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무료 게임 이야기] 심즈 4 (The Sims 4)

소늘 2022.11.27 06:04:25

안녕하세요. 주전공은 게임, 부전공은 여행인 신입 회원 소늘입니다.

가입 전부터 도움을 많이 받았던 터라 첫 글로 무슨 얘기를 해볼까 고민이 많았는데요. 역시 제일 좋아하는 것에 대해 이야기하고 싶다는 생각이 드네요.

 

저희 세대는 초등학교 때는 오락실, 중학교 때는 PC방에서 살았습니다. 프루나에서 토렌트로 이어지는 대해적 시대에 청소년기를 보냈죠. 모름지기 건장한 초등학생이라면 CD 정도는 구울 수 있어야... 저작권이나 상표권 같은 개념은 밥 말아먹었던 시대인지라, 게임을 돈 주고 사는 것에 꽤 오랫동안 거부감이 있었던 것 같습니다. 이제는 민증 검사받는 것이 기쁜 연세가 되었지만, 여전히 가슴 뛰는 한 마디가 있으니... 바로 무료 게임! 입니다.

 

오늘날의 무료 게임 시장은 대부분 인디게임들이 차지하고 있지만, 간혹 DLC 파는 데 맛 들인 대형 개발사들이 대어를 풀어주기도 합니다. 오늘 소개해드릴 심즈 4도 그렇습니다. 2014년에 출시된 후 무려 8년간 후속작은 안 나오고 확장팩과 아이템팩만 수십 장 나오다가, 기존 유저들 단물은 다 빨아먹었다 생각했는지 지난 10월 무료로 풀린 게임인데요. 밀레니얼 세대 남학생들에게 스타가 있었다면 여학생들에게는 심즈가 있었다고 할 수 있을 만큼 유명한 시리즈이기도 합니다.

 

심즈는 심이라 불리는 캐릭터들의 인생을 플레이하는 시뮬레이션 게임입니다. 여기서 인생이란 그야말로 인생 그 자체입니다. 심의 탄생부터 죽음까지 모든 것이 플레이어의 손에 달려있습니다. 심의 외형과 성격, 연령을 자유자재로 커스터마이즈할 수 있고, 인간 외의 무언가가 될 수도 있습니다. 각자의 성향과 기술 레벨에 맞는 직업을 고를 수 있으며, 승진을 하거나 번아웃을 경험할 수도 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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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시리즈가 이어지면서 그래픽이 많이 발전했네요. 이미지 출처는 꺼무위키)

 

직업의 종류와 승진할 수 있는 분기도 매우 다양해서, 인형탈을 쓰고 스포츠 팀을 응원하거나 재택근무로 음식 평론을 쓸 수도 있고, 마을의 깡패 두목이 될 수도 있습니다. 저는 프로그래머로 플레이했는데 프로그래밍 연습을 열심히 했더니 기술 레벨이 쭉쭉 올라 3일 만에 앱 하나를 뚝딱 만들고는 프로그램 이름을 지으라고 하더군요. 지난 1년 동안 코딩을 한답시고 까불었지만 지지부진했던 스스로를 반성하게 되었습니다... 자기 성찰과 반성의 게임입니다

 

심의 하루도 게임의 일부입니다. 모든 심은 여섯 개의 욕구(용변, 재미, 허기, 사교, 에너지, 위생)를 가지고 있는데, 시간이 지나거나 특정한 활동을 하면 욕구 바가 떨어지게 됩니다. 물을 마시면 용변 욕구가 생기고, 운동을 하면 위생 욕구가 생기는 식입니다. 욕구가 관리되지 않아 바닥을 치면 심은 그 자리에서 극단적인 행동을 하고 맙니다. 아무 데나 쓰러져 잠이 들거나, 바지를 적실 수도 있고, 심각한 경우 죽음에 이를 수도 있습니다.

 

저도 게임이 무료로 풀리자마자 플레이해봤는데, 엄청난 커스터마이징 옵션에 놀랄 수밖에 없었습니다. 사실상 신체의 모든 부위를 디테일하게 수정할 수 있고, 성격 옵션도 매우 다양합니다. 감정 특성, 취미, 라이프 스타일, 사교 특성, 보너스 특성 등 다양한 성향이 어우러져서 그 심만의 독특한 인격을 형성하게 되는데요. 예를 들어 먹보 특성의 심은 허기 욕구에 매우 민감하게 반응합니다. 먹보 심의 허기가 관리되지 않으면 부정적인 감정의 지배를 받게 되고, 무슨 활동을 하든 디버프를 받습니다. 먹보들은 음식을 찾아 쓰레기통을 뒤지기도 하는데, 이 때 주변에 비위가 약한 특성이나 식도락가 특성의 심이 돌아다니다가 그 음식을 나눠먹게 되면 매우 불쾌한 상태가 되고 맙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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세분화된 감정 상태와 그에 따른 인터페이스 변화도 이번 시리즈에서 주목할 만한 부분입니다. 즐거움이나 슬픔, 분노 같은 단순한 감정뿐 아니라 집중함, 기발함, 영감을 받음, 유혹적임 등 구체적인 감정이 추가되었고 이에 따라 표정이 바뀌거나, 버프 또는 디버프를 받거나, 추가로 할 수 있는 행동이 생기게 됩니다. 일례로 슬픈 상태의 심은 어깨를 축 늘어뜨리고 시무룩한 상태로 돌아다닙니다. 슬픔의 영향을 받는 동안에는 다른 사람을 만나도 매혹적으로 자신을 소개할 수 없고, 전화기를 꺼내면 상담실에 전화할 수 있는 옵션이 생깁니다. 상담을 받거나 좋아하는 음악을 듣다 보면 감정이 다소 해소되기도 합니다. 한편 자신만만한 상태의 심은 챔피언처럼 소변을 볼 수 있습니다!

 

욕구와 감정 관리, 직업 활동, 각종 스킬 레벨업과 매일 리셋되는 소망, 야망, 목표 달성 등 할 일이 많기 때문에 플레이어는 나름 바쁘게 하루하루를 보내게 됩니다. 하지만 심즈는 어려운 게임은 아닙니다. 인터페이스가 직관적이고, 가이드라인이 과하지 않아 초보자도 쉽게 적응할 수 있습니다. 처음 심즈를 해보시는 분들을 위해 시나리오 챌린지도 있고, 개발사에서 공식적으로 권장하는 치트키(...)도 있으니 일단 한 번 시도해보세요! 조금 익숙해진 후에는 다른 사람들이 디자인한 집이나 심, 무궁무진한 모드의 세계를 탐험해볼 수도 있어, 얕은 게이머와 더쿠 게이머 모두를 만족시킬 수 있는 게임인 듯합니다.

 

다시 태어나면 이런 사람이 되고 싶다... 는 생각, 안 해보신 분은 없겠죠? 번거롭게 굳이 다시 태어나실 필요가 없습니다. 심즈가 있으니까요(...) 게임은 PC에서 EA app을 다운받은 후 설치하셔도 되고, Steam에서 받을 수도 있습니다. PlayStation과 Xbox에도 무료로 풀려있습니다. 제2의 페르소나, 부캐를 만들러 가보실까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