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통 판타지 웹툰 추천

두유 2021.12.10 08:08:15

안녕하세요, 오랜만에 웹툰 추천 글을 써봅니다.

 

요즘 남성 취향이든 여성 취향이든 각종 현대/게임/퓨전/환생/회귀 기타 등등 판타지 요소를 가진 작품들이 엄청 많이 나오고 인기도 많은데요. 판타지 요소가 가미된 작품들은 범람하는데 정작 정통 판타지는 찾아보기가 어려운 마당에 혼자 보기 아까운 작품들 골라 봤습니다. 정통 판타지라고 했지만 꼭 톨킨 풍의 중세 비스무리한 세계관에 엘프 드워프 오크 나오는걸 얘기하는건 아닙니다 ㅎ

 

마법스크롤 상인 지오

90년대 히트작 <까꿍>의 엄재경 작가가 스토리를 맡아 2015년부터 300편이 넘게 연재된 (지금은 시즌3 끝나고 휴재중) 장편입니다. 시즌1 초반엔 가벼운 일상물 느낌으로 가다가 자연스럽게 사건들이 얽히고 인물들이 많아지면서 이야기가 점점 복잡해지고 규모가 커지는 전형적인 판타지식 이야기 구성을 하고 있습니다. 캐릭터 및 세계관 설정이나 전투 밸런스를 보면 정말 치밀하게 준비하고 작업한다는게 느껴집니다. 여러 장소에서 여러 인물의 이야기가 동시에 진행되는 군상극 형태인 데다가 장기간 연재했는데도 루즈해지거나 설정이 꼬이거나 하는 일이 없는 것 같아요. 작화, 연출도 나무랄 데가 없습니다.

 

잔불의 기사

이런 판타지 주인공은 여태껏 없었다! 여기 주인공은 작품 등장인물들 중에 최약체입니다. 숨겨진 힘 같은 거 없이 정말 그냥 약해요. 근데 그걸 숨기고 엄청 강한 사람인 척 (때로는 목숨을 걸고) 연기합니다. 매회 닥치는 위기를 뛰어난 상황 판단력과 두뇌, 임기응변으로 아슬아슬하게 넘기는데 비슷한 상황이 반복되는데도 질리지 않고 재미 있으니 그게 작가의 역량이겠죠. 판타지 세계관을 갖고 있지만 이 작품의 재미는 검과 마법이 난무하는 싸움이나 영웅적 서사시가 아니라 (아직 초반이라 후반에 가면 달라질 수도 있겠지만) 약골 주인공이 어떻게 머리를 써서 위기를 모면하는지 지켜보는 데에 있는 거 같습니다. 작가가 나레이션을 자주 쓰는데 그걸 이용한 연출도 기가 막힙니다. 작가의 전작 <애늙은이>와 세계관을 공유합니다.

 

아이레

최근에 올라온 1부 마지막화의 후기를 보니 그림 작가의 건강 문제로 기약 없는 휴재에 들어간다고 해서 추천하기가 좀 망설여지긴 했지만 넣었습니다. 극과 극의 신분을 가진 남녀 둘이 전설로만 여겨지는 보물을 찾아 모험을 떠난다는 교과서적인 판타지 전개로 이야기가 시작합니다. 사소하게 드러나는 설정들이 꽤 정교해 보이고 대체로 깔끔한 이야기 전개가 맘에 들었었는데 (중간에 전개가 늘어지면서 댓글로 욕 많이 먹은 부분이 있긴 했는데 그 즈음에 휴재를 결정하면서 스토리 전개에 차질이 있었던 모양이더군요) 언제 다시 연재될지 모르니 아쉽습니다.

 

마법사랑해

지금까지 연재된 회차는 이 중에 제일 적지만 사실 이 작품 추천하고 싶어서 이 글을 썼다고 해도 과언이 아닙니다. <MZ>의 청설모 작가가 그림을 그렸는데 이 그림이 이렇게까지 판타지에 잘 어울릴 줄이야... 댓글에도 그림 얘기가 많은데 그림이 따뜻하다고 할까요? 뭔가 애틋함 같은게 느껴질 때도 있고 그래요. 그러면서도 필요한 부분에서는 힘이 팍 들어가 있고요. 이야기는 오래 전 전설적인 마법사가 목숨을 바쳐 봉인한 마왕의 부활이라는 흔하디 흔한 소재를 가지고 진행되는데 세부적인 극의 진행이나 연출이 아주 짜임새 있어서 정말 재미있게 읽고 있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