은퇴후기 : 어느새 은퇴한지 일년이 지났습니다.

잭울보스키 2021.07.03 12:27:12

 

안녕하십니까 ?

 

 

 

서북미 어쩌다 자연인 울보스키 입니다.  작년 7 1 은퇴 첫날이라고 글을 올린게 엊그제 같은데 어느새 일년이 지나갔습니다. 

 

오늘 은퇴 첫날 새내기입니다.

 

암울한 코비드의 시대에도 , 느리게 움직일것 같은 은퇴자의 시계에도 시간은 아랑곳 없이 흘러 그새 계절이 네번 바뀌었습니다.

 

 

어제 와이프와 이런 짧은 대화를 나누었습니다.

 

: ! 어느새 은퇴한지 일년이 지났네….  세월 빠르다.

 

와이프 : 그동안 한게 있어 ? 아무것도 없잖아.

 

: 한게 없지 !  아무것도 안하고 편히 쉬려고 은퇴를 했는데 하려면 은퇴를 .  그냥 계속 다니지 !

 

 

이런 영양가 없는 대화를 나누다보니 저와 와이프가 생각하는 은퇴의 개념이 다를수가 있겠구나 하는 자각과 함께 지난 일년동안 나는 정말 아무것도 한게 없었고 그정도야 은퇴자로서 내가 누려야할 당연한 권리이고 호사라고 생각했었는데 그게 아니라 아내에게 죄송한 마음을 가져야 일인가 하는 의문이 들었습니다.

 

 

처음 은퇴를 했을때는 정말 그대로  6개월 동안은 아무것도 하지 않으려 했습니다만 돌이켜보니 제법 많은 일을 했습니다.  뜨거운 햇볕아래 지은지 30년이 되어가는 창고지붕도 새로 올리고, 아래 위층  욕실, 화장실 바닥도 새로 깔고, 오래된 블라인드도 교체하고 , 녹슬은 유틸리티 트레일러도 새로 칠하고  .. 집안 정리해서 필요없는 물건들 도네이션도 하고틈틈히 요리도 하고 가을이면 텃밭에 나가 추수하고 , 봄이 오면 밭갈고 씨도 뿌리고, 정원 관리도 하고, 병아리들도 새로 사다가 정성들여 키우고.. 아이들 어려서부터 찍은30개나 되는  오래된 비디오도 MP4 file 바꾸고 , 일년 백패킹, 캠핑 계획 세우고 미리미리 퍼밋도 받아놓고..  그리고 그동안 투자한 포트폴리오도 다시 정리하고..  ! 생각나는대로 적었는대도 이리 많은데 아내의 눈에는 아무것도 한게  없어 보였나 싶어 억울한 심정도 들었습니다.

 

 

적다보니 하소연겸 신변잡기 같은 쪽으로 글이 흘러가는군요.  이곳 마모 게시판에는 각종 후기가 올라옵니다. 코비드의 불안하고 혼란스러운 시기에 은퇴를 평범한 직장인의 지난 일년 은퇴후기를 글로 써내려  가볼까 합니다.

 

 

1.       배우자와의 관계 : 와이프는  아직 은퇴를 하지 않고 있습니다. 코비드 이전 , 제가 상상한 은퇴후의 일상은 아내는 출근하고 , 저는 텅빈 집에 홀로남아 청소하고 빨래하고 혼자 식사하고 잠시 책을 읽거나 TV 보다가 장도보고, 아내를 위해 저녁식사를 준비하고 퇴근하는 아내를 맞는 생활이었습니다.  하지만 코비드로 인해 아내는 일년내내 재택 근무를 하니 은퇴를 한건 혼자이지만 하루종일 둘이 얼굴을 맞대고 있게 되었습니다.  이층의 아이들 하나를 고쳐서 재택 근무를 하는 아내의 눈에는, 아내에게 식사를 차려준후 아래층 소파에서잠시 쉬며 책이나 TV 보고 있는 모습이  하루종일 아무것도 하지 않고 빈둥대는 처럼 보이나 봅니다.  그리고 본인은 열심히 일하는데 저는 유유자적 은퇴를 즐기는게 억울하다는 생각이 들었는지 원래는 2년후인 2023년에 은퇴를 하려했었는데 요즘은 귀가 따갑게 매일 자기도 은퇴를 하겠다고 협박인지 경고인지 멘트를 날려댑니다.  짐작컨대 2년을 버티지 못할 합니다. ㅎㅎ  

 

같은 경우 집에 혼자 남겨져 외로운 보다 아내가 재택을 하니 심심해서 의도치 않게 코비드의 혜택을 받고 있는 장점도 있습니다.  하지만 코비드의 시대에 은퇴한 남편 , 재택근무를 하는 아내. 한사람은 어슬렁대고 한사람은 일에 매달리지만 하루종일 얼굴을 맞대고 서로의 동선을 알고 있는게 부부사이에 의도치 않은 오해와 불만을 가져올 수도 있다고 생각했습니다. 맞벌이 부부시라면 가급적 같은 시기에 은퇴하시는게 바람직하다고 생각합니다.

 

 

 

2.       시간 : 은퇴자로서 가장 중요한게 Time management 입니다. 은퇴해서 시간이 남아도는데 소리냐 할듯도 싶은데 self discipline 하지 않으면 자칫 무기력해 질수 있다는 경험을 했습니다.  예를 들자면 제가 직장을 다녔을때는 남는 시간이라곤 주중 퇴근후 또는 주말입니다. 시간을 아끼고 쪼개서 해야 할일을 합니다. 등산을 다녀오면 장비도 깨끗이 손질해서 넣어놓고 , 마당의 잔디도 길어지기전에 재깍재깍 깎고, 차고며 집안도 너저분하지 않게 정리정돈하고하지만 은퇴를 하면 시간이 내편이라 생각해서 그런지 오늘 못하면 내일 하면 되지 , 다음날이 되면 오늘 못하면 내일 하면 되지 이런식의 procrastination 반복적인 일상이 고착화 위험이 있습니다. 특히 오랜 직장생활을 하며  규칙적으로 해야 일들의 리스트를 적어서 시간을 할당해 일을 처리했던 습관에서 하루아침에 삶의 방식이 바뀌면 저의 같은 경우 적응하기가 쉽지 않았습니다.

 

 

3.       : 오랜 공직 생활에 많은 금액은 아니지만 평생 연금이 나오고 곧이어 은퇴할 아내의 연금 , 그리고 두사람의 소셜연금으로도 저희의 라이프 스타일을 그대로 유지한다면  고맙게도 부족함은 없으리라 생각합니다.  작년 7월에 퇴직을 하며 직장에 있던 457b (사기업의 401k 같다고 생각하시면 됩니다.)   전액 캐쉬아웃해서 뱅가드의 TIRA 옮겼습니다.  작년에 대선의 혼돈속에 마켓이 어느 방향으로 흐를지 몰라 캐쉬아웃한 돈을 바로 투자를 하지않고 현금으로 가지고 관망하고 있었습니다. 하지만  마켓이 계속 오르기에  2-3개월 다시 펀드며 주식을 사서 투자를 시작했는데 전체적으로 손해를 보지는 않았지만  2-3개월 기다리기 보다 캐쉬아웃한 즉시 vanguard 에서 in-kind 바로 투자를 하였으면  조금더 수익률이 좋았을겁니다. 결국 마켓 타이밍의 한계를 경험한 투자였습니다.   어쨌든 직장 연금과 소셜연금이라는 믿는 구석이 있어 지금 현재 포트폴리오는 일반인들이 흔히 생각하는 은퇴자의 포트폴리오보다 공격적으로 운용하고 있습니다. 다만 머지 않아 돈이 필요할 같아 조만간 일정부분은 현금으로 바꾸려고 계획중입니다.

 

 

4.       건강보험 : 현재는 아내가 직장을 다니므로 아내의 건강보험에 제가 디펜던트로 혜택을 보고 있습니다만 아내도 조만간 은퇴를 하게 되더라도 둘다 65세가 되지 않으므로 메디케어의 자격이 되지 않습니다. 같은 경우 직장에서 일할 모아둔 sick leave cash out하여 택스 프리인 VEBA 어카운트에 넣어 투자를 했는데 메디케어 자격이 될떄가지 돈으로 보험료를 충당할 생각이고 아내도 같은 방식을 택할계획입니다.  혹시 직장에서 은퇴시 모아둔 sick leave 해당하는 돈을  VEBA 옮기실수 있으시면 병가 허투로 날려 보내지 마시고 열심히 모으시기 바랍니다. (메디케어 자격이 되면 일반적으로  사보험보다 보험료가 많이 줄어드는건 사실입니다만 인컴이 높을경우 메디케어 보험 프레미엄에 서차지가 붙을수 있습니다. IRMAA : Income Related Monthly Adjusted Amount 라고 합니다.  2년전의 택스 보고시 인컴을 기준으로 하는걸로 알고 있습니다. 그러니까 65세가 되는 2023년에 메디케어 자격이 되면 보험료는 63였던 2021 택스 보고시 소득이 많게되면 기본 보험료에 추가로 surcharge 붙게 되므로 절세에 신경을 써야합니다.)

 

 

5.       주택 : 지금 30년째 살고 있는 2층집을 팔고 단층집으로 가려고 하우스 헌팅을 계속하고 있습니다만 저희 부부 마지막으로 집이라 생각하고 신중하게 시간을 가지고 찾고 있습니다.  요즘 주택가격이 하루가 다르게 뛰어서 조금 우울하고 초조해 집니다. 주위에서는 너희가 집도 같이 오르니 그게 그거 아니냐하며 느긋하게 기다려 보라지만 일단 집을 팔고 이사를 생각을 하니 마음도 들뜹니다. 저희 원래 계획은 은퇴후 지금 살고 있는 집도 수리해가며 천천히 실행에 옮길 계획이었습니다만 돌이켜 생각하니 코비드로 아내가 출퇴근도 하지 않아도 되는데 은퇴후 까지 기다릴 필요가 없었겠다는 생각이 듭니다.  물론 코비드에 재택, 그리고 핫한 주택시장등등 예측할 없는 일들이 현재의 상황을 만들었지만 은퇴후 집을 옮기시려면 은퇴 1-2 전부터 꾸준히 준비를 하시는것도 괜찮을 싶습니다.

 

 

6.       봉사활동 : 은퇴후 7-8년동안 커뮤니티 자원봉사를 할려고 했습니다. 제가 자주 이용해서 감사한 마음을 가졌던 동네 도서관에서 책정리 하기, 홈리스들을 위해 Soup Kitchen 에서 일손 거들기, 없는 사람들을 위해 Habitat for Humanity  에서 집지어 주기, 그리고 하이킹 트레일을 보수하는 trail crew 조인하기.  이렇게 네가지를 하려고 했었는데 결론적으로 아직 한가지도 하지 못하고 있습니다. 몇군데 문을 두드려 보았지만 코비드로 인해  여의치가 않았습니다. 상황이 나아지면 다시 연락을 취해볼까 합니다.

 

 

 

7.       인간관계 : 은퇴를 하게되면 일반적으로 인간관계가 좁아지게 됩니다.  특히 집과 직장을 오가는 미국에서는 더욱 그러하다고 생각합니다.  저야 원래 인간관계가 폭넓지 않았기 때문에 크게 좁아지거나 넓어질것도 없었습니다. 직장마다 분위기나 문화가 다르겠지만 저의 경우 과거의 직장동료들과 꾸준히 연락을 주고 받습니다. 은퇴자들끼리는  같이 늙어가며 서로 도와줘야 한다는 “ I got your back .” 이런 분위기 때문인지 가끔 만나서 서로 안부를 묻고 진심으로 건강도 걱정해주고, 필요한 정보를 주고 받습니다.  아직 현직에 있는 직장 동료들도 자주 연락이 와서 주말이면 같이 배타고 나가 오징어나 새우도 잡고 조개도캐러 다니기도합니다.  가끔 새로운 포지션에 어플라이 하는데 레퍼런스가 되어 있겠느냐는 부탁도 받곤 합니다.  잊지않고 인연의 끈을 이어가고 있어 감사하게 생각하고 있습니다.

 

 

 

8.       여행 : 은퇴를 하면 여행을 좋아하는 아내와 국내외 여러곳을 다녀볼 생각이었는데 코비드로 모든게 무산되었습니다. 기회가 오면 다시 도전해 생각입니다.  다행히 건강이 허락되어 정기적으로 아웃도어의 천국인 이곳에서 하이킹과 백패킹을 즐기고 있습니다.

 

 

 

두서없이 생각나는대로 쓰다보니 내용도 없이 하잘것없다는 생각이 들어서 글을 올릴까 잠시 망설여졌었습니다.  코비드라는 전대미문의 판데믹 와중에 은퇴를 어느 직장인의 은퇴후기라 생각하시고 읽어주시면 되겠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