자갈치역에 내린 아이들
생각보다 따가운 도시 햇살을 받으며
뒷골목으로. 늘어선 가판대는 열리기 전
더위 식히자고 간 극장은 휴업 중
실망한 1, 2, 3호 데리고 근처 다이소로.
주전부리 몇 개로 아이들 기분 달래고 시장 구경
육포 좋아하는 1호가 쉽게 떠나지 못했던 포 전문 가게.
"할매꺼 마싯따. 무바라!" 씨앗 호떡 덥석 문 2호
이어 책방 골목으로
입구에서부터 되살린 추억을 카메라에 담기 바쁜 처
팔고 살 책 없어도 보며 추억 되돌리기 넉넉한 헌 책들에 빠져 걷는 사이
추억 없는 1, 2, 3호가 골목 계단에 앉아 쉬겠다며
계단을 오가는 사람에 한쪽 끝 한 줄로.
책방골목을 책 읽는 골목으로 만든 1호
엄마 아빠 책 구경하는 동안 계단에서 옮겨와 벤치에서 쉬다가
이어간 시장 구경. 군납 캔 음식 거래가 활발해 '깡통'시장이라고 불리게 됐다고
이름 붙은 그 시절 분위기는 사라진 현대식 시장
해가 기울자 닫아 묶었던 포장을 젖히고 불을 켠 포장마차
가는 길 야구 연습장. 애초 솜씨도 없는데다 그나마 야구 멈춘지 두어달
헛스윙 연발하는 1호를 응원하는 2, 3호
하루 시내 나들이 종착점 삼은 고래사어묵 가게
어묵이 맛있다 느끼지 못하는 아이들에게 본때를 보여주려고 잡은 일정.
포장지 상표는 맛있는 기억과 함께 처의 다이어리에 가면서 일과 마무리.
이어 하루 날 잡아서 간 삼진어묵 본점
가장 오래됐다는 자부심을 보여주는 전시장 구경도 마치고
또 다른 하룻저녁엔 보려다 못 본 영화 관람차 시내에.
실수 없이 일정 꼼꼼히 챙겨 오른 극장은 코로나 사태 때문인지 어수선한 분위기
상영관 입구에서 내리쬐는 조명으로 그림자놀이에 바쁜 1, 2, 3호
코로나 사태 이후 첫 극장 영화 관람 기념
영화 평(?)으로 마을버스 기다리는 시간을 축내며, 이제 시내 나들이는 끝.