주문 30 여분 만에 문 앞에 놓인 음식
맛도 맛이지만 먹을게 당장 급했던 격리 첫날 아이들 입맛대로 짜장면, 난 짬뽕,
돈가스도 주문하니 문 앞에 척 놓이니 도시가 자판기 같은
한국 가면 하고 바라던 것이니 아이들은 신나서 먹지만
첫 한입을 빼면 내겐 대체로 달거나 지독히 매운 음식들
왠지 배달 음식은 그만 먹어야겠다 싶어 주문한 식료품
주문한 다음날 새벽 4시경 문 앞에 쌓였던 상자를 들여다 놓으니
슬금슬금 다가와 상자를 뜯는 3호
식료품점 소개해준 친구가 가입도 주문도 못할까봐 보낸 물품이 더해져 내가 주문한 이상 쌓인 음식.
모기가 극성부릴 만큼 더운 방, 고명 없이도 훌륭히 맛있는 냉면 한 그릇 만들고
자다 깬 새벽 라면. 계란은 기본, 배달해 먹다 남은 양파 조각, 단무지, 깍두기까지 곁들인 초호화(?)
아이들을 주려고 산 짜파게티. 요즘 짜장면 종류도 많지만 내 추억 더듬어 고른.
배달 짜장면보다 맛있다니, 단맛은 몰라도 면이 분 것을 아이들도 느꼈던 듯
비록 즉석 음식이지만 배달 음식에서 벗어나니 일단 식비가 줄어 좋고 배도 가벼워지는 느낌
급한대로 샀던 햇반 다 먹고 밥도 직접 지어 먹기로
물만 말아 먹어도 맛있을 구수한 밥에 주무한 반찬만으로도 훌륭해진 식사 자리
볶아진 김치에 햄 썰어 얹으니 어릴적 도시락 생각이
반찬 다 먹고 남은 포장 그릇에 흰밥 넣고 비벼 양념까지 싹싹
든 것에 물만 부어 만든 떡볶이. 가는 떡에 달달하고 묽은 국물. '떡 하나 10원, 국물은 공짜'했던 학교 앞 그 떡볶이 맛
계란 프라이 하나씩 얹는 것만으로도 풍족해진 식사
아침은 아이들이 알아서 시리얼로
2, 3호 입맛대로 고른 요구르트에 시리얼을 넣어 먹기도
간식으로 준 초콜릿 칩 쿠키. 한줄로 쌓아 올린 3호. 셋으로 나눠 쌓은 2호
얼굴도 못 보고 간 후배가 문 앞에 두고 간 귤과 고구마
텃밭에서 가꿔 흙이 그대로 묻은 고구마를 씻으니 자줏빛이 영롱
없는 찜기를 대신할 거리를 궁리하다가 숟가락에 포크를 깔고
자잘한 고구마를 얹고 물 조금 붓고
쪄내는 내내 좁은 방안 가득 고소한 향기가.
작고 모양이 변변찮아도 맛은 일품, 후배가 준 '미션 완료'
고구마 잘 먹었다 인사 하니 다음에 두고간 반건조 생선 두마리. "요건 어찌 먹을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