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확히 기억은 안 나는데 십 년 전 6월쯤 미국에 첫발을 들였던 거 같습니다.
미국살이 10주년을 마모에 한 번 회고해 볼까 합니다 하하
10년 전 초여름에 난생 처음 미국에 첫발을 들였습니다.
동부에 있는 대학에 합격하고 9월 가을학기 시작하기 전 미국 생활에 적응 좀 하자고 생각하고 몇 달 일찍 왔습니다.
이때는 비자의 무서움을 모르고 막연히 일찍 ESTA로 들어온 다음에 캐나다 갔다 오지 뭐~하고 막무가내로 미국에 입국했었네요 ㅠㅠ
처음 하는 타국 생활.. 처음으로 혼자 살아보는 경험.. 좌충우돌하면서 여름을 보냈네요.
그리고 8월 말 대학 생활 시작.
서울 촌사람은 차없이는 아무 데도 못 가는 미국 생활에 절망 ㅠ_ㅠ
그래도 이때는 몰랐습니다 대도시에 차 타고 갈 수 있던 그 대학가 동네는 양호한 것이란 것을…
평범한 토종으로 살다가 얼떨결에 미국 대학에 오게 된 저는 부족한 영어로 인문학을 공부하며 과외활동도 엄청 열심히 하는 대학 생활을 보냈습니다.
제가 나대는 성격이라.. 미국에서 사는 게 잘 맞더라고요.
한국에서는 모난 돌이 정 맞는다 라는 말대로 항상 꽝꽝 내려쳐지면서 살았는데
미국에서 여러 가지 일을 적극적으로 하면서 살아도 욕을 안 먹으니까 좀 숨을 쉴 수 있게 됐습니다.
여차여차 대학을 졸업을 하게 되고..
일단 opt 1년을 쓰면서 직장 경험도 쌓고 대학원을 갈까 말까 생각해보자~ 하고 취업 전선에 나갔는데..
몰랐어요 졸업하고 나서 직장 지원하면 이미 늦은 것을ㅠㅠㅠ!!
다른 미국 애들은 벌써 작년 가을부터 지원한다는 걸 몰랐고..
미국에서 인턴 경험이나 인맥이 하나도 없고 취직 안 되는 전공을 한 저는 몇백 군데에 이력서를 돌려도 연락이 안 오더라고요.
연락이 와도 비자때문에 가차 없이 떨어지고 ㅜ
그러다가 아주 운 좋게 겨우겨우 단순 계약직 잡을 잡아서 1년 조금 안 되게 미국에서 일을 했습니다.
입에 풀칠만 하는 정도..OPT가 끝나고 비자 문제로 미국에 남을 수 없는 상황..
그때 사귀던 애 (현 P2)와 한국에 들어가 2년을 살겠다는 과감한 결정을 합니다.
어릴 때 아니면 나중에 언제 우리가 같이 한국에서 살아보겠냐며..
흑 근데 이것도 현명한 결정은 아니었던 게 제가 한국에서 취업이 얼마나 힘든지 몰랐어요.
한국은 보통 몇 년씩 취준하면서 평생(?)은 아니더라도 장기적으로 다닐 직장을 찾는 문화인데 저는 그냥 가면 바로 일 시작할 수 있을 줄 알았습니다..
그래서 한국에서도 이력서를 수백 통 내고 커리어 문제 돈 문제로 고생했죠 ㅠㅠ
2년간의 한국 생활을 마치고 P2와 결혼을 했습니다.
실은 P2는 대학 생활 첫날!! 만난 애인데요. 1학년 기숙사 맞은편 방에 사는 애였어요.
평생 제가 결혼 할 수 있을 거라는 생각을 안 해봤는데
이렇게 스무 살 되자마자 만난 사람이랑 오랫동안 사귀다가 어린 나이에 결혼하다니 인생은 요지경~이네요
그 후 다시 미국행..
P2의 석사를 위해서 중부의 시골 동네(센서스에 따르면 백인 인구가 96%)인 동네로 이사하게 됩니다.
이 시골 동네에서 도대체 어떻게 해야 하나..
막막한 상황에 당장 P2가 돈을 안 버니 제가 체인 레스토랑에서 최저임금 6불?7불?정도를 받으면서 호스티스로 일했습니다.
아무리 구직을 해도 이 시골에는 일자리 자체가 없더라고요 ㅠ
다행히도 그 해가 다 가기 전에 운 좋게 opt 때 계약직으로 일하던 회사에서 정규직이지만 여전히 고졸 정도면 할 수 있는.. 그런 자리에서 일을 시작합니다.
제 커리어 얘기는 다른 글에 좀 더 자세히 쓴 일이 있어서 그 부분은 생략~
대충 온라인으로 혼자서 독학 & 회사에서 지원해주는 교육 프로그램으로 더 높은 포지션으로 옮겨 갔다는 얘기입니다.
올해 1월에 또 이직을 해서 매니저도 맘에 들고 연봉도 맘에 드는 곳에 일을 하게 됐습니다.
작년 겨울에 회사들이 사람을 뽑으려고 해도 일하려는 사람들이 없다고 난리 칠 때 옮겨서 다행이라고 생각합니다.
그때만 해도 구직시장이 엄청 과열 됐었는데 몇 달 안 지난 요즘에는 레이오프니 뭐니 소리가 들리니..
미리 이직한 게 다행이라는 생각이 듭니다.
실은 제가 작년에 몸과 마음이 안 좋아서 일을 많이 쉬었는데,
그런 어려운 시기를 지나서 그런지 좋은 직장, 가족들과 함께 할 수 있는 여유가 있다는 게 정말 소중하게 여겨집니다.
아직도 마음은 철부지 애인 거 같은데 벌써 미국살이도 시작한 지도 10년이나 되었네요.
대학생이나 어린 친구들 보면 벌써 라떼는 말이야가 자연스럽게 나오는 거 보니 꼰대로 가는 열차를 탔나 봅니다.
혈혈단신 혼자 미국에 와서 좌충우돌로 성인 생활을 시작했는데 벌써 10년이라니 감개무량합니다.
누구에게도 딱히 도움을 청할 수 없는 처지에서 항상 마모님들과 같은 인터넷 선배님들의 도움으로 여기까지 올 수 있었기에 이 기회를 빌려 감사드립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