제주 공항, 귀경 항공편을 기다리는 2, 3호
올 때처럼 갈 때도 버스로 이동해 항공기 탑승
기울여 보는 제주 바다가 점점 멀어지자
챙겨둔 '아이셔'를 입에 넣는 3호
제주를 떠나며 유독 마음에 남았던 건 바다, 화려한 카페 불빛에 팔랑거리는 바다도 있었고
바다에서 바다처럼 보이던 바다 위 하늘을 쳐다보고
제주에서 보고자 했던 바다라면 아마도 이런 모습
그런데 뚫고 솟은 바위를 품은 바다도 조금은 멀리서 구경꾼으로 봤던 것
하지만 이번엔 가깝게, 겨울인 데다 코로나 사태마저 겹쳐 발길 끊기고
모래사장에서 한없이 시간을 보내던 아이들 덕에.
바다를 가깝게, 또 오래 볼 수 있었던
모래 바닥엔 바닷물이 왔다 간 흔적
물 흐르듯 모래도 흐르고
다시 보니 파도가 빗질이라도 한 듯
때로는 철썩거리는 파도도
그대로 남은 모래사장
파도 모양도 남기고 물러간 바닷물
파도따라 이리저리 그어진 선들
물 지나간 자리 위에 사람도 지나가고
섬, 모래사장에 불쑥 솟은 바위
채 빠져나가지 못하고 모래 구덩이에 갇힌 물
파인 바위에 고인 물, 물풀. 작은 호수 같은.
저녁 해변에 물이 차면서
바다물가 아닌 시내물가 온 듯
바닷물이 이렇게 맑을 수도 있구나 했던
서울에 도착해 짐 풀고 나선 저녁 나들이
약속 장소인 신촌으로
뒤로 크리스마스트리 두고 찍자는데 번쩍거리는 불빛에 두리번두리번
만나자면 먹어야 하는 현실
아이들 왔다며 갈비 따로, 우리끼린 술부터. "아, 서울 왔구나!"