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지개 켜는 소리가 들릴 듯 활짝 핀 수선화
봄기운 받자고 거닐 던 동네 대학 교정에 낯선 풍경이
도서관 앞에 해먹 두 개가 대롱대롱
그러고 둘러 보니 나무 있는 곳에 해먹이 주렁주렁
끼리끼리 빙 둘러쳐 해먹 촌(?)을 만들기도 하고
해먹 하나 치고 오붓하게 앉은 연인도
탁 트인 경치 보며 해먹 친 '나홀로족'도
교정 잔디밭엔 야구며 미식축구를 즐기는 학생들은 함성으로 봄을 알리는 듯
유난히 많은 이들이 낯선 게임을 즐기는 것을 보고 찾아보니 '스파이크볼(Spikeball)'이라고
해먹에 스파이크볼, 시멘트 바닥에 빈 우유갑 하나로 놀고 운동하던 내 대학 시절이 안쓰러워지기도.
날 풀렸으니 몸 좀 움직이자며 시작한 테니스
열정적으로 달려드는 3호, 마음처럼 공이 가진 않자 내지르는 탄성도 봄 소리려니
자타공인 '몸치' 2호는 성실히 공을 쫓는 것으로 때우고
요령 부려 제법 쳐 넘기는 1호. 그래도 치기보다는 공 줍는 일이 많은 가족 테니스.
해마다 이맘때 열리는 아이들 피아노 연주회도 봄을 알리는 신호
코로나 사태로 열린 인터넷 연주회. 1호 연주하는 사이 대기하던 2, 3호는 장난감을 만지작.
모니터 속 심사위원의 신호에 연주를 시작한 두번째 연주가 3호
연주를 끝내고 채점을 기다리는 사이 잘했다고 치켜세우니 빼꼼 쳐다보는 3호
마지막 차례 2호. 양말도 신지 않고 연주를 마치고
낯설게도 모니터에 대고 인사를 끝으로 마친 또 하나의 봄 소리. "아, 이렇게 마무리하려 했는데!"
영하로 뚝 떨어진 날 4월 1일, 만우절 거짓말 같은 눈발이 흩날리니 내뱉은 봄 소리 타령을 다시 주어담아야 할 듯