마루에 자리펴고 앉아 손에 물감 범벅을 한 채 올려보는 2, 3호
싸게 파는 미술 세트를 덜컥 사서 보여주니
'메~'하고 등 돌린 1호와 달리 다행스럽게도 달려든 2, 3호.
매사 느리지만 꼼꼼한 2호, 자리도 손도 비교적 깨끗이
덜렁대고 급하지만, 열정적인 3호는 손도 자리도 물감칠 가득
섞어 부은 물감이 '닭 똥색' 단색이 된 캔버스에 다시 부어 색과 모양을 만든 3호
서로 만든 작품을 두리번거리는 걸 보니 다 마친 듯.
한번 실패 끝에 마친 3호의 작품
물감 붓고 신중히 흘려 만든 2호의 작품.
1호 대신 만들었던 내 작품
"작품이 멋있다. 재밌다. 다음엔 더 잘할 수 있겠다."며 기대 이상 만족한 2. 3호
작품이 잘 마르게 들어 받침대를 깔아 두고 자리를 뜬 2, 3호
이제부터는 내 시간
아이들이 잡고 움직였던 순간이 남은 자리를
천천히 들여다보면서
음미하고 기록하는 시간
"뚝뚝 떨어졌던 물감 방울에 당황하진 않았을까?"
"빨간물감 가운데를 꾹 눌러 짠 건 3호겠지!"
일어나 카메라를 수직으로 돌려 찍으면서
깔아 놓은 자리를 캔버스 삼은 그림 찾기
물감을 붓고 흘리면서 그림을 만든 아이들이
자신도 모르게 물감을 흘리다 흘린 자리가
그림이 된 걸 알까 싶어
아이들에게 보여주려는 마음에 신경이 쓰였던 촬영
어쩌면 보여주더라도 내가 봤던 그림과는 다르게
물감이 떨어지고 흘렀던 순간을 먼저 되살릴지도
가늘지만 강한 생명력을 느꼈던 선, 아이는 캔버스에 얹기 전 흘렀던 당혹감을 떠올릴지도.