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 가을! 여전한 초록에도 낙엽이 여기저기.
찬 바람 솔솔 부는 주말, 1년 6개월여 만에 참가한 동네 맨손 야구
오랜만이지만 금세 익숙해지는 분위기
더러는 경기 보다 전화기에 몰두하듯 승부에 대한 긴장감은 여전히 없지만,
장난감을 '배트링' 삼아 배트에 넣고 휘두르는 피터처럼 순간순간 웃음 만드는 시합
그래도 꼬박꼬박 기록하고 저장하는 성적에 은근한 경쟁심이
2:5로 지던 8회 초 주자 1, 2루. 학교 담장을 넘어 차도로 간 공.
모임이 생긴 뒤 13년간 최장 거리 홈런이자 유일한 담장 밖 홈런.
그 공 주어 기념볼 만들어준 에릭과 홈런 친 제프
경기는 9회말 동점 상황에서 끝내기 안타를 내주면서 우리 팀이 패
집에는 한국에 들고 갔다가 두고 온 야구 글러브 소포가 도착
오랜만에 글러브를 낀 아이들
두 패로 나누어 한쪽엔 3호가 던지고
2호가 받고 던지기를 하는 사이
한편에선 나와 1호가 공을 주고받다가
상대를 바꿔 1, 2호가 주고받고
역시나 오랜만이라 엉성해진 자세, 그래도 재밌다는 1호
나는 3호와 주고받다가 한차례 상대를 바꿔 모두 한 번씩 주고받은 뒤
타격 연습. 먼저 1호가 치고 2호가 도우미
1호가 기억을 더듬어 자세를 잡지만 마음대로 되지 않아 보이다가
몇 번 치고 나선 몸도 서서히 기억을 따라 주는 듯
다음엔 2호가 치고 1호가 공을 얹어 줄 차례
시합 경험 있던 1호는 조언도 해가며
마지막 3호의 배팅 순서.
2호보다는 강하고 빠르게 네트를 가르는 3호의 타구. "좋았어. 이제 우리끼리 가을 야구 시작!"