잘려 고철로 쌓인 잔디깎이
고장난 채로 몇 해를 버려두다 고철로라도 쓰이라고
오리듯 잘라 낸 조각들
시동 걸던 둥그런 판을 뜯고
조금씩 아래로, 아래로
뜯어 나가다가
결국 다다른 엔진도 둘로 가르고
난생처음 본 엔진 내부
처음 본 피스톤이 본 듯한 것은 아마도 그림으로 보던 모양 그대로라서 인 듯
어렴풋이 기억이 나는 크랭크. 엔진을 그려 외웠던 중학교 기술 시간
이렇게 물려 "폭발 배기, 2행정 엔진" 팔을 들어 위아래로 흔드시던 기술 선생님이 떠오르는 순간.
세월의 때, 기름때를 잔뜩 뒤집어쓴 엔진
뜯어 보다 보니 더러움은 잊고 호기심만 가득
영화에서 부정적으로 묘사되는 미래의 모습을 닮은 듯
십수년 내뿜은 매연에 덧칠된 엔진 한 귀퉁이
막힌 구멍까지 싹싹 뚫고 다 뜯어내고 마친 해체
남겨진 비슷한 모양 크기가 다른 볼트와 너트
재활용 쓰레기통에 모아 담다 유난히 잔뜩 녹이 슨 부품을 보고
다시 꺼내 본 녹슨 풍경, 마치 단풍 풍경 같은
조각 하나를 다섯장으로 나눠 찍고 다시 붙이니 길이 2미터는 족히 될 프린트. "고마웠어, 오래 기억할게!"
해체된 잔디깎이 생전(?) 모습, https://www.milemoa.com/bbs/board/5080418