가

사실 전통적인 바이어 에이전트의 역할인 좋은 집을 찾아내는 일은 이미 사라졌다고 해도 과언이 아닙니다. 요샌 다 인터넷에 리스팅되고 따로 약속 잡아서 혼자 집보는 것보다 오프닝 하우스 때 둘러보는게 저는 훨씬 편했었죠.. 

저는 예전에 집을 팔 때 셀러 에이전트가 바이어도 맡아서 커미션을 독식한 걸 봤는데, 저는 딜을 성사시키기 위해서 에이전트가 pro-바이어 쪽으로 엄청 기운다고 생각했습니다. 물론 저도 집을 팔기 원했으니 이해는 되었지만 좀 맘이 상한 적도 있었죠... 그래서 반대의 경우가 되어 보는 것도 괜찮지 않을까 싶더군요.

그리고 전 집 가격을 리스팅보다 깎고 싶었기 때문에 에이전트의 환심을 사면 좀 딜이 쉬워지지 않을까 했네요.

 

2. 셀러 에이전트와의 면담

오픈하우스 때 맘에 드는 집을 발견하고 셀러 에이전트와 오퍼링에 대해 면담을 했습니다. 셀러 에이전트는 괜찮은 아주머님이었는데, 자기는 내가 바이어 에이전트가 없을 경우는 커미션을 3%만 받을 것이기 때문에 딜링에 유리해진다고 대놓고 이야기하더군요. 1% 차는 엄청 큽니다... 오퍼링 하는데 집계약과 관련된 모든 서류를 다 사인하게 해서 좀 황당하긴 했는데 (오퍼가 수락도 되지 않았는데) 예전의 경험과 비교해서 딱히 나쁜 조항은 없어보여서 그냥 사인했습니다. 리스팅 가격의 2만불 under 로 오퍼되었고, 밤 사이에 오퍼를 주거니 받거니 해서 1만 5천불 under 로 결국 accept 되었습니다. 여기까진 계획대로...

 

3. 바이어 에이전트가 없으면 뭐가 나쁜가

일단 스케쥴 챙겨주는 사람이 없으니 그게 귀찮아 지더군요. 진행을 drive 하는 사람은 바이어 에이전트라는 걸 확실히 느꼇습니다. closing 까지 process 를 진행하는 건 바이어쪽이니까요. inspection 에서 치명적이라고 생각했던 하자가 발생했는데, 그 사이에 고용한 변호사님이 하루동안 잠수타는 동안 마음고생이 좀 심했습니다. 메릴랜드의 경우 inspection 에서 하자가 발생한 경우 고쳐달라고 요청을 해서 집주인이 받아주면 딜을 맘대로 깰 수 없게 되어 있더군요... 집주인이 거부를 해야 딜을 깰 자격이 생기는 거였는데 그걸 몰라서 괜히 하루동안 마음고생 햇습니다. 

 

셀러 에이전트가 자기랑 연결된 타이틀 컴퍼니를 소개했는데 완전히 믿을 수가 없어서 변호사님과 연계된 타이틀 컴퍼니를 고용했는데, 아 이분들 넘 고생하게 만들었습니다. 저도 일이 진행되는지 계속 체크했는데 잘 된다고 하다가 클로징 3일 전에 일주일만 미루면 안되겠냐? 하고 연락하더군요 TT 타이틀 땜에 클로징이 미뤄진다는 건 정말 듣도 보도 못한 사태인데 셀러쪽은 제가 혹시 클로징에 필요한 비용을 못 가져오는 거 아니냐고 의심하고... 그러다 변호사와 서로 싸우고... 저는 돈 대주는 고객인데 더이상의 싸움을 방지하기 위해서 서로 내외하게 만들고 제가 커뮤니케이션을 독점하고 타이틀 컴퍼니 족치고 해서 한 이틀 썼네요.. 결론은 타이틀 컴퍼니 야근시키고 예정대로 클로징하기로 했습니다.

 

4. 아 저의 실수

그런데 역시 스케쥴 챙겨주는 사람이 없으니 저의 만만디 경향이 이렇게 발목을 잡네요... 클로징이 하필 11/11 로 잡았는데 그날이 베테랑 데이인줄은 아무도 모르고 있었습니다. 뱅크가 쉰다는 큰 문제가 있었는데요.. 저는 금요일부터 한 계좌로 모으기 시작했는데 ally 에 있는 뭉치돈이 아주 말썽을 일으켰습니다. 처음에 물어봤더니 ACH 로하면 일주일 걸린다 해서 그럼 wire 로 하자고 수수료 50불이나 물고 수기로 신청서 써서 올렸는데, 화요일날 운전 면허증이 필요하다해서 또 올렸더니 오후에 운전 면허증 사인이랑 서류 사인이 달라서 서류를 다시 사인하라고 (아니 그럼 확인을 왜 해...) 하네요... 결국 이 난리끝에 돈은 은행 닫은 후인 오후 6시에나 들어가서 타이틀 컴퍼니에 클로징 전날에 송금을 못하는 사태가 발생 TT 

 

미리 사정을 이야기 했더니 일단 클로징은 수요일날 하고 돈을 목요일날 받으면 열쇠 받기로 합의했습니다... 아 대인배 셀러... 사실 이미 차고 비밀번호를 알고 있어서 열쇠 받는 건 아무 의미가 없는데... 하여간 전 사기꾼이 아닌게 그분들에겐 다행이었죠.

 

5. 클로징

타이틀 컴퍼니가 버츄얼 클로징(..)을 고집해서 울고 겨자먹기로 했습니다. 어차피 저의 삽질과 상관없이 클로징 날이 베테랑 데이인 관계로 셀러에게 송금은 불가능했고요. 어쨋든 별 문제 없이 끝냈는데 다음날 타이틀 컴퍼니가 돈을 송금하지 않네요..... 10시에 입금 확인한 후에 4시에 겨우 송금 확인되어서 그 때 키 받고 상황 종료... 아직 DEED 는 받지 못했습니다. 지금 조금씩 페인트도 다시 칠하고 정돈중입니다.

 

6. 추천?

결론적으로 만일 제가 셀러 에이전트같은 좋은 에이전트 고용했으면 아주 편안하게 클로징 했겠지만 그렇질 못했네요... 누굴 하나 바이어는 돈 더 쓸 것도 없으므로 비록 요새는 집 선정에 에이전트에게 큰 도움을 받지 못하더라도 왠만하면 에이전트를 고용하는 게 좋을 것 같습니다. 저는 작전은 소소하게 성공했지만 그 이후에 전반적으로 마켓이 다운되고 있어서 같은 학군내의 좀 더 나쁜집들이 제가 산 가격보다 5만불 언더로 속속 나오고 있어서 좀 아쉬워 하고 있는데 (디파짓 버리고 딜을 깰 것도 살짝 고민했었네요..) 지금 산 집이 지붕과 냉난방이 완전 새거인 걸 빼고도 다른집에서 찾을 수 없는 나름 유니크한 장점이 있어서 스스로 만족하기로 했습니다.

 

그런데 돈 송금 받지 않더라도 그냥 클로징 해버리는 대인배 셀러를 보니 저만 미국에서 상대방을 의심하며 사나 그렇게 고민도 하고 ㅎㅎ 어쨋든 조심해서 나쁠꺼야 없겠죠...