코스모스 향기

달라스초이 2022.11.06 00:26:40

 

  

몇년째 매일같이 가게에 들르는 Steven이라는 청년이 있다.

나이는 대략 32?

일이 끝나고 매일 병으로 맥주 2병을 사가지고 간다.

가끔 그의 예쁜 동거녀(Jordan) 함께 들어오곤 한다.

성격이 매우 온순하고, 나한테 깍듯이 Sir라고 하며,

Lowes Home improvement Store에서 일하는 괜찮은 청년이다.

 

 

언제가 한번 내가 물은적이 있다.

결혼을 안하고, 동거하고 사냐고...

아직 형편이 안된단다. 조금 더 모아 형편이 좋아지면

결혼을 하려 한단다.

 

그랬던 Steven 지난주 발걸음을 하지 않는다.

하루 이틀 안올땐 , 가까운 다른 가게로 옮겼나?

서운한 마음이 들었고,

사나흘 안올땐 혹시 교통사고로 어디 다치지 않았는가

걱정도 되었다.

5일이 넘어가니.. 머리도 한계가 있는지,

그의 생각이 나지 않았다.

 

그랬던 그가 일주일만인 오늘 가게에 나타났다.

같은 Lowes 유니폼을 입고,

어찌나 반갑던지.. 순간 ! 친구가 며칠 다른 가게에 갔던게로군.

장사속 어린 생각에도 미쳤다.

계산을 하고, 같은 맥주 병을 담은 봉투를 건네면

슬쩍 Jordan 어찌 지내느냐고 물었다.

 

그랬더니 Steven 손가락을 활짝 펼치며,

우리 결혼했다고 웨딩 반지를 보여주는게 아닌가...

지난주 도미니카 공화국으로 허니문을 다녀왔다면

너무 즐거운 시간이었다고..

순간 얼마나 기뻤던지 박수를 치며, 그에게 진심으로

축하의 인사를 건넸다.

 

그냥 가려던 Steven 돌려 세우고, 잠시 기다리라고

괜찮은 레드 와인을 골라 그에게 선물로 주었다.

결혼선물이라고... Jordan 함께 마시라고..

그가 깜짝 놀라, 정말 받아도 되냐면서, 너무 감사하다고

인사를 몇차례나 가게를 나섰다.

 

잠시후, 안에 있던 Jordan 다시 가게에 들어왔다.

이런 선물을 받게 될줄은 몰랐다고,

신부가 환하게 웃으며, 감사의 인사를 전한다.

나도 다시 결혼축하 인사를 한다.

 

왠일인지 가슴이 뭉클.

 

그래... 이리 살란다. 이게 한국식이다.

 

가을의 신부가 남긴 미소가 코스모스 향기처럼

한동안 가게안에 머물렀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