템플 스테이 세 군데 비교 후기 - 남양주 봉선사, 순천 송광사 & 선암사

AnneA 2022.11.13 09:55:37

사진 없는 간단한 후기 입니다. 

작년 여름 남양주 봉선사 1박, 지난주 순천 송광사와 선암사에서 각 1박과 2박으로 템플 스테이를 경험 해 보았습니다. 

 

예약은 https://www.templestay.com/ 에서 하면 됩니다. 

가격은 시설에 따라 대략 1인 5만원에서 10만원 사이이고 혼자면 추가 요금이 발생하기도 합니다. 

 

1. 남양주 봉선사

 

세 사찰 중 가장 가격이 높았습니다. 1인 1박 십만원. 장기로 있으면 할인이 되지만 예약 사이트에서는 그런 옵션이 없고 직접 절에 문의하면 가능합니다. 

템플스테이 담당하시는 쾌활한 비구니 스님이 도착 하자마자 차와 떡 과일등을 안기셔서 세 사찰 중 가장 웰컴 서비스가 따뜻했습니다. 

 

사찰 내에서 입고 지낼 옷과 사용할 수건도 주셨습니다. (다른 두 사찰은 수건을 제공하지 않습니다. 예약하면 안내문자로 무엇 무엇을 가져와야 하는지 알려줍니다.)

 

템플스테이 용으로 새로 지은 듯 한 한옥 건물이 정갈하고 넒은 안마당과 낮은 기와 담장으로 둘러싸여 있고 관광객들 이동 경로와 사뭇 떨어진 곳에 위치해서 세 곳 중 가장 마음이 편안 했습니다. 방에 앉아 여닫이 문을 열고, 혹은 문앞 쪽마루에 앉아 앞을 보면 마당 지나 기와담장 넘어 멀리 산이 보이는 전망입니다. 

 

스님이 절 안내를 해주시고 저녁 예불 드리기 전 불교의 네가지 악기 법고(북), 목어(물고기 모양 나무 - 속이 비어있고 그 안에 나무 작대기 두 개를 넣어 두드려 소리를 냅니다), 범종, 운판(쇠로 된 판을 나무 망치로 두드려 소리 냅니다)으로 예불을 알리는 의식을 행하는 걸 보여주고 실제로 악기를 체험도 하게 해줍니다. 세 사찰 중 이런 경험을 해주게 하는 곳은 봉선사가 유일 했습니다. 

 

저녁과 새벽 3시반 예불에 참가할 수 있습니다. 템플스테이에 무교 혹은 타종교인들이 많이 오기에 예불 참가는 자율이고 참가 하더라도 조용히 예를 갖춰 안내받은 자리에 머문다면 굳이 절을 올리지 않아도 됩니다. 

 

방은 깨끗하며 독방 혹은 같이 온 일행과 같이 쓰고 방마다 샤워시설이 갖춰진 화장실이 딸려 있습니다. 

 

모든 절이 대부분 그렇겠지만 봉선사는 공양간 앞에 꽤 큰 텃밭을 일궈 유기농 야채를 기르고 그걸로 공양을 합니다. 세 절 중 가장 절밥이 맛있었어요. 정말로요... 밥 먹으면 방에 가서 먹으라고 떡도 싸줍니다. 절 안내 중 텃밭에 들러 오이 따서 먹으라고 나눠주셨는데 예닐곱 명의 참가자들이 서로 어색하게 쳐다보면서도 그 오이가 너무 맛있어서 다들 아삭아삭 끝까지 먹었습니다. 

 

봉선사는 일주문에서 절까지 가는 길에 수천송이 연꽃으로 가득한 아주 큰 연못이 있고 그 연못을 가로세로 지르는 뎈이 있어 연꽃 감상하기 좋습니다. 밤에는 조명을 켜서 밤연꽃 보는 멋이 있구요. 옆으로는 광릉 수목원이 있어서 머물며 산책할 수 있지만 전 1박만 해서 넓은 경내에서 놀거나 방에서 고즈넉히 전망 보는 걸로도 시간이 부족했어요. 

 

아. 주차장에 옥수수 파는 리어카가 있는데 싼거 비싼거 두 종류를 팝니다. 비싼거 드세요. 옥수수삶기 장인이십니다. 

 

2. 순천 송광사 

 

1박에 8만원. 동행 없이 혼자 오면 10만원 입니다. 

 

법정스님이 계셨던 불일암이 있는 절입니다. 승보사찰이라는 자부심이 강하고 (불교에는 세가지 보물이 있는데 불보 법보 승보 이고 각각 통도사 해인사 송광사가 그 대표 사찰로 지정되어 있습니다) 건물들이 위엄이 있고 크고 아름답습니다. 헤어질 결심에서 탕웨이와 박해일이 아련하게 만남을 가지던 장소로도 나왔죠. 

 

앞으로는 쪽마루 뒤로는 프라이빗 마루 거실(?)이 딸린 새로 지은 템플 스테이 건물은 세 곳 중 가장 방의 시설이 좋았습니다. 당연히 화장실 딸려있고 방과 여닫이 문으로 분리된 뒷 마루 거실은 전면이 창이어서 절로 올라오는 계곡과 그 너머 단풍 든 산이 한가득 들어오는 전망이 아름답지만... 절로 올라오는 등산객들, 절 참배객들이 보이고 떠드는 소리도 들려서 봉선사처럼 고즈넉한 정취는 좀 부족합니다. 거실에는 송광사의 명물인 연잎차를 마실 수 있게 차세트가 구비되어 있어 저녁에 관광객들 다 빠진 뒤 마루 창문 다 열고 계곡 물 소리 들으며 어둑어둑한 산 보면서 차 마시기에 좋았습니다.  

 

다만 절밥이 맛이 없습니다. 정말 승보사찰 답더군요. 원래 사찰음식은 너무 맛이 있으면 불교의 정신에 어긋난다고 합니다. 그래서 그런지는 모르겠지만...  세 끼 먹은 중에 청국장 하나만 맛있었어요. 간식도 없어서 절에 왔는데 떡 한 쪽 못먹나 아쉬웠는데 그래도 마지막 점심 공양에서 인절미 쑥떡이 나와 아쉬움은 덜었습니다. 쑥떡 맛있었구요. 무교지만 어려서 엄마 따라 절 드나들며 절밥을 많이 먹었기에 제가 좀 절밥에 많이 진심입니다.

 

오후에 스님이 경내 안내 해주시고 다음날 아침에는 보살님이 절 뒤에 있는 세군데 암자와 송광사 16국사의 부도를 도는 산책을 한시간 반에 걸쳐 같이 해주셨어요. 근처에 큰 호수가 있어 아침 안개가 흔하다더니 조계산 타고 올라가는 암자길에서 보이는 운무에 휘감긴 송광사 전경은 신비롭게 아름다웠습니다. 운무 속에서 탑 앞에 앉아 가진 명상 시간도 좋았구요.

 

송광사를 가게 된다면 템플스테이가 아니더라도 송광사 본절 만 보지 마시고 근처에 흩어진 암자들도 같이 가보시길 추천합니다. 관광객/등산객들이 적지 않은 경내와 달리 암자에는 찾아오는 이들이 별로 없어서 오롯이 '조계산과 암자와 나'를 즐길 수 있습니다. 법정 스님의 불일암은 예외지만요. 여긴 찾는이들이 좀 됩니다. 

 

3. 선암사

 

간단하게 쓰려 했는데 길어지네요...

 

1박에 5만원 입니다. 혼자 오던 여럿이 오던 그런건 상관이 없습니다. 템플스테이용으로 새로 지은 건물 뭐 그런건 없습니다. 기존에 스님들 쓰시던 도량 건물을 템플스테이로 사용합니다. 전 그래서 더 좋았습니다. 딸린 화장실 없습니다. 그냥 아무것도 없는 리놀륨(?) 바닥의 방과 벽에 걸린 대나무 옷걸이대, 작은 탁자가 전부 입니다. 방마다 와이파이 공유기가 설치되어 있고 전면이 창이었던 송광사와는 전혀 다릅니다. 방음 이라곤 전무해서 옆방 사람의 대화가 다 들리구요. 뒤로 난 작은 창을 열면 (유리 아니고 한지 바른 창문입니다.) 스님들 생활공간이 보이고 앞으로 문을 열면 공양간과 그 너머 전국에서 가장 오래된 해우소라는 "ㅅ간뒤"가 보입니다. 템플스테이 건물이 두 동인데 템플스테이 사무실과 함께 있는 다른 건물은 2층으로 이너코트가 마치.... 중국 사극 영화에 나오는 주막 같습니다. 한국 아니고 중국이요. 

 

같은 조계산에 있는 이웃 송광사에 비해 건물들이 작고 낡고 좀 버려진 느낌도 듭니다. 그러나 선암사는 유네스코 문화 유산으로 지정된 절입니다. 개개의 건물들이 작고 낡았지만 정감가고 따뜻하고 찬찬히 보면 빛바랜 실내 조각들과 그림들이 아주 정교합니다. 절안에 들어가시면 반드시 천장을 보십시오. 특히 대웅전 천장은 대들보에 길게 목을 얹고 있는 용들이 인상적입니다. 

 

세 절 중 유일하게 절에서 지켜야 할 예절을 꼼꼼하게 강조하며 가르쳐 준 곳이고 스님과 차 마시는 시간이 있던 곳입니다. 여기선 새벽 예불을 드리면서 절을 안하는 옵션은 없는 듯 했습니다. 예불은 참가해보고 싶고 절은 하기 싫으면 저녁 예불을 추천합니다. 원로스님들이 이끄시는 새벽예불과 달리 저녁 예불은 시간도 짧고 학생스님이 이끄셔서 부담이 덜합니다.

 

80그람에 15만원 하지만 나오자마자 팔려서 구하기도 힘들다는 선암사 차는 절을 둘러싼 야생차밭에서 나옵니다. 출입금지지만 템플스테이 참가자들은 바로 옆 편백나무 숲과 함께 스님이 이끄는 산책으로 들여다 볼 수 있습니다. 

 

법고가 특이하게 옆으로 길어서 앞뒤로 두 스님이 번갈아 가며 두 면을 치는 방식이 다른 두 절과 많이 달랐습니다. 

 

절밥도 봉선사 만큼은 아니지만 맛있습니다. 보통 절에서는 식사를 하면 설거지도 해야하는데 선암사는 코로나 때문인지 원래 그런지 설거지를 본인이 하지 않습니다. 그릇 반납하며 보니 대형 초음파 세척기로 하더군요. 

 

선암사는 매화나무로도 유명합니다. 매화가 필 시기에는 꽃이 폈는지 물어보는 전화로 절 전화가 불이 난답니다. 사람들로 절이 가득 차고 몇 퍼센트 피었는지 정확히 언제 개화인지를 캐묻고 와봐서 들은것과 다르면 항의하는 관람객들도 있다고 할 정도에요. 다행히 비교적 한적한 가을에 간 저는 대신 금빛 찬란한 은행나무들에 흠뻑 빠졌습니다. 매화 아니더라도 선암사는 유난히 꽃이 많은 절 입니다. 11월인데도 곳곳에 꽃이 있고 암자로 올라가는 흙길엔 바람 불면 금빛 눈이 내리듯 은행나무 잎이 내려 바닥이 황금빛 이었습니다.

 

주차장에서 선암사 가는길에 순천시가 운영하는 야생차체험관이 있습니다. 무료시음 한다는 안내문이 오히려 그저그런 판매점 같은 인상을 주어서 예전에 방문했을땐 지나쳤는데 이번에 2박 하면서 거기까지 가 봤습니다. 생각보다 한옥을 단아하게 지어놓고 다도 체험, 다식 체험을 각 3천원 5천원에 제공하는데 저녁 공양 시간이 얼마 안남아 못해본게 아쉬울 정도로 차마시는 공간이 이뻤습니다. 여기서 숙박도 가능하다고 해요. 1박에 5만원. 개인화장실 없는 선암사 템플스테이는 꺼려지지만 이 근방에서 한옥체험을 하고 싶으시다면 근처 한옥 펜션 보다는 여기가 좋아보입니다. 

 

4. 기타

 

선암사와 송광사는 천년불심 남도 삼백리라는 산길로 이어져 있어요. 세시간 정도 코스. 원래 송광사 1박 하고 이 길 거쳐 선암사 가려 했는데 송광사에서 다른 템플스테이 하시던 분이 길 험하다 말려서 (그리고 가방이 무거워서) 포기 했습니다. 그러고는 나중에 후회 했어요. 송광사에서 선암사로 대중교통 이용해 가려니 정말 불편했거든요. 그러느니 차라리 쉬엄쉬엄 산길 걸어서 갈 걸... 했습니다. 

 

템플 스테이는 12시에 끝이 납니다. 바로 서울로 돌아가기 아쉬우면 순천만 습지를 가보세요. 용산전망대에 올라 보는 갈대밭이 장관이에요. 특히 일몰이.