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0/29] 발뺌하는 카드거부자를 위한 조언 - 신용 점수 올리기 feat by 크레딧 카드

shilph 2021.10.29 21:22:52

제가 있는 네이버 카페에 올린 글인데, 마모에도 올려봅니다. 거기에서 나름 부방장인 관계로 글을 하나씩 올리는데, 카드 관련 이야기도 좀 올리고 있어서요. 지난번에는 카드 관련 설문조사도 했는데, 그 내용을 보고 써본 글입니다.

주변에 왜 카드 만드느냐, 카드 만들면 점수 떨어지지 않느냐라고 하시는 배우자분 지인분들을 설득하는 용도로 쓰시면 됩니다.

 


 

지난번 설문조사에서 물어본 질문 중 하나가 "왜 카드를 만들지 않는가?" 였습니다. 예상대로 많은 분들이 "관리가 귀찮아서" 라고 해주셨고, 크레딧 점수를 걱정하시는 분들이 그 다음이었네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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미국은 신용 사회 입니다. 차를 살 때도, 집을 살 때도, 그 사람의 신용조회를 하고, 점수에 따라서 이자율에 차이가 커지게 됩니다. 그리고 점수가 낮으면 대출도 어렵지만, 높으면 이랏샤이마세 호갱님 "어서오십시오" 를 외치게 되는거죠.

사실 많은 분들이 "크레딧 카드를 열면 크레딧 점수가 떨어진다" 라고 생각하십니다. 동시에 점수를 올리고 싶으면 "카드빚" 을 만들어두고 + 이자를 갚으면 된다고 말씀하시고요.

근데 사실 크레딧 카드를 많이 만들면 크레딧 점수가 오히려 올라가고, 카드빚을 만들면 점수가 떨어집니다.

 

제 경우에는 크레딧 카르마로 봤을 때, Transunion 기준으로 현재 23개의 계정이 열려있고, 23개가 닫힌 것으로 되어 있습니다. 놀랍게도 현재 사용중인 계정 중 22개가 크레딧 카드 관련이고, 하나만 집 모기지 입니다 ㅎㅎㅎ

보통 사람들은 이렇게 말하면 제 크레딧 스코어는 최악이라고 생각하는데, 오히려 제 스코어는 최상위권에 속합니다. 크레딧 카르마에서 본 제 점수는 820점대 전후입니다.

크레딧 카르마 기준으로 대부분의 분들이 720~760 점 정도를 유지하는 것을 생각하면, 제 점수가 얼마나 높은지 아실겁니다.

 

그러면 저는 도대체 어떻게 이런 점수를 받을 수 있었던 것일까요? 결론부터 말하면 "카드를 꾸준히 만들고" "카드빚은 만들지 않기" 때문입니다.

좀 더 구체적으로 설명을 드리지요.

 

크레딧 점수는 총 5가지 항목을 확인합니다.

* 대출금을 얼마나 잘 갚았는가

* 빌릴 수 있는 총 금액 대비 얼마나 빌렸는가

* 크레딧 히스토리는 몇년이나 되는가

* 얼마나 다양한 대출이 허용되었는가

* 최근에 대출을 받은게 어느 정도 인가

입니다. 크레딧 카르마는 이것에 추가로 채무 불이행 기록이 있는가 도 명시하고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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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 중 가장 중요한 두 항목인 "대출금을 얼마나 잘 갚았는가 (Payment History)" 와 "빌릴 수 있는 총 금액 대비 얼마나 빌렸는가 (Amount Owed)" 가 전체 점수의 2/3을 차지 합니다.

 

대출금을 얼마나 잘 갚았는가 의 경우에는 말 그대로 체납을 한 적이 있는지를 확인하는 것 입니다. 즉, 카드 명세서가 나오면 그 돈을 갚아야 하는 날짜가 있는데, "최소금액 이상"을 "그 기간 내에" 냈는지를 확인하는 것이지요.

여기서 재미난 것은 카드를 쓰지 않아서 명세서에 0원이 적혀서 돈을 내지 않았다고 해도, 이걸 "그달에도 돈을 제때 낸것" 으로 체크를 합니다. 그래서 카드가 아무리 많고 + 다 쓰지 않아도, 점수에는 전혀 문제가 없다는거죠. 오히려 카드가 하나라고 해도 돈을 늦게 내거나 하면 문제가 됩니다.

 

"돈을 얼마나 빌렸는가" 라는 부분은 말 그대로 돈을 얼마나 빌렸는가 라는 부분인데, 이건 절대적 개념이 아닌 상대적 개념 입니다. 예를 들어서 똑같이 1천불을 써도 누군가에게는 크레딧 점수에 문제가 될 수 있지만, 누군가는 문제가 되지 않는 것이지요.

카드를 보면 Credit Limit 이라는 것이 있습니다. 이는 이 카드로 총 얼마까지 쓸 수 있다 라는 것인데, 이것에 대비해서 사용한 금액의 % 를 계산하는 것입니다. 만약 A씨는 Credit Limit 이 5천불이고 B 씨는 5만 불일 경우, 둘 다 1천불을 썼다면, A 씨는 20% 를 B 씨는 2% 를 사용한 것이지요. 신용조회 회사는 이 % 를 가지고 A 씨는 "돈을 너무 많이 썼음" 이라고 하며, B씨는 "거의 안썼음" 이라고 하게 되지요.

놀라운 것은 이 Credit Limit 은 연봉이나 자산이 기준의 전부가 아닙니다. 일차적으로는 신용점수와 히스토리를 보고, 이차적으로는 연봉과 자산을 보게 됩니다. 그래서 미국에 취업이민으로 온지 얼마 안된 연봉 30만불의 사람이 Credit Limit 으로 2천불을 받거나 하는 상황이 생기지요.

 

 

 

자, 그러면 다시 진짜 질문으로 돌아가서...

그러면 크레딧 점수를 높이려면 어떻게 해야 할까요? 바로 위 두 가지를 잘 관리하면 되는 것 입니다.

 

우선 첫 번 째는 카드를 만든적이 없다면 카드를 만드시길 바랍니다.

특히 갓 18세가 된 아이가 있다면, 꼭 카드를 하나 만들어주시길 바랍니다. 만들고 전혀 쓰지 않아도 됩니다. 그냥 "만드는 것" 이 중요한거죠. 한 달에 커피 한 잔 정도로도 충분합니다.

크레딧 히스토리를 만들어야 신용점수를 계산할 수 있기 때문입니다. 18살에 차 사고 집을 살 수는 없잖아요? 그러니 제일 쉬운 크레딧 카드로 시작하는 겁니다.

비슷하게 미국에 갓 온 사람들도 카드를 만드셔야 합니다. 특히 취업이민으로 오신 분들은 더더욱 그렇고요.

 

두 번 째는 카드 관리 입니다.

카드를 만드셨고 카드를 쓰시고 계시다면, 스테이트먼트가 나오면 꼭 due date 전에 돈을 내세요. 기왕이면 전액 다 내는 것이 좋습니다. 스테이트먼트가 나오면 그것을 기준으로 Amount Owed 가 변하고 점수가 변하지만 일시적인 변화입니다. 돈을 다 내시면 금새 원상태로 됩니다.

반대로 사람들이 많이 이야기 하는 "카드빚이 있으면 점수가 빨리 오른다" 라는 것은 거짓입니다. 위에 말씀드린 것 처럼 카드빚이 있으면 Amount Owed 가 올라가서, 점수가 떨어지는 것이지요. 그래서 전액 다 내는 것이 점수 관리에 더 좋습니다.

일부 분들은 그럼 스테이트먼트 나오기 전에 다 내면 되지 않는가? 라고 하시는데, 이건 권장하지 않습니다. 스테이트먼트 나오기 전에 돈을 자꾸 내면 "돈세탁"의 위험으로 보기 때문이지요. 기왕이면 스테이트먼트가 나오고 내시고, 정 필요하시면 한두번 정도만 미리 내시는 것으로 충분합니다.

일반적으로 Credit Limit 대비 카드 사용양 (Utilization 이라고 합니다) 은 20% 미만으로 유지하시는게 좋습니다.

 

세 번 째는 카드를 만드는 것 입니다.

Amount Owed 가 Credit Limit 에 관련된 것은 아시겠지요? 카드가 많으면 이 총액이 오르게 됩니다. 제 경우에는 크레딧 카드가 스무장이 넘다보니 그 전체 금액이 엄청납니다 ㅎㅎㅎ 덕분에 카드를 아무리 써도 Utilization 이 거의 올라가지 않습니다. 은행별/카드사별로도 따로 관리를 하지만, 제 경우 히스토리가 길고 (15년 정도) + 신용점수가 좋아서, 상당히 높은 편입니다. 예를 들어서 제 이름으로 체이스 카드가 6장인가 있는데, 이것만 전부 합쳐도 6~8만불 정도가 되지 않을까 싶네요. 다른 카드들을 모두 합치면 최소 20만불은 될듯 합니다.

아무튼 카드가 많아지면 Credit Limit 이 올라가고, 이것이 오르면 Utilization 이 떨어지기 때문에, 신용 점수는 올라가게 됩니다.

참고로 카드를 만들면 일시적 (2~4개월) 으로는 점수가 떨어지지만, 이 점수는 이후 다시 올라가기 때문에 일희일비 하실 필요는 없습니다.

 

네 번 째는 너무 무리하지 않는 것 입니다.

제가 이렇게 말했다고 카드를 이거열고 저거열고 하면서 한두달에 서너개씩 열면 오히려 문제가 생깁니다. 금융사기/먹튀(?) 패턴을 보면 카드를 짧은 기간에 여러개 만들어서 막 사용한 뒤에 카드빚이 엄청난 상황에서 개인파산신청을 하는 것이지요. 물론 이 경우 카드사는 그냥 빚만 지고 돈은 받지 못하게 되기 때문에, 너무 짧은 기간에 카드를 막 만들면 위험하다고 가정합니다. 특히 히스토리가 짧은 분들의 경우 더 그렇고요.

그래서 가장 적절한 것은 1년에 한 두 장 정도 카드를 여는 것으로 충분하다는 것이지요. 이 경우 부부라면 연간 2~4장을 만드는 것이고, 성인이 된 자녀가 있다면 그만큼 더 만드는 것이지요.

참고로 저희는 둘 다 히스토리가 길어서, 매년 4~8장 정도를 만듭니다;;; 한창 때는 연간 거의 10장 정도도 만들었... (여기에는 또다른 비법이 있지만 대부분의 분들에게는 별 쓸모 없는 정보일듯 하네요)

 

 

아무튼 이런식으로 2~3년간 꾸준히 카드를 잘 관리하면, 상당히 높은 신용점수를 만드실 수 있으실 겁니다. 특히 미국에 갓 와서 집 살 생각을 하시는 분들은 지금 당장 시작하시는게 나중에 이자율에도 유리하고요. 일반적으로 FICO 스코어 기준으로 720~740 점 정도 (크레딧 카르마 기준으로는 760점 이상) 가 이자율이 좋다고 하니 빨리 하시는게 좋겠지요. (참고로 제가 리파이를 얼마전에 했는데 FICO 점수 기준으로 780점 좀 넘게 나오더라고요. 이 동네 상위 1% 에 속한다고 이야기를 하더군요.)

 

 

위에도 말한 것처럼 미국은 신용사회 입니다. 그렇기 때문에 이를 잘 관리하는 것은 앞으로의 삶에서 큰 이익이 되는, 돈을 아낄 수 있는 부분이지요.

그냥 아무것도 모르는 사람이라고 생각하고 치부하지 마시고 + 주변에서 주워들은 이야기만 믿고 무시하지 마시고, 제 점수를 보신 것처럼 카드를 조금씩 열고 잘 관리를 하다보면 어느새 남들보다 더 높은 점수를 받으실겁니다.

특히 위에 말씀드린 것처럼 성인이 갓 된 아이들이 있는 분들, 혹은 대학생인 아이들이 있는 분들은, 아이들을 위해서 꼭 크레딧 카드를 하나라도 만들어주시길 바랍니다. 아이들이 사회생활을 시작하고 차를 살려고 할 때, 집을 빌릴려고 할 때, 그 누구보다 유리한 위치에서 시작할 수 있을테니까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