두 눈 똑바로 뜨고 뺑소니 당할 뻔한 날

세머이 2022.01.28 06:10:17

(부제: 재수 없는데 재수 좋았던 날)

 

운전하고 다닌지는 10년 좀 넘은것 같은데, 지난 12월 처음으로 교통사고를 겪게되었습니다 (다친 사람 없고, 사고도 큰 편은 아니었지만) 처음이라 많이 놀라기도 했고 사고 처리를 하는것도 미숙한 점이 많지만, 살다보면 있을 수도 있는 일이기에 저의 첫 교통사고 경험(?) 을 이곳에 공유 해 봅니다. 

 

지난 12월, 자동차여행을 하던 중에 미중남부에 있는 작은 시골도시를 지나게 되었습니다. 반탱크정도의 기름이 남아있었으나, 워낙 시골지역이라 주유소가 있을 때 미리미리 넣어놓는게 좋을것 같아 굳이 가지 않아도 될 주유소에 들른 것이 화근이었습니다. (No good deed goes unpunished!!)

 

아래 보시는 것 처럼, 4거리 intersection의 한 코너에 위치한 주유소였고, 미국 여느 주유소처럼 작은 편의점이 있는 곳이었습니다. 저는 아래 빨간색으로 표시된 주유 station에 차를 대고 평소와 같이 주유를 시작하고 있는데, 검은색으로 표현한 RV를 연결한 트럭(T표시)이 제 차 방향으로 오는것을 확인하였습니다. 주유를 하러 온 차량이겠거니 대수롭지 않게 여겼습니다. 제 차와 주유기 사이에 서서 (노란색 점이 접니다) 주유가 끝나기를 기다리고 있는데, RV를 단 트럭이 편의점 앞쪽을 지나 검은 점선 방향으로 지나가려고 점점 가까이 오고있었습니다. 너무 가까워진다 싶었지만, 운전자가 고개를 왼쪽 뒤로 돌려 제 차를 확인하는 것을 보고, 괜찮겠지만 그래도 잘 지켜봐야겠다 싶어 보고있는데, 제 차의 오른쪽 후방부 코너부분에 쾅 하고 부딪히는게 아니겠습니까? 제 두눈으로 똑똑히 사고가 나는 모습을 처음부터 끝까지 직접 보게되니 (2년밖에 안된 새 차가 처참히 찌그러지고 박살나는 모습을 보니) 가슴이 찢어지는 듯 철렁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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첫 충돌할때 소리도 컸지만, 제가 더 놀란 것은 - 이 차의 운전자가 모르고 그러는 것인지 일부러 그러는 것인지 - 멈추지 않고 계속 진행방향으로 가는 것이었습니다. 제 차는 prius prime으로 작은 세단인데, RV가 충돌한 상태에서 멈추지 않고 계속 진행하자 제 차가 찍힌상태에서 좌우로 흔들리면서 RV 옆에 끌려가면서 (아래 그림에서 연두색 점) 많은 추가 damage가 생겼습니다. 보조석에 앉아있던 동승자는 흔들리는 차 안에서 괴성을 질렀고, 상대 트럭+RV는 멈추지 않고 반대편 도로로 계속해서 진입하고 있었습니다. 순간, 이렇게 눈뜨고도 뺑소니를 당하는 구나 싶었습니다. 그래서 주유기는 차에 꽂힌채로 두고, 저만 전속력으로 달려가 도로로 진입하고 있는 RV의 뒷 부분을 두드리며 멈추라고 소리를 질렀습니다. 일부러 그런것인지는 알 수 없지만, truck+RV는 멈추지 않고 계속해서 도로로 진입했고 그대로 중앙쪽 차선으로 바로 이동하여 속력을 내기 시작하며 달려갔습니다. 제가 더 차를 쫓았다면 뒤에서 오는 다른 차들에 치일수도 있을것 같아 더이상 따라가지는 못하고 발만 동동 구르며 RV의 번호판이라도 급히 찍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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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러고 나서 일어난 일들은 너무나 순식간이었지만 정확히 기억납니다. 도망가는 RV의 번호판을 찍고, 동승자가 괜찮은지 확인하기 위해 제 차의 앞부분쪽으로 일단 돌아섰습니다. 그런데 저 멀리서 새까맣게 Tinting을 한 커다란 Tahoe차량이 제 차 오른쪽으로 오더니 RV와 같은 경로로 큰 길로 빠르게 진입했습니다. 덩치가 큰 Tahoe차량이 지나가자 편의점 앞쪽에 여러 목격자가 있는게 보였고, 연락처라도 받아야겠다 싶은 그때, 그들은 극도로 흥분해있는 저를보고 이렇게 외쳤습니다. That's a Sheriff! He's gonna catch him!!!!!! 

 

그 말이 어떻게 제 귀에 들렸는지도 모를만큼 심장은 쿵쿵 거리고 숨도 안쉬어졌지만, 다시 뒤돌아 RV가 떠난 쪽을 바라보았습니다. 정말로 그 까만 Tahoe차량은 매우 빠른속도로 RV를 쫓았고, 순식간에 RV차량을 도로 중간에 세웠습니다. 그리고는 큰길 건너편 공터로 그 Truck+RV를 pull over했습니다. 동승자와 '침착하자. 침착하자'를 여러번 되내인 후, 신호등을 건너 RV차량이 멈춰선 곳으로 뛰어갔습니다. 체격이 아주 좋으신 두분의 Sheriff와 매우 고령으로 보이시는 truck driver 아저씨가 상황을 이야기하고있는 곳에 가까워지자, Sheriff중 한분이 제쪽으로 걸어와, 일단 제 차로 다시 돌아가서 면허증/차등록증/보험증을 챙겨 기다리라 했고, 지역 관할 Police를 불렀으니 금방 올것이라는 얘기를 들었습니다. 

 

혹시 그 트럭이 다시 도망가려하지는 않을까 계속 멀리서 주시하면서, 제 차의 상태를 확인하고 핸드폰으로 사진과 동영상을 남겼습니다. 그제서야 주유하던 pump 도 차에서 빼서 다시 주유기에 꽂았습니다. 정말 신기하게도 5분 내로 지역 경찰분이 상대 RV가 있는 곳에 나타났고, 경찰 (묵직해보이는) 오토바이를 타신 분이 한분 더 오셨습니다. 멀리서 저는 계속 (또 도망 안가나) 주시하고 있었는데, 잠시 후에 경찰이 차를 몰고 주유소 제 차쪽으로 왔습니다. 경찰은 What Happened?라고 저에게 물었고, 저는 제 입장에서 보고 겪은일들, 무엇보다 RV가 사고를 내고도 멈추지 않고 도망간 부분에 대해서도 설명했습니다. 만일 Undercover Sheriff가 따라가서 pull over 해주지 않았다면 이건 hit and run이었을거라고 말했습니다. 그리고 경찰에게, 상대방이 정말 몰랐는지, 왜 도망갔는지 물어봤냐고 물어봤습니다. RV를 두드리며 뛰어가는 상황이 꽤 위험했었기에 사고는 사고라쳐도, 도망간 부분이 너무 화가났었습니다.

 

경찰은 제 얘기를 들은 후에, 제 서류 3종세트를 들고 경찰차 안에서 한참동안 무언가를 확인했고, 잠시 후에 제 차를 몰고 큰길 건너편 RV가 있는 곳으로 이동하자고 했습니다. 건너편으로 차로 이동한 후에 상대편 운전자를 만났습니다. 평소에 마모에서 교통사고 후기를 볼때 I'm sorry라는 말은 (정말 100프로 내 과실이 아닌이상) 하면 안된다는 글을 본 적이 있었고, 저는 정말 마른하늘에 날벼락 맞은 케이스라고 생각해서, 상대방이 뭐라고 말을 꺼내는지 유심히 지켜보았습니다.

 

경찰은 Police report를 만들어오겠다는 말을 하고, 상대방 드라이버와 저를 남겨두고 경찰차로 갔습니다. 기다리는 동안 상대 운전자는, how bad is your car? is your brake light working? are you passing through this town? We're also passing through this town 등등, 별로 큰 도움되지 않는 이야기만 하였습니다. 보험 관련된 이야기도 전혀 하지 않았지만, 그나마 I'm sorry this happened. I really didn't know라고 하였는데, 제차는 박살이 났음에도 RV에는 작은 스크래치 밖에 남지 않은 점, 그리고 매우 고령의 할아버지이신 점을 고려했을때 정말로 몰랐다는 말이 조금은 믿어지기도 했습니다. 그래도 미안하다고 하니 정말 화가났던 마음도 조금 진정되는것 같았습니다.

 

시골마을이어서 그런지는 모르겠지만, 정말 친절하고 마음 좋은 경찰분을 만나서, 사고가 났으니 보험사에 연락해서 어떻게 진행하면 되는지 친절하게 설명받았고, 또 제 차가 많이 박살나서 이 상태로 운전하면 다른 경찰한테 pull over 당할 수 있고 ticket까지 받을수 있다는 이야기와 어떻게 하면 되는지 까지 설명 들을 수 있었습니다. 그리고 무엇보다 처음 사고가 났을때 그 Undercover Sheriff가 없었다면 주유소 cctv요청하는것부터 이 일을 해결하는게 정말 훨~씬 더 고생스러울 수 있었다고 생각하니, 정말 많이 놀라고 당황했지만 그래도 감사한 일들이 꽤 많았던것 같기도 합니다. 

 

사고가 난 이후에는, 원래 과실이 있는 운전자측에서 자기 보험사에 연락을 하고, 그쪽 보험사에서 연락이 오는거라고 해서 몇일 기다려봤는데, 아무도 연락이 오지 않았습니다.(이때 또 좀 초조해지더군요) 상대 운전자가 정말 연로하신 할아버지 운전자이셨기에, 보험사에 직접 proactively 연락 안할거라고 예상은 했기에, police report에 있는 상대방 보험사로 직접 연락해서 상황설명하고, 그날 찍은 사진 보내주고 (특히 주유 pump가 그대로 꽂힌 채로 차 뒷부분이 박살난 사진이, 제 차가 completely 멈춰있는 상태였음을 증명하는데 많은 도움이 된 듯 합니다), police report 보내고, 모든 것을 스스로 소명하였습니다. 상대측 운전자에게 사실 확인후에 저에게 연락준다고 했으나, 그 연락도 몇일 기다려도 오지 않기에 또 다시 직접 상대측 보험사에 연락해서 다시 상황 설명하는 일을 두번 더 반복 했고, 마침내 100% 상대측 liability를 쉽게 (당연히) confirm받았고 그 후에는 차 수리하는 단계로 쉽게 넘어갈 수 있었습니다. 

 

사고 난 직후에 경찰에게, 내 생각에는 내 잘못은 없는것 같은데 폴리스 리포트에 이런 내용이 들어가냐고 물어보니 (별걸 다 물어봤죠? ㅎㅎ) 사고 났던 state law에 따르면 경찰은 그런 부분을 결정내릴 수 없고 stating the facts만 할 수 있다고 하면서, "제차는 멈춰서 주유중이었고, RV는 주유소를 빠져나가는 중에 프리우스의 우측 rear bumper에 충돌함" 이라는 statement를 바탕으로 보험사들끼리 liability를 결정해야한다고만 말해주더라구요. 솔직히 저는 completely stop 상태에서 주유하는 중에 일어난 일이었고, 제 차는 주유기 바로 옆에 (앞이나 뒤로 튀어나가있지 않음) 댔었기에 당연히 제 잘못은 0%라고 생각은 했습니다. 하지만, 막상 보험사와 연락을 주고 받다보니, 혹시나 100% 상대 과실을 증명하는것이 어렵지는 않을까 걱정을 했습니다만, 보험사에서 pretty clean and dry case라고 금방 100%과실을 인정해서 기뻤(?)습니다. 

 

이번 사고를 겪으며, 내가 잘못한 것이 없어도 (혹은 나는 착하게 가만히 있었는데도) 누가 와서 들이 받을 수 있고, 그러고 도망까지 가는데 못 잡으면 그만일 수 있구나 싶어서 좀 황당하고 화도나는 경험이었습니다. 그렇지만 Sheriff덕에 기적적으로 상대방을 잡을 수 있었고, 무엇보다 다친사람이 없다는 것에 감사하고있습니다.

 

사고가 난 순간부터, 계속 '침착하자 침착하자'를 외쳤고, 상대 운전자측 정보와, 증거수집을 최대한 하려고 노력했지만, 그래도 사고 처리시에 유념하면 좋은 점이 있다면 댓글로 알려주시면 감사히 듣겠습니다. 아무쪼록 마일모아 이웃님들 모두 안전 운행하시고 늘 건강하시길 빕니다! 긴 글 읽어주셔서 감사합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