카드 회사들도 슬슬 대안을 찾고 있나 봅니다.

배우다 2013.03.29 19:31:48

최근 저에게 생긴 두 가지 일로 카드회사들의 트렌드를 일반화하기에는 너무 성급하지만, 독립적인 두 일에 유사성이 있어서 생각하는 바를 적어봅니다.


1. US Bank의 Skypass Visa에서 두달간 더블 마일리지 행사를 한다는 메일이 왔습니다. 4월 1일부터 5월 31일까지 두달간 400불 이상을 쓰면 그 초과 사용금액에 한해 최대 2000포인트까지 마일리지를 두 배로 준다고 하니, 두달 간 2400불을 쓰면 4400포인트를 주겠다는 계산인 것 같습니다. (사인업 보너스와 상관없이 불쑥 온 오퍼이고, 제가 말하고자 하는 내용과 상관없으니 이 오퍼가 얼마나 가치있는지는 논외로 하겠습니다.) 포인트는 10-12주 정도 후에 지급이 되고, 포인트를 받기 위해서는 (받는 시기에) 유효한 밸런스를 가지고 있어야 하며, 매달 미니멈 페이먼트 이상을 해야 한다고 합니다. 


2. 얼마전 준효아빠님께서 올려주신 BoA의 Better Balance Rewards 카드로 제가 가진 오래된 BoA 카드를 컨버젼했습니다. 매달 카드를 쓰고, 스테이트먼트에 밸런스가 찍히고, 매달 미니멈 페이먼트 이상을 갚는다면 분기마다 25불(BoA계좌 가진 사람들에게는 30불)을 돌려주는 카드입니다. 1년에 120불씩 돌려 받는 것이니, 한달에 한번씩만 카드를 써주면 나름 깨알같은 보너스를 얻게 되는 셈입니다.



혹 이 두 오퍼의 유사점을 발견하셨나요? 이곳에 계신 많은 분들이 아마 저처럼 열장 스무장이 넘는 카드를 보유하고 계시고, 사인업 보너스를 위한 스펜딩을 채운 후에는 서랍(혹은 한때 한참 논의가 된 명함지갑) 속에 고이 보관하시고 다시 주력 카드 몇 개를 꺼내서 쓰실텐데요. 위의 두 오퍼는 모두 '카드를 지속적으로 사용하는 경우에 한해 혜택을 준다'는 것입니다. 물론 꼼꼼하신 분들은 여러 장의 카드를 한달에 한번씩 쓰고, 스테이트먼트 찍히면 갚고 하는 일을 반복하실 수도 있을 텐데, 여러 장의 카드를 동시에 사용하고 관리한다는 게 쉽지 않다는 점에서 위와 같은 오퍼들은 사용자 입장에서 매우 bothering 한 것 같습니다. 카드 회사 입장에서는 '바람직한' 개선 방향인 것 같습니다.


제가 회사 입장에서 바람직한 개선이라고 언급한 이유는, 그들 입장에서 보면 2009~2012년과 양상이 많이 달라졌기 때문입니다. 저는 2010년 2012년에 폭발적으로 대박 딜이 많이 뜬 게 2007~2008년 금융위기와 관련이 매우 깊다고 믿고 있습니다. (*마일모아님 혹은 게시판에서 누군가가 이미 언급한 내용일 수도 있습니다만 제 기억의 정확한 출처를 찾지 못했습니다.)  금융위기로 인해 경제가 심각한 타격을 입었을 때, 상대적으로 카드회사는 돈을 꽤 벌 가능성을 높였습니다. 이자를 받아먹는 것이 주 수입원인 카드회사 입장에서는 경제 위기로 사람들이 제때 돈을 갚지 못하고 이자를 내가며 페이먼트를 계속 미루면 이득이니까요. 한편 리스크는 매우 커졌습니다. 제때 빚을 갚지 못하는 사람들이 이자를 꼬박꼬박 내면 좋은데, 파산해버릴 위험을 무시할 수 없으니까요. 그래서 카드회사는 상대적으로 매우 신용점수가 높고 규칙적인 페이먼트를 하는 우량고객의 유치에 혈안이 됩니다. 저희가 보기에 카드 회사가 미치지 않고서는 줄수 없을 만큼 대단한 사인업 보너스를 퍼줬던 건, 카드 회사가 미쳐서가 아니라 현금흐름에 안정을 줄 수 있는 우량고객의 유치가 최우선 과제였기 때문이라고 생각합니다.


거시경제 흐름을 꼼꼼히 보지 않은 채로 이렇게 말하는 건 비약일지 모르지만, 최악의 경제상황은 피했고, 카드회사들도 어느 정도의 우량 고객 유치(특히 Amex에서 Gordon Smith를 영입하고 난 후에 완전 대박친 Chase...)에 성공했다고 가정하면, 이제 카드회사들은 (1) '우량 고객의 이탈을 막기 위한 프로모션'과 (2) '우량 고객으로부터 들어오는 안정적인 현금 흐름의 유지'가 새로운 과제가 되었다고 말할 수 있습니다. 제가 겪은 위의 두 사례는 (2)에 해당하는 전략이겠지요. 제가 꼼꼼히 찾지는 않았지만 Citi AA와 Thankyou의 기본 리텐션 오퍼 (xx개월간 yy금액에 사용시 추가보너스)도 이러한 흐름과 맥락을 같이 하고, 최근 간간히 나오는 '처음 xx금액 사용에 몇 만, 1년간 2만불 사용시 y만 포인트 추가' 등과 같은 오퍼들도 (우리는 이런 황당한 스펜딩 요구를 무시하긴 하지만) 비슷한 추세인 것 같습니다. 


카드회사의 새로운 과제 (1)에 대한 제 예상은 이렇습니다. 어느 회사에선가 갑자기 대박 프로모션을 장기간 진행해서 이끌지 않는 이상 2010-2012년과 같은 대박 딜들의 연속은 점점 보기 힘들어질 것 같습니다. 2011년 사파이어 프리퍼드가 5만 포인트를 주고, Southwest카드의 아마존 500불 기프트카드 프로모션이 나온 직후에 Citi Thankyou의 5만 포인트 프로모션이 나왔고, 사파이어가 4만으로 사인업 보너스가 내려간 후에 Thankyou의 프로모션은 사라졌습니다. Citi-AA 75K 한방치기로 150K를 거머쥐던 시기가 있었는데, 50K로 내려가더니, 이제는 한방치기가 원천적으로 막혀 순식간에 AA 10만 마일리지 만드는 건 역사속으로 사라졌습니다. (3월 16일에 'Citi-AA, 한방치기의 새로운 전략?' 포스팅에 업데이트된 내용에 의거했습니다.) Freedom 300불 오퍼를 기다리시는 분들이 많은 걸로 알고 있는데, 앞으로 (타겟 오퍼가 아닌) 일반 오퍼로 나오기는 않을 것 같다는 생각이 듭니다. 비슷한 기능을 하는 BoA의 Power Rewards나 Discover의 cashback 카드가 200불 이상의 프로모션을 장기간 유지하지 않는 이상은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