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덕질 소개) 고기를 통으로 구워보자!

코기토 2020.11.24 19:20:1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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본격적으로 바베큐에 입덕하게된건 텍사스에 놀러가고 난 이후입니다. 그전에는 무조건 직화가 짱이라는 강한 믿음을가지고 양꼬치, 스테이크를 즐겨먹었는데요

 

텍사스에서 접해본 Franklin 바베큐, Lockhart 등의 식당에 방문하고나서 그 심오한 겉은바삭하고 속은촉촉한 고기의 세계에 매료되게 되었습니다.

 

제가사는 미국동부에는 물론 텍사스처럼 바베큐를 제대로하는집이 거의없기때문에... 아쉬움만늘어갔죠.

 

 

고기를 직접 구워볼까 생각도해봤지만, 다음과같은 이유로 망설이게되었습니다.

 

1. 고기의 크기 - 바베큐는 "통"으로 구워야합니다. 가장 추천하는 브리스킷같은부위는 코스트코에서 제일 작은게 9파운드 11파운드정도됩니다 (Flat이라고 7파운드 미만도 팔기는합니다만, 근당 단가가 올라갑니다). 파운드당 단가는 2-4불로 그다지 비싸진않지만 어쨋튼 근수가 많이나가다보니 비싸요. 게다가 통으로 되어있기때문에 이걸 사서 어떻게 굽지라는 막연함 + 음식이 잔뜩남았을때 와이프로부터 당할 갈굼때문에 선뜻 도전하지못했습니다.

 

2. 시간 - 아까 고기가 최소 9 파운드에서 11파운드라고했는데요, 파운드당 굽는데 1.5시간정도 걸린다고 보시면 될것같습니다. 최소 10시간 ~14시간정도가 걸리기때문에 불을 어떻게 관리해야할지가 막연해졌습니다. 

 

이거 두가지가 가장 큰 허들이었는데 코로나 사태로인해 어짜피 하루종일 집에있는데다가 (불을 지켜볼 시간이생김;;), 음식이남아도 몇일동안 먹어버리지라는 생각이들어서 본격적으로 바베큐에 입문하게되었습니다. 

 

한가지 전제할것은, 모든 덕질은 결국 취향이라는 것입니다. 앞으로 제가 적을것은 어디까지나 저의 취향일 뿐이고, 이글을 보시는 분에게는 맞지않을수도있다고 생각됩니다. 특히 바베큐의 덕질 세계는 엄청나게 넓고도 심한 세계이기때문에, 저보다 훨씬 덕력이 뛰어나신 마모 회원님들이 많으시리라 생각합니다. 왠진모르겠지만 저같은 아재들의 로망인관계로, 각 가정마다 뛰어난 바베큐 가장님들이 자부심을 갖고있는 분야이기도합니다. 저의 덕력이 부족하여 설명이 이상하거나 잘못되었을수있다는점 감안해주시면 감사하겠습니다.

 

Q1. 아니 도대체 왜 이짓거리를 하는겁니까?

 

가장 근본적이면서도, 정곡을 찌르는질문입니다. 고기를 굽는데 10시간이 넘게걸리는 이유는, 아주낮은 온도로 (저같은경우 225도. 네임드들은 275도까지도 올린다고 알려져있습니다) 굽기때문입니다. 한창굽는중에 그릴에 손을 넣어보시면알겠지만 생각보다 안뜨거워요 ;; 그냥 좀 덥다 하는정도. 

 

이렇게 천천히 익히는이유는, 고기를 연기로 훈연하기때문입니다. 고기 속까지 나무향을 입히자라는거죠. 문제는, 이미 완전히 익은 부위로는 나무향이 더이상 침투하지못한다는겁니다. 그러니까, 시어링으로 잘 구워진 고기에는 훈연을 해봤자, 향이 겉에서만 난다는것입니다.

 

바베큐의 철학은 흔히 Low and slow라고합니다. 한국에서는 돈스파이크의 식당이름이기도하지요. 겉에가 완전히 익지않을정도로, 서서히 smoke하여, 향을 고기에 제대로 입혀보자라는게 바베큐의 기본입니다. 잘된 바베큐는 그래서 썰어보면 선명하게 스모크 링이생겨나있죠.

 

그래서, Pellet그릴등을 구입해보시면 아시겠지만, 불이 보이질 않습니다. 직화로 겉면이 완전히 익는것을 피하는대신, 나무를태워나는 훈연 향만으로만 고기를 구워보자라는 거기때문이죠.

 

Q2. 그렇게 오래구우면 안타요?

 

잘 구워진 바베큐 겉면에는 바크가 생깁니다. 약간 바삭하면서 좋은 식감을주지요. 하지만, 워낙 저온에서 굽기때문에, 속에는 왠만해서는 타지않습니다. 

 

사실 제가 생각하는 바베큐의 기본은, 향이쎈 바베큐 혹은 바크가 선명한바베큐보다도, 부드러운 바베큐입니다. 애써 큰 고깃덩이리를 넣고 굽는것이니, 속이있는 육즙을 얼마만큼 잘 보전하면서 굽느냐가 핵심이라고생각합니다. 그래서 잘된바베큐는, 빨간스모크링이 잘 잡혀있고 (향이 잘베어있고), 통으로 만져봤을때 굉장히 야들야들하고 (Wiggle wiggle해야됩니다), 육즙이 흥건해야됩니다. 

 

Q3. 불 유지하는거 힘들지않나요?

 

힘듭니다. 그래서 장비빨을 세우는거지요. 가장 기본이되는 장비는 온도계입니다. 온도계만큼은 꼭있어야합니다. 그릴안에 온도와 고기내 온도를 따로 측정하면서, 그릴안에 온도가 일정하게 유지되는지, 고기안의 온도가 너무 높지는 않은지를 계속 모니터링해야됩니다. 이게 귀찮으면 와이파이되는 온도계를 사면 좀편해집니다. 

 

이것도 귀찮으면, 바베큐 그릴의 온도를 일정하게 유지시켜주는 Pellet grill을 사야합니다. Pellet그릴은 말그대로 조각난 나무를 조금씩 태워서 온도를 잡는 기계입니다. 대표적으로는, 트래거, 오클라호마조, Zgrill 등이 여기에 해당됩니다. 각 기계별로 얼마나 신뢰할수있는지는 조금씩 다르지만, 어쨋튼 pellet grill은 그릴안의 온도 유지하는것을 자동화해줍니다. 

 

내일 점심에 고기를 먹는다고하면, 오늘 자정쯤에 브리스켓을 pellet grill안에 던져놓고 그냥 자러 가면 된다는거지요 (물론, 고기 내부온도는 계속 체크해줘야합니다 하지만 10시간이상걸릴거기때문에, 한 8시간째 쯤부터 체크하면 그만이죠; ). 고기 굽는거 엄청 쉬워집니다. 저도 매뉴얼로하다가 이제는 귀찮아져서 pellet grill로 고기를 굽고있습니다 ;; 

 

저 개인적으로는 Z-grill을 추천합니다. 물론 트래거나 오클라호마 조등이 더 좋긴하지만, Zgrill은 가격이 타사의 절반수준입니다; 다른 업체에 OEM생산하던 업체라, 기계만들던 짬도있고해서  성능이 나쁘지는 않다고생각합니다. 와이파이 지원이안되는게 흠이지만, 아낀돈으로 좋은 온도계를 장만하시길 추천합니다 ;;

 

Q4. 고기 선택및 손질은 어떻게하나요?

 

Pellet grill을 사용하신다면, 어짜피 고기는 기계가 구워주니 인간이 신경써야될건 고기내부온도 + 그리고 고기손질입니다. 고기는 브리스켓을 가장 추천합니다. 동네 butcher에서 브리스켓을 파는지 확인해보시고, 근처 코스트코와 가격을 확인해보세요. 

 

브리스켓은 한국말로 차돌양지인데, 차돌은 지방이 많고, 양지는 좀 질긴부위입니다. 코스트코에가시면, Flat Brisket을 파는걸알수있는데, 이건 차돌양지중에 차돌을 떼어내고 파는것입니다. 개인적으로 비추합니다. 양지는 차돌에비해서 퍽퍽한 부위입니다. 물론 바베큐를 잘 구울경우 양지도 촉촉하고 맛있긴합니다. 하지만, 차돌을 못먹는건 용납할수없습니다! 게다가, flat brisket은 일반 brisket보다 근당 가격이 비싸기때문에, Flat brisket산다고 그렇게 가격이 절약되지도않습니다 ; 

 

그냥 whole brisket중에서 근수가 덜나가는걸로 입문을 하시길 추천합니다. 그리고 고기 근수는 너무 스트레스 받지마세요. 13파운도되는 브리스켓사서 이걸 어떻게 먹지 싶으실수있습니다. 하지만, 차돌양지를사셨다면, 손질하는과정에서 어마어마한양에 지방을 날리게되실겁니다. 2파운드는 줄어들거에요. 여기다가, 고기를 굽는과정에서 수분이 빠져나가 최종적으로 완성되는 바베큐의 무게는 거의 절반가량으로 떨어집니다. 후술하겠지만, 이렇게 남는 고기도 맛있게 먹을수있습니다. 그러니 너무 스트레스 받지마시길! 

 

고기등급은, Choice등급도 나쁘지않지만 제가 잘 못구워서 그런건진 모르겠는데 윗등급에 비해 퍽퍽합니다. 개인적으로 프라임이상 등급을 굽기를 추천합니다. 와규에 도전하고싶다! 하시는분들은 Snake River Farm등 추천합니다. 등급이 높을수록 확실히 부드럽습니다. 

 

고기를 사셨으면 손질을하셔야죠. 이건 동영상보시면서 배우시는수밖에없습니다 ;; 요즘에는 정육하시는분들 유튜브도있고 프랭클린느님이 올리신 영상도있으시니 몇개를 찾아보시면서 따라해보시길 추천합니다. 가장 기본이 되는것은 1) 지나치게 두꺼운 지방은 먹었을때 불쾌감을 줄수있습니다. 과감하게 쳐내고 굽는게, 많이남기는것보다 낮습니다 2) 고기손질의 목적은 고기를 가능한 평평하게 만드는것도있습니다. 고기는 통으로구울때, 가장 두꺼운부분의 온도를 기준으로 굽게됩니다. 너무 얇은부분이 매달려있으면, 어짜피 타거나 속에가 완전히 dry 해집니다. 과감하게 쳐내주세요. 또한 가장 두꺼운부분 (차돌부분)은 지방을 발골하여, 전체적으로 고기를 평평하게 만들어, 고기가 균일하게 구워질수있게하서요. 

 

사실상 고기손질은 가장 고오급 스킬 + 경험이 필요한 부분입니다. 고기손질용칼을 싼거로라도 장만하시길 강추합니다. 날이 얇고 날카로운칼로 손질하는것이 훨씬 빠르고 정확하게 고기를 손질할수있습니다. 

 

적당히 고기 손질이 끝났다면, 이제 시즈닝을 해줘야합니다. 이것저것해봤는데 저는 개인적으로 소금+후추 조합을 가장 추천합니다. 제 입맛에는 이게 가장 덜질리는것같습니다. 또한, 잔반처리하는과정에서 여러가지 변형을 할텐데, 향이 너무쎄면 좋지않습니다. 

 

  Q5. 님말듣고 고기구웠다가 잔뜩남았어요 어쩌죠?

 

일단, 몇일안에 드실고기는 냉장고에 남겨두시구요, 그외고기는 소분하여 냉동고로 보내주세요. 냉동하실때 약간의 stock을 같이넣어주시면 저는 좀더 부드럽더라구요.

 

고기를 데필때, 저는 에어프라이어를 애용합니다. 겉면이 바삭하거든요. 좀 부드럽게 드시고싶으신분은 팬에다가 stock을 넣고 같이 덥혀주세요. 

 

하지만, 고기가 너무많이 남는다, 이제 슬슬질린다 하시는분은, Mac & Cheese, 타코, 샌드위치등의 요리에 브리스켓을 넣어보세요. 신세계가 열립니다. 지방과 단백질에 탄수화물이 추가되었을때 살이찌는만큼 더 맛있어집니다. 특히 타코시즈닝을 넣고, 타코에 싸먹는건 제가 가장 추천하는 재활용방법입니다. 

 

 

마지막으로 요리 사진 몇장을 공개합니다. 제가 아는척하는것하는것에 비해 그렇게 고기를 잘굽는편도아니고, 사진도 잘 못찍는관계로 몇장없네요 ;; 올 Thanksgiving때는 prime rib을 바베큐할 예정인데 추가하도록하겠습니다. 읽어주셔서 감사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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