30 여분 달려 외출 중인 후배 집 앞에 주차하고 나들이 개시
이날 아침, 사는 동네에서 비행 축제가 열린다며 알려주기에
가족 모두 나선 길. 막힌 한쪽 길 보고 행사장을 직감하고
따라 걷다 길 가 도시 안내판을 보니 200년을 넘은 마을이라고.
한가한 길을 벗어나니 축제를 알려주는 포장마차가 보이고
길 중심에 이르니 제법 많은 사람이 북적대는 축제 분위기 물씬
구경 멈추고 쉬는 가족 뒤로 철도 씹어 먹을 기세의 1호가 간식 사러
두리번거리더니 고른 2개. 돈만 주면 알아서 사 먹는 나이가 된 게 새삼스럽기도.
하나는 먹어 본 적 없어서, 하나는 늘 맛있게 먹는 거라.
1호가 사 온 음식 나누며 길에 앉아 쉬다가
다시 일어나 구경하고 기념품도 장만해 얼추 다 봤다 싶을 때
외출에서 돌아온 후배와 함께 일 보고 돌아오는 동기까지 합류
서울의 한 회사에서 동기, 후배로 만났다 흩어져 타국 이 작은 소도시에 같이 있는 게 어찌나 신기한지
먼저 미국 와서 동부에 살다가 신학을 공부하고 최근 우리 동네 목사로 부임했던 동기
교회 인상적이었던 의자. 예배 없을 때는 치워 이웃에게 농구장으로, 행사장으로 내주기 위해서라고.
울타리 없는 공립 공원 같은 넓은 잔디밭은 1년 1불 받고 시에 빌려줬다는 교회 땅.
멋진 교회 일을 도맡게 된 동기를 축하하며 10월엔 후배네서 만나기로 했건만
뜻하지 않게 전 직장 동료 셋의 '번개' 모임이 된 순간
후배가 이끄는 점심 자리. 우리식으로는 '시골 밥상'인 셈
축제로 손님이 붐벼선지 길어지는 식사 준비, 그만큼 늘어나는 수다 시간.
본 듯한 그러나 먹어 본 적 없는 음식에 호기심은 가득했으나 외국 전통 시골 음식을 맛있게 먹지 못한다는 자책감이.
식사를 마치고 이동한 곳은 후배가 목사로 근무하는 교회. 예쁘게 꾸며진 기도 모임방.
신학을 공부하고 1년 전 마을과 함께 시작해 200년이 넘은 이 교회에 부임했다는 후배.
어른들이 수다를 떠는 사이 2호와 3호는 칠판을 꿰차고 놀고
자리에 앉은 1호에겐 심심한 표정이 역력. 아마도 '소설책이라도 한 권 들고 올 것'하는 후회를
후배가 설교하며 힘들어하는 발음 가득 적힌 칠판. 거기에 2호와 나누던 칠판 두고 옮겨온 3호.
교회에서 나들이를 끝내니 비행기 못 본 비행 축제가 되었고, 게다가 아이들이 재밌겠다 싶어 왔건만
아이들 제쳐둔 어른의 비행으로 어른들만 즐거운 비행 축제가 된 셈. 그래도 우린 이달 중순 약속한 대로 보자며, 바이!