두툼하게 옷 입고 집 밖으로 나선 1, 2, 3호
간밤에 내린 눈으로 문 닫고 온라인 수업을 한다고 한 날
치우라면 안 치울 아이들이 눈 치워도 되냐고 묻더니
바지를 양말안에 말아 넣고 빗자루를 든 1호
크고 작은 삽을 들고 미는 2, 3호
버벅 거려서 언제 다 치우나 싶더니 하얀 눈이 걷히고 드러난 검은 바닥
눈 치우고 눈밭으로 옮긴 아이들
눈을 모아 꼼지락거리더니
눈덩이를 불리기 시작한 아이들
가장 빠르게 눈을 불린 1호
옆 마당으로 혼자 옮겨 눈을 굴리는 2호
푸석푸석한 눈을 힘들게 모으는 3호
붙지 않는 눈 탓에 결국 자그마한 눈사람을 만들기로 한 듯
나는 나대로 따뜻한 코코아를 만들어 놓고
문밖을 보니 눈사람 장식에 분주한 아이들
다 만들고 마무리 '크리틱' 하는 중
"사진 찍고 들어가서 코코아 먹자!"
한동안 집 앞 지켜줄 눈사람, "근데, 얘 이름은 뭐야?"