드라마 DP를 보고 풀어보는 DP조의 썰

NYRock~ 2021.09.06 07:26:49

 

요즘에 DP라는 드라마 때문에 DP 조에 대해 관심과 궁금증이 많으신 거 같아 DP 조로서 경험한 내용을 공유하고자 하니 참고 및 재미로 봐 주셨으면 좋겠습니다. 언급된 내용은 부대마다 조금씩 차이는 있을 수 있습니다.

 

2006년부터 2008년까지 위수 지역이 큰 사단의 DP조로 군복무 하였습니다.

 

기본적으로 헌병병과는 기초 군사훈련 후, 육군종합행정학교 (종행교)에서 후반기 교육을 받게 되는데 같이 입소한 시기에 따라 EBC 기수가 정해집니다. 저도 자대 배치를 받고나서 부대내에 선임들 기수표를 받고 외우도록 지시를 받았었습니다.

 

DP조는 드라마에 나왔듯이 21조로 이뤄지며, 저희 부대는 총 10, 5개조가 한 생활관을 사용하였으며, 제가 복무할 때 DP 조 인원이 가장 많았던 곳은 수도방위사령부로 총 20명이였던 걸로 기억합니다. 사건이 적은 사단이나 위수지역이 작은 부대는 배정된 DP 조 인원이 적을 때는 드라마에 나왔듯이 일반 헌병업무를 하는 인원들과 같이 생활관을 사용하기도 하며, 사건이 생겼을 때만 외부로 활동을 나오는 부대도 있습니다. DP 조는 대체로 부대 외부에서 활동을 하기 때문에 중대에서도 열외인원으로 대하며, 짬 취급도 잘 안 해줍니다.

 

DP조 선발은, 드라마에 나왔듯이 군탈담당 수사관이 선발 권한을 가지며, 일반적으로 조원이 필요한 조장이 신병이 오면 각 생활관을 돌면서 DP 할 의사가 있는 신병을 알아보고 담당 수사관에서 추천하여 선발이 됩니다. 그래서 조장이 조원으로 데리고 갈 신병을 보러 중대에 돌아다니는 걸 중대에선 별로 안 좋아합니다.

 

제가 복무할 당시에 1년에 육군에서만 근무이탈자가 400명 정도 있었으며, 이 숫자는 휴가 미 복귀, 현지이탈, 상근 또는 간부 미출근등을 다 포함한 숫자이며, 육군사령부에 보고된 숫자만 카운트했을 때입니다. 부대내에 군탈이 있으면 바로 헌병대에 보고하는 부대도 있지만 외부에 알려져서 좋은 게 없다는 인식 때문에 우선 부대내에서 찾아보고 안돼서 뒤늦게 보고하는 케이스도 많습니다. 군무이탈 중에 가장 많은 케이스는 휴가 미 복귀, 그 다음이 상근의 미 출근, 마지막으로 현지 이탈인데, 현지 이탈은 극히 드뭅니다. 제가 있었던 부대에선 1년에 대략 60명 정도를 체포하였으며, 많을 때는 70명대까지 체포하였습니다. 그리고 간간히 임관한지 얼마 안된 간부들도 출근을 하지 않아 군무이탈로 접수되는 경우가 있습니다.

 

군탈자가 체포되면, 체포된 헌병대의 영창에서 군사재판의 결과가 나올 때까지 구금됩니다. 구금 시 재판의 결과가 나오지 않았기 때문에 미결수로 분류되며, 징계입창 된 인원과는 따로 구금이 됩니다. 영창내의 생활은 기상시간과 취침시간은 일반 병사와 같으며, 앉아서 책을 읽거나, 정해진 시간에 일광욕을 하기도 하고, 뉴스 시청 등을 하며, 잡담을 하거나 누워있지는 못 합니다. 미결수는 면회도 가능하며, 일반 헌병이 입회자로 참석하며 대화내용을 기록합니다. 군무이탈을 해서 체포되면 빨간줄 그여진다고 알고 계시는데 그건 육군 교도소를 갔을 때의 얘기이며, 재판을 받을 때 더 이상 군 생활을 하고 싶지 않다고 하면 육군교도소로 가게 됩니다. 제가 체포했던 군탈자 중, 세번 군무이탈을 했었는데 맨 마지막 세번째 재판에서 더 이상 군생활을 하기 싫다고 하여 육군교도소로 갔었습니다.

 

DP 조는 매달 활동비를 받게 되는데, 제가 복무할 당시는 병장 월급이 8만원 정도였는데 한달 활동비로 30여만원을 받았으나, 저희 부대는 거의 매일 외부로 활동을 나가서 활동비가 항상 모자랐습니다. 활동을 나가서 가장 많이 갔던 식당이 김밥천국이었는데 거의 모든 메뉴는 다 먹어봤으며, 제대후에는 한번도 안 갔습니다.

 

DP 조가 되면, 헌병신분증이 발급되어 탐문 또는 지인 면담시 제시하여 저희가 헌병임을 증명하였습니다. 드라마에서 pc방 탐문시 신분증을 제시하는 장면은 없었는데, 아무래도 지금 사용하는 헌병신분증과 드라마의 배경이 되는 2014년에 사용하던 헌병신분증의 디자인이 똑같아 서가 아닐까라고 개인적으로 추측을 해 봅니다. 군탈자를 체포하게 되면 많이들 아시는 미란다 원칙을 군탈자에게 꼭 고지하라고 숙지 받으며, 수갑을 채울 때는 영화나 드라마에서 하는거 처럼 수갑을 채우면 손목이 다칠 수도 있어서 너무 조이지 않게 천천히 채우라고 배웁니다.

 

DP 조도 혹한기나 유격훈련의 대상자이긴 합니다만, 사건이 많거나 군탈담당관이 가지 말라고 하면 안 갈수는 있습니다. 그래서 훈련시기가 오면 군탈담당관의 기분이 좋을 때를 기다렸다가 훈련을 안 갈 수 있는 쪽으로 유도를 합니다만, 저는 짬이 안될 때 물어보지도 못하고 혹한기 와 유격훈련 한번씩 다녀왔습니다.

 

몇 가지 있었던 사건을 말씀드리자면,

 

제가 DP 조로 올라 간지 얼마 안됐을 때, 휴가 중인 병사가 괴한에게 무기로 습격을 받은 일이 있었습니다. 군탈사건은 아니었지만, 사건이 일어난 지역의 업소를 탐문해야 하는 관계로 저희 DP 조가 투입이 되었는데, 사건이 일어난 시간대에 그 지역을 몇일 동안 탐문을 하였으나 피해자가 말한 인상착의 또는 용의자의 단서를 찾지를 못 하였습니다. 하여 저희 군탈담당관이 피해자가 입원해 있는 병실에 찾아가 몇 가지 추궁을 하니 그제서야 피해자가 부대에 복귀하기 싫어서 본인이 자해를 하였다고 자백을 하면서 마무리되었습니다.

 

제가 일병 때, 부대 상근 한 명이 출근을 하지 않아 헌병대로 보고되어 해당 군탈자의 할머니와 면담을 하게 되었는데, 부모님들이 안 계셔서 할머니 손에 자랐으며 일반인보다는 지적능력이 조금 떨어진다고 하였습니다. 군탈자가 갈 법한 장소와 집 근처의 업소들을 탐문하다 얼마 안돼서 군탈자가 부대복귀 하였다고 연락을 받아 마무리되는 듯했습니다만, 얼마 뒤에 그 인원이 또 출근을 하지 않았다고 보고 받았습니다. 활동 중, 핸드폰 위치가 떠서 일대를 수색하던 중 어느 한 건물에서 체포를 하게 되었는데, 처음 딱 마주쳤을 때 말하는 투나, 행동이 제가 알던 일반인과는 차이가 있었는데, 문득 정상적으로 군 생활이 가능한가가 의심스러웠고 이정도면 면제를 받는 게 맞지 않을까 란 생각도 들 정도였습니다. 왜 출근은 안 했냐고 물어보니, 돌아가신 어머니가 보고 싶어서 그랬다고 했습니다.

 

제가 상병 휴가를 마치고 부대인근의 역에 도착하였을 때, 군탈담당관에게 문자로 역에 도착하였다고 보고를 하니, 역 대합실로 오라고 하여 갔더니 저희 부대 수사관들이 전부 모여 있었습니다. 무슨 일이 있냐고 여쭤봤더니 사건이 생겨서 와 있다고 하였고 저 보고는 부대에 복귀하라고 하여 부대 복귀를 하였는데, 나중에 알고 보니 휴가 복귀를 하던 이등병이 그날 역 남자화장실에서 극단적인 선택을 하였고 누군가가 발견하고 신고를 한 거였습니다. 그 역이 꽤 큰 역이고 분명 민간인 목격자도 있었으나, 그 사건에 대해 어떤 언론의 기사나 보도는 없었습니다.

 

한번은 훈련중에 병사가 무기를 소지한 상태에서 현지이탈을 한 사건이 생겼었습니다. 해당 병사의 소속부대는 저희의 위수지역과는 거리가 상당히 떨어져 있었으나, 해당 병사의 본가가 저희 부대 위수지역내에 있어 저희도 보고를 받게 되었습니다. 해당 인원이 없어진 시간과 거리상 절대로 본가로 오기에는 무리가 있다고 판단되었으나, 저희 DP 조는 드라마에도 나왔었던 헌병특수임무대와 같이 군탈자의 본가로 출동하게 되었습니다. 지역이 민간지역이라 저희가 본가 근처에서 잠복을 하였고, 특임대는 버스에서 대기를 하였는데, 몇시간이 지난 후에 군탈자가 훈련지역 인근에서 발견되었다고 연락을 받아 해당 사건은 마무리되었습니다.

 

DP 드라마를 보는 내내 예전생각도 많이 났었고, 제가 느끼기에는 전체적으로 크게 과장되었다는 느낌은 없었고 오히려 드라마라서 보여주지 못 한 부분이 많다라는 생각이 들었습니다. 군에서 사고는 많이 나지만 외부로 전해지는 내용은 극히 일부여서 군생활을 안 해보신 분들은 과장됐다고 느껴질지 모르지만 군생활을 해 보신분은 어느정도 공감하셨을 거라 봅니다. 혹시 주변에 군생활을 하고 계신 분이 있으시면, 격려를 부탁드립니다.

 

글 쓰기에 재주가 없는데도 쓰다 보니 생각한 거보다 길어지게 되었는데, 재미가 있으셨길 빌며, 긴 글 읽어 주셔서 감사합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