요소수, 요소, 석탄 그리고 미국

그럼저도... 2021.11.11 20:47:30

최근 한국에서 빚어지고 있는 요소수 사태를 보면서 제가 알고 있는 잡 지식이 조금은 도움이 될까 해서 끄적여 봅니다.

 

- 요소수

  이제는 많은 분들이 알고 계시겠지만 요소수는 [요소 + 물]인 제품이고 단순히 요소를 사다가 증류수에 녹인 것에 불과합니다. 

  하지만 아무 요소나 다 사용 가능한 건 아니고 불순물 (중금속이나 biuret) 함량이 낮은 제품을 사용해야 합니다.

  때문에 요소수를 만드는 요소는 automotive grade라고 따로 표기해서 거래하고 가격도 농업용 요소보다 조금 더 비싸게 받습니다.

  이런 다소 까다로운 조건 때문에 아무 공장에서나 물건을 받지 않고, 원료로 선정하기 전에도 여러번 테스트를 거치게 됩니다.

  다만 이번 같이 급박한 상황에서는 아무 요소나 사용해도 될 정도의 allowance가 있는지는 잘 모르겠습니다.

 

- 요소와 석탄

  요소수 사태를 조금 더 거슬러 올라가 보면 중국의 비료 수출 금지 조치가 있습니다.

  그리고 그 근원에는 호주와의 석탄 분쟁이 있죠.

  왜 석탄이 중요하냐고요?

  석탄(또는 천연가스) -> 암모니아 -> 요소 순으로 제품이 만들어지기 때문입니다.

  석탄이 있어야 암모니아를 생산해 요소를 생산하는데 전력 만들 석탄도 없으니 암모니아 만들 석탄을 구하기 힘들어졌겠죠.

  중국 요소 공장의 대부분은(100프로라고 해도 과언이 아님) 천연가스가 아닌 석탄을 베이스로 암모니아를 만들어 요소를 생산하기 때문에 석탄 공급의 차질은 요소비료 생산에 큰 차질을 갖고올 수밖에 없죠.

  여기서 문제는 중국 내부로부터 시작 됩니다. 

  중국은 세계 최대(또는 top3 정도?) 비료 생산 / 수출국이자 소비국입니다. 

  어마어마한 양을 수출하지만 내수 소비가 또한 어마어마하기 때문에 내수 시장에 비료 공급을 원활히 하는게 수출에 우선시 되는건 당연할겁니다.

  그리고 지금은 내년 봄 비료 성수기를 맞이하기 위해 재고를 비축해야 하는 시기입니다.

  그 중에서도 가장 핵심적인 역할을 담당하는 것이 요소비료입니다.

  농업이 선진적일수록 질소-인산-가리가 복합적으로 섞인 복합비료 사용이 늘어나고

  후진적일수록 단순한 비료 사증이 증가합니다.

  요소는 단순한 비료의 대표주자로 질소-인산-가리(칼륨) 중 질소를 담당하는 비료입니다.

  쌀, 밀, 옥수수 등 위로 쭉쭉 자라는 식물의 성장에 큰 역할을 담당하죠.

  때문에 중국은 비료 수출을 금지했고, 중국에서 그동안 비료를 사 가던 세계의 수많은 나라들은 비료 공급 부족 또는 비료가격 폭등이라는 상황에 직면하게 된거죠.

  중국은 단순히 요소비료만 많이 수출하는 나라가 아니고 칼륨 비료를 제외한 거의 모든 종류의 비료를 한 곳에서 구매할 수 있는 거의 유일한 나라기 때문에 이번 비료 수출 금지 조치는 세계적인 식량 문제를 촉발할 수 있는 시작점이라고 볼 수도 있을겁니다.

 

- 미국은?

  미국은 인도, 브라질과 더불어 세계 최대 요소비료 수입국 중 하나입니다.

  다만 중국 -> 미국 수출량은 미미한 수준이고, 중동에서 천연가스를 베이스로 한 요소비료가 대부분을 차지합니다.

  장기계약 베이스로 넘어오는 물량이 많고, 미국 시장은 전 세계 어떤 나라에 비해서도 구매력이 있는 시장이기 때문에 다른 시장으로 빼앗기는 물량도 많이 않을 듯 합니다.

  (하지만 절박한 다른 나라 바이어가 더 비싼 가격을 부른다면 언제든 넘어갈 물량들도 있겠죠)

  그리고 쉐일가스 붐이 한참 일던 시절 가스전 근처에 요소 공장들이 설립 되어 내수시장에 공급되는 물량이 있습니다.

  때문에 미국으로 공급되는 비료가 당장에 크게 모자라질 일은 많지 않을 걸로 예상 됩니다.

  하지만 문제는 가격이죠.

  2020년 이전까지 2008년의 원자재 가격 폭등기를 제외하면 요소비료 가격은 200~300불/톤 수준을 계속 유지 해 왔습니다.

  그러던 것이 2021년 들어 점차 가격이 뛰기 시작 했습니다.

  CBOT의 GRANULAR UREA FOB US GULF 가격을 보면 

  2021년 1월 280불 -> 2월 340불 -> 3~5월 370불 -> 6~8월 430불 -> 9월 500불 -> 10월 700불.

  그리고 지금 현재는 780불/톤을 기록하고 있습니다.

  올 초반에 비해 3배 가까운 가격 상승이 있었죠.

  유가가 동일 기간 50불 -> 80불로 오른데 비하면 어마어마한 상승입니다.

  이런 비료 가격 상승은 곡물의 원가 상승으로 이어지고

  그렇게 되면 옥수수 가격 상승으로 그를 원료로 하는 식품 가격 상승

  옥수수를 사료로 사용하는 육고기 가격 상승 등 연쇄적인 가격 상승을 당연하게도 불러 일으킬 겁니다.

  참고로 옥수수 가격은 2021년 초에 500불 -> 3월 730불을 찍고 -> 현재는 570불로 내려와 있네요 (단위는 넘어가고 등락 추이만 보자고요~~)

  다행히도 미국은 내수 생산이 많기 때문에 곡물, 고기 등을 구하는 문제가 이러한 식량 자원을 수입에 의존해야 하는 국가들에 비해서는 안전한 상황이지만

  앞에서도 이야기 했듯 단순히 요소비료의 공급이 문제가 아니라 중국에서 수출하는 많은 수의 비료 조달 문제가 장기화 된다면 식량 조달이라는 생존의 근본적인 부분에 대한 고민이 필요해 지는 시기라고 생각합니다.

 

물론 식량 조달을 못해 굶어 죽는다는 이야기가 아니라 가격 상승, 공급 부족 등의 문제가 예상 되니 일부 식량의 자체 조달 방안을 고민하시는 것이 좋겠다는게 마모 회원님들께 드리는 제언입니다.

 

그냥 머리 속에 떠오르는 생각을 정확한 데이터 없이 주절거려 봤으니 큰 그림만 참고 해 주시고

다른 분들의 고견 내지 첨언은 언제나 환영이니 서슴없이 댓글 남겨 주시면 감사 하겠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