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업데이트] 고등학생 큰 아이가 학교를 무단결석하고 일(part-time job)을 하러 갔는데 어떻게 대처해야 될까요?

동방 2022.03.18 19:06:2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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0. 댓글 달아주신 모든 분들께 일단 진심어린 감사의 말씀을 드립니다. 오후에 아이와 얘기하기 전에 집사람과 댓글을 읽고 짧은 시간이지만 아이를 대하는 태도를 좀 더 비둘기적으로 가져가 보자고 다짐했습니다. 그렇게 아이랑 2시간정도 때로는 서로 언성을 높였지만 나름 생산적인 대화를 나눴습니다. 

 

1. 일단 제가 생각한 '무단결석하고 일하러 가기'부터 오해가 있었더군요. 실은 그 그로서리 스토어에 있는 스타벅스에 가서 정오 즈음 내야할 중요한 숙제를 했답니다. 성적 grade를 2~3단계 바꿀 수 있는 중요한 숙제인데 아침에서야 깜박한 게 생각이 나서 (아이... 그전에 충분히 할 기회가 있었을텐데 말이죠. ㅠㅠ) 차라리 학교에 늦더라도 숙제를 하고 가야겠다고 생각했답니다. 결국 숙제를 마치고 학교에 갔고 숙제를 냈다고 합니다. 무단결석에서 무단지각이 된거죠. 

 

2. 그 얘길 듣고 나니 나름 집사람과 준비한 멘트들의 강도가 화악 약해지더군요. 어찌됐든 제가 처음에 생각했던 이해할 수 없는 행동에서 나름 자기딴에 합리적으로 내린 결정일 수 있겠다 싶은 생각이 들어서요. 무단지각의 사유가 여전히 마음에 안 들긴 했습니다. 그냥 자기 잘못/실수의 결과를 받아들이고 F를 받는 게 맞지 않나... 굳이 학교를 지각하면서까지 그 숙제를 해 갔어야 했나 말이죠. 나~아중에 알게 된 사실이지만 그 숙제를 내냐 안내냐에 따라 이번 쿼터의 종합성적이 C에서 A로 바뀐다고 합니다. (이때만 해도 이 사실은 몰랐음. 그냥 one of 숙제정도로 생각했음) 암튼 여기서 적당히 가드 내리고 좋게 좋게 마무리 했었어야 됐는데 그래도 무단지각은 잘못이니 그라운드 1주일 정도의 처분을 내릴려고 했는데 처분의 정도가 과하다 아니다가 빌미가 되어 옛날 갈등까지 언급되면서 짧게 끝날 대화가 2시간의 언쟁이 되었습니다. 

 

3. 이게 요약을 할래도 할 수가 없네요. ㅎㅎ 암튼 많은 이야기 끝에 "다음부턴 본인의 동의하에 미리 합리적 처벌의 정도를 정하고 적용하자" 정도로 마무리가 되었습니다. 사실 첫 글에도 썼지만 학교만 잘 다니자 주의로 바뀌고 나선 크게 다툴 일도 없었는데 오늘처럼 '학교를 잘 다니지 못한 케이스'가 생겨서 예정에 없던 다툼이 생겼습니다. 어찌됐든 대화를 이어가니 결론적으로 일이 잘 마무리 된 것 같습니다. 아이는 지금 저녁 일을 하러 나갔습니다. 돌아오면 아까 대화에서 보여주지 못했던 좀 더 따뜻한 모습과 말을 건네주자라고 집사람과 다짐했네요. 여기 댓글 써 주신 분들 덕분이기도 합니다. 이 댓글들을 보지 못했다면 훨씬 더 감정이 격양된 상태에서 대화를 시작했을 거 같습니다.  여기 댓글을 종종 읽으면서 앞으로도 좀 더 마음을 내려놓고 평소에도 아이를 더 사랑스런 시선으로 바라보기 위해 노력해야겠다는 다짐을 해 봅니다. 다시한번 감사합니다. 

 

4. 일일히 감사하다는 말씀을 남기고 싶지만 그것도 이 게시판에 민폐인 거 같아 이렇게 업데이트로 갈음합니다. 마지막으로 댓글들의 의견에 첨언하는 의미로...

 

1) 아이폰 트래킹은 당연히 아이도 알고 있습니다. Find My앱으로 서로 다 위치추적 되는 걸요. 다만 너무 대놓고 너 여기있었지? 거기서 뭐해? 이런식으로 묻지는 않습니다. 그랬다간 당장 아이가 위치앱을 끌까 봐... ㅎㅎ 그냥 가끔 위치만 체크하고 모른 척 합니다.

 

2) 얘가 항상 부모 생각보단 더 주체적이라는 생각을 다시한번 했습니다. 근데 그게 왠지 부모 눈에 성이 안차서 갈등이 벌어지는 거 같습니다.

 

3) 언쟁을 통해 (이전 갈등에서도 그랬지만) 확실히 아이가 부모가 자기 편이 아니라고 생각하긴 하는 거 같습니다. 나중에 화해하고 나서 그건 절때 아니라고 얘기하고 아이도 안다고 하지만 싸우다보면 그런 느낌을 받습니다. 

 

4) 아래 roy님 실제 이야기를 듣고 위로를 받습니다. 부족한 건 부모가 "믿고 계속 들어주지" 못한 게 차이가 있었지 싶네요. 

 

밉다가도 눈물이 나네요. 핏이 안 맞는 부모 만나서 고생하는 거 같아서... ㅠ.ㅠ  

 

 

다시한번 다들 감사드립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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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늘(금요일) 아침에 큰 애(11학년) 학교에서 결석했다고 전화가 와서 알아보니 (아이폰 트래킹을 해보니) 얼마전에 파트타임 잡을 시작한 로칼 그로서리에 있다고 나옵니다. 일단 학교에는 아프다고 연락을 해 놓고 집사람과 지금 (열이 잔뜩 받은 상태에서) 이 일을 어떻게 대처해야 할지 고민중에 있는데 진짜 이걸 어떻게 해야 할지 모르겠습니다. ㅠ.ㅠ 

 

고등학교 들어서서부터 공부해라 소리로 좀 갈등이 있었습니다. 부모입장에선 숙제를 까먹고 안해가니 열이 받고 이것 때문에 많이 싸우다가 지금은 많이 내려 놓은 상태입니다. 그냥 학교 늦거나 빠지지만 말고 다니고 (이건 좀 mandatory)  왠만하면 숙제는 하고 다녀라 (이건 부탁정도)로 바뀌었습니다. 참고로 아이는 운동 좋아하고 문제아라고 할만한 아이는 아니고 학교 성적도 AP포함해서 대체로 B이상은 받는 수준(최근에 쿼터 별로는 C나 D도 나오는 편)입니다. 보다 좀 근본적인 갈등은 생활적인 측면에서도 아이가 좀 부모의 지시를 좀 쉽게 어긴다고 해야 할까요 아님 성격상 뭘 잘 까먹고 신경을 안 쓴다고 해야 할까요. 암튼 요샌 딱히 바라는 거 없이 학교나 잘 다녀다오 하고 있는데... 오늘 저런 일이 처음으로 생겼습니다. 

 

 

 

저랑 집사람은 지금 약간 충격을 받은 상태입니다. 부모가 머 해라 할때 어겨서 갈등이 없던 건 아니지만 학교를 말도 없이 저렇게 대놓고 결석을 하고 파트타임 일을 하고 있다는 게 쉽사리 이해가 안됩니다. 그 와중에 집사람과 저의 스타일이 달라서 이걸 어떻게 대처하나... 한명(매파)은 엄청 혼쭐을 내서 다시는 그런 일이 없도록 큰 교훈을 줘야한다. 즉 한 번만 이런 일이 있으면 학교 그만둬라 (진짜로 그만두게 할 용의가 있음. 페널티에 좀 점프가 있긴 한데 그간에 쌓여 온 것들이 이번 걸로 폭발했다고 해야하나..) 이러자는 의견이고, 다른 한명(비둘기파)은 그냥 2주정도 빡센 그라운드 시키고 또 그러면 좀 더 쎈 그라운드 정도... 이러고 있습니다. 

 

매파는 비둘기파 보고 그래선 교훈을 줄 수 없다 그러고 비둘기파는 매파보고 그러다 얘가 또 생각없이 결석해서 진짜로 학교 때려치게 하면 얘 인생 어찌 할려고 그러니 이러고 있고... 근데 지금 비둘기파가 매파의 의견에 동조되어 가는 중인데... 이게 아무래도 우리가 (그간의 쌓인 히스토리에다) 이번에 저희 부부가 보기엔 또 다른 수준의 무책임한 아이의 행동을 보고 너무 흥분 상태가 아닌가 싶어... 남의 의견을 좀 들어보자. 근데 어디 지인들한테 묻기엔 좀 쪽팔리고 해서 이렇게 여기에 익명성의 힘을 빌어 저희 고민을 털어 놓아 봅니다. 

 

저희가 어떻게 해야 할까요? 도와 주세요. ㅠ.ㅠ