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Feb. 1. 2022 Update)
달아주신 댓글들 빠지지 않고 다 읽었습니다. 여러분들의 격려와 의견 그리고 자신의 경험담 공유해주셔서 감사합니다. 뻘글에 다시 대댓글 하나씩 달기도 너무 뻘쭘해서 이렇게 읽어주신 분들께 감사의 마음을 전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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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 글을 쓸까 말까 몇 년을 망설였는데, 오늘 이왕 발권 관련 질문 2개 하려 마일모아 켠 김에 다시 한 번 용기내서 집필 해봅니다.)
이 주제에 들어가기 전에
왜 제가 이제껏 은퇴관련 글쓰기를 망설였냐 부터 말하고 싶습니다.
오래된 마일모아 회원분들은 아시겠지만 제가 금융이나 재테크 관련 이야기를 곧 잘 쓰고 답변도 많이 달고 그러던 때가 있었습니다. 하지만 돈 관련 이야기는 마일모아 본연의 기능이 아니고 (물론 마일모아님은 뻘글에서 정보난다고 많이 용기를 주시지만요), 많이 민감해질 수 있는 여지가 있는 토픽이고, 그렇다고 정답이 있는 문제도 아니고...
가장 결정적으로 "어떻게든 마일 많이 모아서 비지니스 한 번 타보자"는 열정만 있으면 대부분 성취할 수 있는 골이지만 "열심히 모으면 은퇴할 수 있어요"는 정말 모든 분들의 경제적 상황, 가족 상황, 나이, 꿈꾸는 이상적인 은퇴가 다 다르므로, 결국은 개인의 매우 주관적인 관점만을 이야기할 수 밖에 없는것 같아요. 그래서 더욱더 불특적 다수가 읽는 게시판에 쓰기 망설여지고, 오프라인에서 절 아는 분이 꽤 있어서 이런 이야기를 끄적이는 것도 부담스럽고요.
그럼 왜 이제와서 이걸 쓰려고 하냐라고 물으신다면... 역시 그래도 그간 도움받았던 마일모아에서 한번은 언급하고 넘어가고 싶었던 문제이고, 그리고 저도 이 문제 때문에 판데믹 동안 계속 스트레스 받았던 부분이라 여기서 한풀이 좀 하고 싶어서요.
당부 드리고 싶은 말
이 주제는 정말 사람마다 받아들이는 의미가 천차만별입니다. 정답이 있지도 않아요. 숫자계산이나 세부 방법으로 들어가면 샛길로 들어갈 수 있는 방향이 백가지도 넘어요. 그래서 이 글은 그냥 개골개골은 이런식으로 생각하는구나 정도로 읽어 넘겨주시지, "아니야, 나의 은퇴는 이런게 아니야", "이것도 고려해야지 너무 단순하게 접근한거 아냐?" 등의 접근은 삼가해주셨으면 합니다.
은퇴를 위한 전제조건 - 자산
일단은 일을 안해도 내가 원하는 수준의 삶을 살 수 있는 자본력이 있어야되겠죠? 그래서 요즘 한참 유행하는 FIRE에서도 Financial Independence가 먼저 나오기도 하구요 (물론 약자로 좋게 만들려고 그랬겠지만요). 그래서 얼마나 있어야 되는데라고 저에게 물어보신다면... 다음과 같이 대답할 것 같습니다.
가진자산 > 일년예상생활비 * 30~35배
통계적 증명은 Trinity Study와 Safe-Withdrawral Rate에서 나오는 것입니다만, 변인이 너무 많기 때문에 이것만 깊게 파고들어가도 이야기가 끝없이 나올 토픽입니다. 모든 자잘한 변수 다 빼고 나면 결국은 "내가 일년에 얼마나 쓸까?"가 가장 중요한 변수입니다.
예를들면 "난 은퇴해도 친구들 다 살고 있는 맨하탄/베이지역/시애틀에 살면서, 일년에 2번은 꼭 해외여행 다녀오고, 차도 3년마다 새 포르쉐를 사야되"라고 하면 일년 생활비 30만불해서 천만불이 있어야 은퇴할 수 있는거구요. 그냥 적당한 곳에서 적당한 취미생활하면서 보낸다면 그보다 수배 적은 돈으로 당연히 원하는 삶을 살 수 있는거구요. 어느정도너무 돈에 쪼들리지 않는 생활비라는 건 있겠지만, 어느정도 럭셔리가 내가 원하는 은퇴인가라는 부분은 정말로 개인의 선택이라고 말씀드릴 수 밖에없습니다.
이 수식에서 중요한 부분은, 제일 중요한 변수인 생활비의 많은 부분을 내가 (마음만 먹으면) 컨트롤할 수 있다는 점입니다. 그리고 사실 나이가 되서 할 수 없이 은퇴하시는 분들을 보면 가진 자산과 연금에 맞춰서 생활비를 맞추시므로 많은 분들이 반강제적으로 실천하시고 있는 부분이구요.
나는 왜 은퇴를 못하나?
미국에 와서 10년 넘게 열심히 저축했습니다. 그리고 제가 이민 초기에 생각했던 은퇴를 위한 자산 수준에 2020년 판데믹 들어갈때즈음 도달했습니다. (여기서 주의해야할 점은 "생활비" 변수는 사람마다 다르고 저희 가족은 매우 저렴하게 사는 편입니다 ㅋㅋㅋ) 지금은 그보다 자산이 좀 더 늘어난 것 같습니다.
하지만, 조기은퇴(FIRE)를 바라보며 지난 10년 그렇게 열심히 공부하고 달려 왔는데, 여전히 하던 일 계속하고 있습니다. 지난 1년 이상 "왜 나는 은퇴할 수 없나"라는 스트레스로 너무 힘든 시기를 보냈습니다. 알고 있습니다 매우 배부른 투정임을요. 하지만 그렇게 추구하던 목표를 겨우 달성했는데도 내 삶에서 바뀐것 하나도 없다는 무력감은 매우 극복하기 힘든 고통이었습니다. 아직도 답은 다 알지 못하지만 몇 가지 제 생각을 정리해 보았습니다.
돈은 필요조건이지만 충분조건은 아니다
어느 정도의 돈은 행복하게 살기 위한 필요조건임은 확실합니다. 하지만 안타깝게도 돈은 Life Style을 바꾸고 큰 인생의 결정을 하기위한 충분조건은 절대 아닙니다. 은퇴의 결정은 물론 돈이 있는 상태에서 하나의 큰 불안요소를 제거하는 역할을 하지만, 그것만으로 사람은 수십년을 해오던 루틴에서 벗어날 수 없는 것 같습니다.
다른 말로 하면 은퇴는 할수있으니 하는게 아니고 해야하니까 하는거다라고 말씀드리고 싶습니다. 해야하는 이유에는 여러가지가 있을 것 같습니다. 가장 일반적으로는 건강상의 이유 그리고 사회제도적으로 만들어 놓은 정년이라는 반강제적인 이유가 있을꺼구요. 그 외에도 지금하고 있는 일이 너무싫어서, 가족과 더 많은 시간을 보내고 싶어서, 인생의 다른 목표를 찾으려고 등 다양한 이유들이 있겠죠.
나를 가로막는 것들
저의 문제는 아마도 FIRE라는 유행, 그리고 대부분 "어떻게 Financially Independent 할 수 있냐"에 초점을 맞춘 차고 넘치는 블로거와 유튜버에 매몰되어서 진정으로 내가 은퇴를 원하는지, 원한다면 무엇을 이루려려고 하는지... 등의 나와 내 가족의 Life Style을 완전히 바꿔야 된다는 각오 없이, 그저 "돈 많이 모아서 은퇴해야지"라는 매우 얄팍한 목표에만 매달려 왔다는게 가장 큰 이유인 것 같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