숙소 밖 건물 창에 비친 건물 모습이 그림 같았던 아침
일어난 침대에서 그대로 숙제하는 1, 2호
이웃 권유로 놀며 공부하자고 가입한 수학 경시대회팀 과제가 연휴에도 나온 듯
그 사이 2호와 나누어 쓰던 컴퓨터를 독차지하고 '코딩'에 열 올리는 3호
코로나 사태가 번지지 않았다면 뉴올리언스(New Orleans)에 있었을 시간. 싸게 마련한 항공권이라 더 아쉬웠던 취소.
가려던 낯선 곳과 달리 낯익은 곳 여행이 주는 재미, 추억 놀이차 찾은 햄버거 가게
2년 전 내슈빌(Nashville, TN)에 가는 길에 잠시 쉬어 점심을 해결했던 곳
4년 전에는 애틀랜타(Atlanta, GA)로 여행을 가면서 들렀던 곳
다시 2년 만에. 올 때마다 이어진 줄 끝에 햄버거를 받아 온 처.
먹었던 맛을 기억할 리는 없지만 맛있다고. 내겐 햄버거 못지않게 감자튀김도 일품.
낯익은 곳 여행의 또 다른 묘미라면 목적하는 볼거리가 없으니 여유가 늘고 방황이 쉽고.
좋아하는 시장 구경만큼이나 흥미로운 중고가게, 이름이 '래빗'이라니 더 반기는 토끼띠 3호.
마음껏(?) 사라고 준 5불로 쇼핑을 시작한 아이들
그렇게 루이빌에서 먹고 돌아다니다 오하이오강 다리를 건너 제퍼슨빌로
오가며 보기만 했던 강변을 걸어 보자고
1, 2호가 무섭다고 싫다는 선착장으로 가 비틀거리며 엄살을 떠는 3호
보는 것보다 훨씬 깔끔하고 걷기 좋게 다듬어진 강변
해가 점점 기울고 그림자도 길어지고
길지 않은 산책길 끝을 찍고 돌아가는 길
강변을 올라 마을로 가는 길에 뜬금없어 보이는 높은 벽
낯익은 제퍼슨빌 식료품점. 가던 길을 세워 기억하냐고 묻지만 역시나 모른다고
여행하며 치러왔던 1, 3호 생일 파티. 맛은 없더라도 케이크는 있겠지 하고 갔지만 없었던
이어 이리저리 걷다 본 소 그림은 기억이 난다고 머리를 쑥 들이미는 아이들
작은 키 3호가 서고 소띠 2호가 달려들고 1호는 엄마 소가 됐다고 웃었던 기억
굵은 모래 뒤로 긴 그림자가 늘어진 길바닥도 그림 같았던
숙소로 돌아와 달려간 수영장
손님이 뜸한 덕인지 전세 낸 듯 세 아이가 독차지
줄 세워 기념사진 찍자고 하나둘 셋 하니 튀어 오르는 3호
수영 끝 구경만 하겠다고 아침 거리 도넛을 펼친 2, 3호. "그래, 하나씩만 먹어라!"
다시 밤, 내려 본 라이브 거리는 여전히 조용.
*
"메리 크리스마스!"
여행 사진은 이어지지만 지금은 여행 잘 마치고
집에서 크리스마스 아침을 맞았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