나의 고향...

돈쓰는선비 2022.06.12 17:08:55

태어난 곳이 한국인 제겐... 고향은 필리핀입니다. 

아마 거의 필리핀 이민 1세대로 고등학생때 가족 이민을 했고 

그렇게 부모님이 20년이 훨씬 넘은 시간을 필리핀에서 사셨죠.

물론 전 중간에 미국으로 유학을 오고 미국에 정착을 했지만

방학마다 방문한 곳은 부모님이 계신 곳이고

가정을 꾸리고 아이들이 생겨서도 기회가 될때는 방문했던 필리핀

 

처음 5월에 도착하여 뜨거웠던 습도와 교통지옥, 

하루에도 몇번의 정전과 단수.

건물 오른쪽에선 장대와 같은 소나기가 오다가도

건물 반대쪽으로 가면 뜨거운 해가 내리쬐는 그런 곳.

많은 사람들이 웃통을 까고 다니고

비가 엄청 올 때면 샤워하러 비누들고 밖으로 뛰어가는 그런 곳.

그럼에도 하루 먹고살기 걱정하기 보단

작은것에 감사하고 대부분이 행복한 그런 곳.

모든게 새롭다기보단 신기한 나라. 

 

아버지의 잘 되던 공장을 IMF로 인해 정리를 하시고 

친구분이 그곳에계셔 결정하고 떠나게되었죠.

한국에선 많이 누렸었는데 필리핀으로 떠날땐 정말 빈손으로 떠나셨죠.

다 말할 수 없는 사건 사고들도 있었고, 눈물날 일들도 많았던 저희의 이민 생활

그 와중에서도 다시 일어나셔서 부모님은 아들 유학도 보내주시고

지금은 남은거 많이 없으시지만 그래도 미국 사는 아들부부와 손주들만봐도 

기쁘고 배부르신 부모님. 그리고 그런 부모님이 사시는 나의 고향 필리핀

 

부모님께서 한국으로의 완전 은퇴를 준비하시고 있어서

작년엔 마지막 방문을 하려했으나 코로나로 못갔거든요.

 

다시 방문은 못할거 같아 마음이 섭섭해집니다.

아직도 제가 살았던 Greenhills라는 동네 모든 구석 구석을 기억합니다.

친구들의 목소리도 아직 생생하게 기억납니다.

 

고생했던 순간보단 기쁘고 감사했던 기억과 추억이 또렷합니다.

마일모아에 간혹 동남아에대해 좋지 않은 글이 올라오는거 압니다. 

개인의 경험이든 들었던 경험이든 그 경험을 존중은 하지만 그래도 동남아, 

특히 필리핀에대해 너무 나쁘게만 보진 말아주세요. 

아무리 후진 그런 곳이라도 누구에겐 귀한 고향이고 

어떤 분들에겐 귀한 추억, 소중한 장소가 될 수 있자나요.

 

이제 내일이면 제 부모님이 그런 필리핀을 떠나십니다.

연세가 많으셔서 완전 은퇴하십니다. 

그 연세에 다행이 크게 아프신 곳 없이 타국에서 버텨주신 부모님께 감사드리며

타국에서 이렇게 잘 살아주신 (표현이 외람된지 모르겠으나) 부모님께 감사드리며

고맙습니다.

 

그리고 필리핀에 감사합니다. 

어려울때 내게 친구가 되어주고

힘들때 같이 기도해주고

기쁠때 같이 웃어준

필리핀에게 고맙습니다. 그리고 사랑합니다. 

 

(원래 오늘 저녁 출발인데... 필리핀에 화산이 터져서 내일로 비행기가 delay되었되요 ㅎㅎ)

 

[추가 글]

글을 올리고 문득 기억나는 노래가 이동원씨의 '향수'였습니다.

필리핀간다는 저에게 친구가 이동원씨의 '향수' 테이프를 선물해줬습니다.

뜨거웠던 여름, 처음가서 재미를 붙이지 못해 듣고 또 들었는데 글을 올리고 생각나는 노래가 '향수'네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