살짝 누르면 제대로 올라오지 않는 피아노 건반 하나.
뚜껑을 열고 내려다보니 피아노 줄을 두드린 망치가 뒤로 물러나지 않고 멈춘 상태
속을 들여다보기 위해 앞 커버를 열고, 피아노 건반도 당겨 닫고
건반은 부드럽고, 아마도 건반과 피아노 줄을 연결하는 '망치 뭉치'의 축(핀)이 부드럽지 못한 듯
건반에 적힌 노트. 마지막 조율 날짜가 6년 전. 다시 건 전화에 응답 없는 조율사 할아버지.
궁리 끝에 망치 뭉치를 분리해 올리기 위해 전면 볼트를 풀기로
4개의 볼트를 다 풀자
피아노 본체와 분리된 망치 뭉치를
그대로 들어 올려 빼고 남은 피아노 건반과 줄.
따로 빼니 관찰하기도 수리하기도 쉬워진 망치 뭉치
내려보기만 하다 뒤에서 보니 보이는 문제. 소리 울림을 막는 장치에 걸리니 건반 망치
볼트를 풀고 울림 방지 장치를 살짝 내려줘서 문제를 해결
낮추고 나서 걸리지 않는 건반 망치
내친김에 아슬아슬하게 비껴가는 장치도 찾아 낮춰 주고
너덜해진 줄 하나도 알루미늄 테이프와 열수축튜브로 보완
마지막으로 40년이 됐을지도 모르는 먼지를 걷어내고
망치 뭉치를 다시 얹으면서 힘들었던 세 페달 막내 연결. 피아노를 치지 못해 연결 위치도 헛갈렸기에.
두번째 분해. 한결 부드러워졌지만 아주 천천히 누르면 여전히 멈추는 망치.
망치 뭉치를 빼고 뒤면 아래 해당 망치의 볼트를 하나 풀어
빼낸 장치는 건반과 줄을 치는 망치 연결 장치. 2개의 핀 모두 부드러운 편
다음은 빼낸 장치 뒤로 보이는 깊숙이 박힌 볼트를 풀어
빼낸 망치. 하나 있는 축이 부드럽게 움직이지 않는 걸 확인하고
시곗줄 핀 뽑듯 핀을 뽑고 핀이 지나가는 구멍을 조금 넓히고 나니
그네 흔들리듯 잘 움직이는 망치
세번째 분해. 구멍이 헐거워져 줄을 치고 나온 망치가 흔들리면서 내는 잡음 제거. 수축튜브를 감싸 조금 빽빽하게.
세번 분해 끝 만족할 만한 결과. 테이블을 덮었던 장난감을 원래 있던 피아노 위로 옮겨 놓으며 최종 마무리.
*
막 자르고 붙이는 DIY 하던 습성으로 보니 피아노는 정말 섬세했습니다.
이런 문제는 습도에 따라 늘어나고 줄고 하면서 생긴 변화 때문이라고 하더라고요.
그 정도니 구멍 하나 넓히는 것도 드릴빗이 아니라 바늘로 조심스럽게 처리했어야 했습니다.
난생처음 보는 피아노 안은 무척 아름다웠습니다.
고치면서 반은 구경하기 바빴습니다.
끝으로 도움을 받으려고 찾은 참고 자료입니다.
검색해 얻은 대부분은 저 같은 생초보가 참고하기엔 힘든 것들이었고,
분해 방법을 아래 비디오를 보고 얻었습니다.
단순히 방법만 얻은 게 아니라 그 끝이 묘한 여운을 남겨줬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