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갑분실 - Good Samaritan

에지뉴져져 2021.01.01 02:27:22

먼저 Happy New Year입니다.

 

2020년 마지막 날 와이프와 아이는 친구와 거실에서 놀고 있고 혼자 방에서 무엇을 할까 하다가 어제 있었던 일을 공유해볼까 합니다.

 

어제 저녁 5시 30분, 방학이라 집에서 일주일 동안 심심하게 지내던 아이를 데리고 40분 거리에 있는 어느 농장의 드라이브 스루 라이트쇼에 갑니다. 생전 처음 가 본 드라이브 스루 라이트쇼는 생각보다 괜찮았습니다. 약 15분간 농장 주위를 돌며 본 크리스마스 라이트들과 animated 라이트들은 꽤나 재미있는 경험이었습니다. 아이에게 잘 보이지 않는것 같아 관리요원에게 확인 후 카시트에서 해방 시켜주니 아이의 즐거움은 배가 된 것 같았네요.

 

저녁 6시경, 라이트쇼를 다 보고 저녁으로 무엇을 픽업해갈까 하다 얼마전 게시판에서 본 shake shack BOGO가 생각나 주문하기로 합니다. 하지만 코드를 안넣어 제값 다 주고 먹었다는... 저는 운전을 하고 옆에 있는 와이프에게 앱으로 주문을 부탁 합니다. 그리고 제 지갑에서 꺼내어 카드를 건내 줍니다. 이 때 지갑은 차 문 손잡이에 넣습니다.

 

저녁 8시반경, 햄버거와 아이의 음식을 맛있게 먹고 즐거운 저녁 시간을 보낸 후 와이프와 아이는 잠을 자러 들어갑니다. 그리고 핸드폰에 새로운 메일이 와있어 확인해보니 제목은: found, 보낸이는 가짜 이름입니다. 이메일에 시작은 'Hello. Did you lose something in NJ?'. 여기까지 읽어보고 요새 스팸들은 더 creative해지는구나 생각하고 무시합니다.

 

저녁 9시경, 아까의 이메일이 깨림칙하여 혹시 잃어버린게 있나 확인을 해봅니다. 근데 지갑이 없습니다; 이때까지만 해도 차에다 두고 내렸겠지 하고 차에 가봤는데 지갑은 역시 그곳에도 없습니다. 식은땀이 나기 시작하며 조금씩 panic하기 시작합니다. 지갑에는 회사 아이디, 크래딧카드3장, 면허증, 그리고 그린카드가 들어 있습니다. 가장 먼저 다시 이메일을 열어 읽어봅니다. 내용은 즉슨 '너 뉴저지에서 잃어버린거 있니? 이 이메일 주소가 맞는지 모르겠다. 혹시 잃어버린게 있으면 뭘 잃어버렸는지 나에게 말해주면 내가 도움을 줄 수 있을것 같아' 입니다. 이제 수만가지 생각이 다 듭니다. 지갑 안에 제 personal 이메일을 알 수 있는 방법은 전혀 없습니다. 하지만 이 이메일이 phishing이라고 하기엔 타이밍이 너무 잘 맞아 조금씩 가짜가 아닐수도 있다는 생각이 듭니다. 조심스럽게 답장을 해봅니다. '나 내 지갑을 잃어버린것 같아. 혹시 너가 찾은게 지갑맞아?' 그리고 30분정도 혼자 차 안에 앉아 답장을 기다립니다. 기다리는 중 문득 카드들이 생각나 이때 모든 카드들에 lock을 겁니다.

 

저녁 9시반경, 메일 답장이 옵니다. 내용은 더욱 놀라웠습니다. '맞아. 내가 너의 work email을 추측해 거기에도 메일을 보냈어. 거기에는 내 핸드폰 번호를 남겨놨어. Just to be safe, 회사 이메일에서 내 번호를 확인 한 후 핸드폰으로 연락을 줘. 그리고 너무 걱정마. 내 생각엔 내가 처음으로 찾아 카드를 쓰거나 분실한게 있는것 같지는 않아'. 또 별의별 생각이 들기 시작합니다. 개인이 이름만 가지고 personal/work 이메일을 찾을 수 있는것인가? 있다고 해도 길에서 주운 지갑을 찾아주기 위해서 이런 수고를 하는 사람이 있을까? 이 사람이 나를 blackmail하려고 들지는 않을까? 등등. 회사 이메일을 확인 해보니 역시나 똑같은 이메일 주소에서 온 이메일이 있습니다. 그리고 거기엔 그 사람이 말했듯 핸드폰 번호가 적혀 있습니다. 핸드폰 번호로 전화를 겁니다. 그리고 짧은 대화가 오고갑니다.

 

나: 안녕, 난 에지뉴져져야. 지갑을 분실했는데 이메일에서 번호를 보고 연락했어.

Good Samaritan: 어, 내가 지갑을 찾았어. 내가 잘 보관하고 있어.

나: 정말 고마워. 내가 아까 shake shack에 픽업을 갔는데 거기 주차장에서 떨어트린 것 같아.

Good Samaritan: 맞아, 내가 거기에서 찾아서 가지고 있다가 연락을 했어. 다행이 이메일 주소가 맞았네.

 

이런 대화가 오가고 오늘 찾아가고 싶으면 중간 장소에서 만나 전달 해주겠다고 합니다. 그리고 문자로 동네 shoprite 주차장에서 만나자고 합니다. 전화를 해보니 나쁜 사람은 아닌것 같다는 느낌이 듭니다. 하지만 아직까지도 이 사람이 다른 꿍꿍이가 있지는 않을까라는 생각은 지울수 없습니다. 15분정도 차로 운전해서 가면서 또 수만가지 생각이 듭니다. 과연 내가 지갑을 주웠다면 이런 수고를 했을까 라는 의문점도 함께 듭니다.

 

저녁 10시반경, 주차장에 도착 했습니다. 시간이 늦어 사람이 많지는 않지만 그래도 중간중간 지나다니는 사람들을 보며 조금 안심을 합니다. 하지만 혹시 몰라 지인께 문자를 남겨 15분후에 연락이 없으면 경찰을 불러달라고 부탁합니다. 그리고 드디어 shoprite입구 앞에서 Good Samaritan을 만났습니다. 건장한 체격에 마스크를 쓰고 있는 백인 남성이 다가와 지갑을 건내 줍니다. 다시 한 번 감사하다는 인사를 하고 별 대화없이 본인은 shoprite에 쇼핑을 해야된다고 말한 후 안으로 들어갑니다. 집으로 돌아와 아직도 찜찜한 마음에 카드들을 다 정지시키고 새로 발급 요청을 합니다. 그리고 구글에 이름을 검색해보고 여러가지 방법으로 찾아봤지만 제 이메일 주소들은 찾지 못합니다.

 

그리고 오늘 아침, 이메일로 다시 감사하다는 말을 남기고 혹시 스타벅스 기프트카드로 사례를 하고 싶은데 같은 이메일주소로 보내도 될까라고 물어봅니다. 얼마 지나지 않아 긴 답장이 옵니다. 내용은 '난 Angelo야 (본명인지는 모르겠으나 본인의 이름을 처음으로 적습니다). 너의 지갑을 찾아주게 되어 다행이야. 사실 shake shack employee에게 전달해줄까도 했는데 믿을수가 없어서 내가 가지고 있다가 주소로 보내려고 했었어. (중간생략) 내가 사례를 바라고 한 일은 아니지만 보내준다면 스타벅스 말고 아마존이나 shoprite같은거로 해주면 더 좋을것 같아. 스타벅스로 해도 상관없고'. 긴 답장을 읽으며 다시 한 번 생각합니다. 이 사람은 정말 Good Samaritan이구나! 그리고 이메일 주소로 아마존 기프트 카드를 보냅니다.

 

제가 지갑을 잃어버린 것이 처음이라 이게 당연한 것인지는 모르겠으나 만약 저였다면 그냥 생각없이 가게에 맡기거나 우체통에 넣었겠지요.. 이 일을 겪으면서 세상에는 아직도 좋은 사람들이 많구나 라는걸 느낍니다. 또 한편으로는 제 개인정보가 얼마나 많이 팔려있고 이게 나쁜 사람들 손에 들어갔을때 얼마나 고통스러운 일이 생길까 겁이 나기도 합니다.

 

결국 이 말을 하려다 글이 너무 길어졌네요; 아무쪼록 저처럼 지갑 잃어버리는 일 없이 얼마 남지 않은 연말 잘 보내시기를 바랍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