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술감상(5/7), 불편한 관계 풀기

오하이오 2022.05.06 00:18:18

저는 앞서 미술을 즐기지 못했던 것은 미술을 몰라서가 아니라 불편했던 것은 아닌가 하는 의문을 던졌습니다.

그리고 이번에 불편하게 만들었던 생각을 푸는 데 도움이 되겠다 싶은 이야기 3가지를 각색한 제 경험과 함께 적습니다.

 

   1. 감상은 주관, 느끼는 대로 자신있게   

틈날 때면 음악을 듣는 친구 종철이는 스스럼없이 음악을 좋아한다고 말합니다. 그렇지만 음악만큼 미술을 좋아하진 않습니다. 미술은 봐도 모르겠다고 합니다.

종철이는 록 음악을 가장 좋아하고 랩 음악은 싫다고 합니다. 그런데 클래식은 몰라서 잘 안 듣는다고, 들어도 모르겠다고 합니다.

미술과 클래식 음악에 대해선 좋거나 싫은 게 아니라 모르겠다고 합니다. 음악을 좋아한다고 할 때, 록이 좋고 랩은 싫다고 할 때 그것들을 잘 알아서 답했던 것은 아닐 텐데요.

미술감상이 모른다는 생각에 망설여지는 거는 사람 차이가 아니라 사회(문화) 탓이라고 생각합니다. 그리고 그건 극복해야 할 통념일 것이고요.

눈 뜨면서 보는 모든 것들이 미술(작품)의 재료이고 우리는 수시로 미술적 판단을 합니다. 지금 앉은 자리에서 둘러보니 다섯 종류 의자가 있습니다. 기능이 같은 이 물건을 형태와 색깔로 구분하고 선택해서 샀습니다. 이 정도 능력(?)이면 이미 미술을 즐길 충분한 준비는 된 것 같은데요.

 

 

   2. `다 좋을 순 없다`   

록 음악이 좋다는 종철이는 딥퍼플, 레드제플린은 자주 듣지만, AC/DC는 몇 번 들어 보고 듣질 않는다고 합니다. 랩은 싫어하지만 에미넘의 노래는 가끔 듣는다고 합니다.

미술도 그렇습니다. 미술을 좋아한다고 모든 미술(작품)을 좋아할 순 없습니다. 미술관의 모든 작품이 좋을 수도 없습니다. 미술관은 박물관(Art of Museum)입니다. 시대를 아울러 다양한 장르의 미술을 모아둔 곳입니다. 그 모든 곳에 공감하긴 쉽지 않습니다. 그래서 `취향`이라는 게 생기는 거겠죠. 그래서 취향에 맞는 개인전과 기획전을 보러 가는 거겠죠.

저는 미술 감상을 `관계 맺기`라고 했습니다. 그렇다면 미술관을 연회장이라고 할 수도 있겠습니다. 유명 미술관은 유명 인사가 많은 연회장일 테고요. 내 말을 막고 자기 말만 하는 일론 머스크를 보곤 무례하다고 느꼈습니다. 악수 대신 눈인사만 하고 위아래로 쳐다보는 스티브 잡스를 보곤 불쾌해졌습니다. 질문엔 답 없이 골몰하는 빌 게이츠는 답답했습니다. 가정이긴 합니다만 개인의 느낌은 사람마다 다를 수 있습니다. 유명한 작품이라고 해서 모두 제 마음에 들지는 않습니다.

 

 

   3. 그래도 모른다는 생각에 망설여진다면   

국민학교 때 소풍가면 장기자랑을 합니다.

대부분 노래를 준비합니다.

한 아이가 꼬깃꼬깃 접은 종이를 펼쳐 흘깃 보며 노래를 부릅니다. 

 

"앤 나우 디 앤 디스 히으

앤 쏘 아이 훼이스 더 화이널 커튼

마이 프렌 아일 쎄 잇 클리얼

아일 스페잇 마이 케이스 옵 위치 암 썰튼"

 

라디오에서나 들었던 팝송입니다.

제 귀에도 정말 멋있고 아름답게 들렸습니다.

아이들은 물론 선생님도 웃으며 손뼉을 칩니다.

소풍을 마치고 가수가 누군지도, 뜻도 모르는 이 노래가 아이들 사이에 유행했습니다.

 

제가 중 고등학교에 다닐 때도 팝송은 인기가 높았습니다.

영어를 배운 덕에 한글 발음 아닌 가사를 놓고 부르게 되었고, 가사도 이해하게 되었습니다.

그래서 가사도 모르고 팝송을 좋았던 어린 시절이 창피하다 느낄 만큼 컸다고 생각했는데,

 

"헹 헹씨우쏀 쪼와이워 쏭완뉜

네이와이워 쮜얍파이록 컹띤

헹 헹씨우씬 만청 로우파이 이우짜우꿔

쫑위 짜우또우멩메이 쳉틴

셍셍푼 푸이예헤이 정홍얕 팥 퐁 깜찐

워분네이 웡얕씨우 민총인

헹 헹끼우쏀 꽁토이몽안 혼꼬우홍

쫑위 쳉틴 야우 메이 와이 네이 힌

용 적네이 똥초완헹쪼이 용 인

쌈 로위삔통닌치 헤이 몽메이 우 인

깜 얕워 위네이 야우 씨 낀 뼁 낀

똥 닌쳉 치 학 씨 팀썽 령 싼 씬"

 

국민학교때 처럼 들어 적고 외워 부른 친구의 노래를 듣고 환호했습니다.

단체 여행 가는 버스였는데, 서로 부르고 싶다며 가사(한글 발음)를 적어달라는 요청을 받아들인 친구 덕에 차 안에서 '떼창'을 하며 흥겨운 시간을 보냈습니다.

 

지금도 이 노래 가사의 뜻은 모릅니다. 그래도 그때도 좋았고, 지금 들어도 좋네요

음악은 예술은 그렇게 즐겨도 되지 않을까요. 미술도 다르지 않겠지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