범죄도시2 감상후기 + 영화관 일화들

데미 2022.05.17 11:25:34

전편 범죄도시를 즐기셨던 분이라면, 범죄도시2도 충분히 즐겁게 볼 수 있을거라고 생각합니다. 아시다시피 장르가 마동석인 영화고, 액션과 유머 감각 모두 전편과 연속성을 가지고 있다고 할 수 있습니다. 

 

미국에 온 이후로 한국에 있을 때에 비해 여러가지 이유로 영화관을 찾는 일이 현저히 줄기도 했고, COVID-19로 인해 전반적으로 활동 반경이 많이 좁아져 있어 영화관 뿐 아니라 새로운 장소에 방문하는 빈도가 현저히 줄어들었습니다.

 

그러던 와중에 저와 배우자 모두 영화관에서 최신영화 본지 너무 오래 되었다고 대화를 나누던 차에-마지막 영화가 조커(2019)더군요-, 범죄도시 2가 곧 개봉한다는 소식과 San Francisco Van Ness에 있던 AMC극장이 CGV가 되었다는 것을 알게 되었습니다.

 

오, 이거다 싶었습니다. 그래서 영화를 보러 갈 계획을 세웠죠.

 

제가 사는 곳은 San Francisco까지 대략 차가 1도 안 막히고 사고 한 건 없이 도로사정이 최상일 때, 편도 2시간 반, 왕복 최소 5시간이 걸립니다.

 

CGV홈페이지에 게시되어 있는 영화 상영일이 16, 17, 18일 뿐입니다. 월, 화, 수 중에 일정을 조정해 시간을 만들 수 있는 날은 월요일 뿐. 

 

당일치기를 할까 하다가, 구글 맵 극장 바로옆에 Cortyard by Marriot가 보입니다. 전날(일요일)가서 자고, 상영시간 제일 빠른 걸로 보고 집에 돌아오기로 합니다.

 

앞서 다른 게시글의 댓글에서는 장시간 운전을 해서 영화를 보러 온 것 만 말씀드렸는데, 사실 영화 본다고 전날 와서 극장 옆 호텔에서 묵었습니다. 사실 오늘 극장에 가기 전 일요일에 사전답사도 했고, 영화관 Box Office키오스크로 재차 상영일정에 변함이 없음을 확인하기까지 했습니다.영화관 사전 답사 전에 수차례 홈페이지의 대표 번호를 전화연결을 시도했지만 전화를 받는 이가없었습니다. 

 

그리고 대망의 오늘.

 

영화관은 어제와 마찬가지로 휑 했지만, 그걸 특별하게 나쁜 징조로 받아들이지는 않았습니다. 특별한 공지나 상영 취소에 관한 안내는 어디에도 없었으니까요. 직원은 로비에서 박스오피스가있는 2층으로 가는 애스컬레이터에 한명, pop corn코너에 한명 이렇게 둘 이었습니다. 그들도 상영취소에 대해서는 일언반구도 없었습니다.

 

표를 끊고 상영관에 일찍 들어섰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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상영관 앞에 play될 영화 안내와 표를 번갈아 확인하고 입장했습니다.

 

2시 10분 경에 입장해서 영화를 기다립니다. 2시30분이 되었습니다. 광고나 화재시 대피요령 안내 영상이라도 나와야 할 거 같은데, 스크린은 계속 아무 것도 걸려있지 않은 상태.

 

엘리베이터를 타고 내려가서 에스컬레이터 앞을 지키던 직원에게, 영화시간이 되었는데 영화는 커녕 광고도 나오지 않는다고 확인 좀 해달라고 부탁하고 상영관으로 돌아옵니다. 돌아오니 2시 40분 경. 잠시 후 엘스컬레이터를 지키던 직원이손에 관람권 몇장을 들고 우리 앞에 나타납니다. 상영이 취소되었다면서...

 

정말 오랜만의 영화관 나들이를 망쳐버린 탓이었을까요? 아니면 기대하고 고대하던 영화를 아예 볼 수 없게 되어서 였을까요? 그것도 아니면 아무 소득없이 Marriot 숙박권과 포인트, 왕복 가스비와 시간을 허비한 것에 대한 허탈함 때문이었을까요? 차분하고 조곤조곤하게 얘기 했어야 했는데 언성을 높이고 말았습니다. 그 직원이 무슨 잘못이 있겠습니까? 부탁대로 상황을 확인하고 임시방편으로 관람권을 주어 보내려는 자기 나름대로의 최선의 노력을 한 거였을 거라고 생각합니다.

 

그런데 저는 차마 그대로 돌아갈 수가 없었습니다. 너무 화가 나가도 했고, 총알받이로 보내진 직원 말고 좀 더 실질적으로 이 상황에 대해 책임이 있는 사람에게 이야기라도 하지 않고는 돌아갈 마음이 들지 않았습니다.

 

박스 오피스 근처로 향하는 도중 제 요청에 직원은 무전으로 누군가에게 연락했고, 입장할 때는 보이지 않았던 매니저를 만났습니다. 

 

관람권을 준다며 다음에 방문할 것을 권하는 매니저에게 위의 상황에 대해 쏟아내듯 얘기했습니다. 웹사이트에도 박스오피스에도 아무런 공지도 없었고, 방문 전에 전화도 받지않고, 이메일로 문의해도 답장도 없다가, 심지어 입장할 때까지도 아무 말 없다가 상영취소라고 하는 이 상황에 대해 도무지 이해할 수가 없었습니다. 

 

제가 이해 한 바로는 자신들이 영화를 틀어주기 위해서는 무슨 package의 key가 필요한데 그들이(누군지 모르겠지만) key를 주지 않아 자신들이 영화를 틀어줄수 없어서 cancel이라고 한거라는 설명을 들었습니다. 영화관 내에서 영화 상영시 절차에 대해 아는 바가 전혀 없기에 무슨 얘긴지는 잘 모르겠습니다.

 

그리고 한 시간 정도 기다릴 수 있다면 자기가 저희 둘을 위해서 해당 영화를 틀어줄수 있는 방법을 찾아 볼테니 번호를 알려달라고 합니다. 상영관이 준비되면 전화를 해 주겠다면서.

 

번호를 주고 영화관 건물 안 소파에 앉아서 기다렸습니다. 

 

3시 30분 경에 모르는 번호로 전화가 걸려옵니다. 상영관을 알려주더니 팝콘이나 소다가 필요한지 묻는습니다. 화가 난 탓인지 둘 다 입맛이 없습니다. 그냥 물이나 한 병 달라고 부탁했습니다. 속에 천불이 났거든요.

 

말해준 상영관에 들어서니 정지화면의 마동석씨가 보입니다. 매니저가 물 두병 들고 들어와서 영화를 처음부터 틀어주고 나갔습니다.

 

영화는 제 화를 누그러뜨리고, 그래도 여기까지 보러오길 잘 했다 싶을 만큼 재미있었습니다.

 

그래도 영화를 어디에서 어떻게 봤는지에 대한 기억이 영화 그 자체에 대한 기억을 압도할 만 한오늘과 같은 경험를 또 하지는 않았으면 합니다.

 

영화관에서 심야 상영에 친구와 저 단 둘 뿐인 적도 있었고(한국), 영화를 보다 도중에 영화 상영이 중지되었다가 한시간에서 한시간 반 가량 지난 뒤 이어서 상영되는 상황(미국) 등 나름 우여곡절이 꽤 있었는데, 이런 적은 또 처음이네요.

 

다행인 건 영화를 보고나서 화가 더 나는 경우는 아니었다는 겁니다. 예전에 7광구를 개봉일에 극장에서 보고 나오면서 저를 비롯한 상영관을 떠나는 모든 관객이 정도의 차이는 있지만 전부 화가 나있는 듯 한 모습을 본 경험도 있어서 말이죠.

 

참, 그리고 다행히도 CGV극장 직원의 말에 의하면 제가 겪은 오늘과 같은 일이 왕왕 발생하는 흔한 일은 아닌 것 같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