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이 목에 생선가시 걸려 응급실 다녀온 후기

살살금왕창 2022.02.22 07:54:34

미국 의료 시스템에 대한 불만이야 어제 오늘 얘기가 아닙니다만,

최근에 11세 남자 아이 응급실 다녀온 이야기 잠시 나눕니다.

 

2/7일 저녁 식사에 고등어 반찬이 있었는데,
이 글을 쓰고 있는 아빠의 불찰로 아이가 생선가시를 삼키는 일이 발생합니다.

저녁 내내 불편하다고 해서 물도 마셔보고 경과를 살폈지만,

다음 날 아침까지 차도가 없어서 주위 urgent care를 알아봤습니다.

 

아이들을 위한 동네 Urgent Care는 낮 12시에 연다고 해서, 우선 학교를 보내고, 아이를 10시 좀 넘어서 픽업을 해왔네요.

Urgent care에 방문해서 접수하려다가, 조치 가능한지를 먼저 문의해 보니, 자기네가 할 수 있는게 별로 없다면서 ER을 가라고 안내하네요.

바로 가까운 Children's Health 병원의 응급실을 방문했습니다.

 

접수하고 대기하니, 간단하게 키/몸무게 및 앨러지 특이사항 확인 후 응급실 병실을 배정받습니다.

담당 간호사가 방에 있는 TV로 만화를 틀어주길래 오래걸리겠다 싶어서 회사에는 오후 휴가를 요청했습니다.

한국에서는 밥한숟가락 꿀꺽 해보라고도 하고, 열무김치를 먹어보라고도 하는데, 미국 간호사는 바나나를 먹어봤냐고 물어보네요.

 

잠시 대기 후에 X-Ray를 찍어보자고 해서, X-Ray를 찍고 다시 대기했더니

의사가 들어와서 하는 얘기가 X-Ray 확인해보니 아무것도 안보인다고 ENT 의사와 연락해 보자고 하네요.

ENT 의사가 와서 아이와 대화 좀 나누고, 고등어 가시 때문에 가끔 환자들이 온다고 하면서,

실제 가시가 없지만 가시가 내려가면서 낸 상처로 인해서 통증을 호소하는 경우도 있다는 안내를 해주면서

아이가 불편하다고 하니 내시경으로 검사해서 확인해보기로 하고 수술(?)예약을 했습니다.


수술을 하기위해 Covid 검사도 진행했고, 아이는 ER에서 수술실이 있는 병동으로 이동했습니다.

내시경을 진행하기 위해 전신마취를 하기 때문에 수술 동의서에 서명을 하고, 아이는 수술방으로 들어갑니다.

수술은 30~40분 정도 소요 예정으로 수술 후 회복실에서 30분 정도 경과를 보고 병실로 옮길 예정으로 안내 받습니다.

2시간 정도 지나서 집도의(ENT doctor)가 나와서 설명을 해주는데, 아이는 안전하게 회복실에서 회복중이라고 하면서,

목부터 식도 깊숙한 곳까지 철저히 확인을 했는데, 가시를 발견하지 못했다고 합니다.

내시경과 함께 Suction이 들어가는데 거기서 뽑혔을 수도 있지만, 직접 확인하지는 못했다고 했습니다.

아니면 가시가 내려가면서 상처를 낸 것으로 인해 통증을 느꼈을 수도 있다는 의견으로 마무리가 됩니다.
그리고, 내시경이 들어갈때는 혈흔이 없었지만, 내시경으로 확인하면서 약간의 출혈이 발생했으니 12시간 입원하면서 경과를 봐야 한다고 하네요.

 

아이가 나오고, 입원실로 이동을 합니다.

내시경으로 인한 목에 통증이 있다면서 말을 잘 못했지만, 다행이도 가시로 인해 기분 나쁜 느낌은 사라졌다고 하네요.

이후 정신이 좀 들고 나서는 목 안에 달랑거리는게 떨어질 것 같다고 해서 확인해 보니, 목젖이 빨갛게 되어 구부러져 있더라구요.

(한국말을 제법 하는 편이기는 하지만 아직 uvula도 모르고, 목젖도 모르구요.)
이 때 시간이 오후 6시쯤 되었고, 다음날 아침 6시에 의사가 퇴원해도 좋다는 허락을 받고, 퇴원했습니다.

다음날도 등교하지 않고 집에서 쉬었는데, 목이 불편해서 기침을 계속했습니다.

그 다음날은 학교를 갔는데, 아직 딱딱한 음식을 먹기는 어려울 것 같아 고기국에 밥 말아서 보냈는데, 거의 남겨 왔네요.

목소리가 정상으로 돌아오고 기침이 멎기까지 대략 1주일 정도 걸렸습니다. 

 

회사 보험으로 처리가 될 것이라 생각해서 크게 걱정하지는 않았지만,

오늘 확인해보니, 병원에서 보험회사로 청구한 금액이 $24,454.45 였고,

보험회사 할인으로 보험회사에서 지급하기로 한 금액이 $16,873.57 이네요.


제가 감당할 금액은 deductible $150 으로 끝나기는 했지만... 
보험 없이 병원 방문하면, 몇 시간 만에 차 한대 값 뚝딱하겠다 싶어서 후기 남깁니다.

 

참고로 병원 방문해서 5시간 동안 만난 간호사 숫자만 해도 엄청납니다.
ER에서 접수 받는 분/ER 병실 담당/마취의사 간호사/수술실 간호사/회복실 간호사/입원실 담당

모든 분들께 pay해야 하는거잖아요. ㅡ.ㅡ;

2022년은 이 사건으로 더 이상의 건강문제 없이 안전하게 보냈으면 좋겠습니다.

끝까지 읽어주신 분들과 가족들 모두 건강한 한해 되세요.

 

추가로 아이들에게 생선 반찬 주실때는 생선 가시 잘 발라주시구요.

비슷한 문제가 발생하신 경우, 보험이 있으신 분들은 큰 병원 ER로 직접 가시는게 시간 낭비하지 않을 것 같습니다.
아이들은 아이들 전문 병원으로 가시는게 훨씬 좋구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