할머니 집에 들어간 지 일주일도 안돼 찾은 호텔
방에 들어서 짐만 풀고 잠시 쉬다,
입었던 옷 그대로 갖춰 입고 나가
자리 잡은 곳, 식당.
오랜만에 해외에서 왔다며 사주신 맛있는 음식들 고맙게 얻어먹고 다녔지만
뭔가 허전함. 그러다 이심전심 친구 덕에 채울 기회
음식이 하나둘 나오자 이것저것 손대 보는 2, 3호
한 입 먹더니 인상을 펴지 못하고 물을 들이켜는 2호
그걸 본 3호가 망설이다 도전한 것은 삭힌 홍어
배 채우고 2, 3호 각자 준비한 책으로 시간을 보내는 사이
아저씨 넷의 밥자리 술자리가 끝나고
호텔로 돌아온 2, 3호는 블록 조립을 시작하더니
과식한 탓인지 낯선 음식 탓인지 체기에 피곤해진 3호는 잠들고
2호 혼자 꾸역꾸역 조립하는 사이
문 닫는 가게를 대신해 잡은 호텔에서 이어진 아저씨들의 술자리도 끝나고.
잠들기 전 겨우 조립을 끝낸 2호
밤 이었고, 다시 맞은 아침
눈 뜨자마자 만들다 만 블록에 매달린 3호
2호가 여전히 잠든 사이
조립을 마친 3호의 뿌듯한 표정
여느때 같았으면 찜질방에 목욕탕에 끌려다녔을 아이들.
챙겨온 보름달과 알로에 주스로 아침을
내 몫으로 남은 빵 하나는 그냥 둘이 나눠 먹기로
씻고 먹고 편히 누워 제시간 갖는 아이들.
아침 내내 '방콕'하며 방을 뒹굴다
배낭 챙기고 퇴실 직전, 셋이 찍은 가족사진
체크아웃 끝내니 시야에서 사라진 아이들이 로비 라운지에 떡 하니.
호텔을 나와 들렀던 별마당도서관
기억난다는 2, 3호. 그게 벌써 2년반이 지난.
도서관에서 이어진 지하 상가길, 하루 외박 마치고 다시 할머니 집으로.