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적한 일요일 아침.
뒷마당에 나가 서성이는데...
마당에 양배추 몇 닢이 떨어져 있다.
이건 뭐지?
토요일.. 아내가 김치를 담그기 위해 배추랑 무, 양배추등을
마트에서 사왔다.
아들이 거들었슴은 물론이다.
배추를 다듬고, 양배추 맨 바깥쪽 껍질을
떼어내는 것은 다반사일 것이다.
아내가 떼어낸 양배추 껍질은 당연히 쓰레기통으로 향했는데,
이를 본 아들이 주섬주섬 쓰레기통을 다시 뒤져 그걸 꺼내더란다.
아들은 이를 들고 무심한 표정으로 뒷마당에 나가
마당 곳곳에 양배추 껍질을 뿌려두었다.
ㅡ 뒷마당에 오는 토끼에게 일용할 양식을 하사한 것이다.
가만보니... 그냥 뒷마당에 던져둔것이 아니라
일부는 나무로 된 데크 밑에 두었다.
시선을 피해 안락한 식사를 하라는 세심한 배려인 것이다.
양배추 몇 닢.
쓰레기통에서 사그라들 저 볼품없는 것에도
맘 씀에 따라 사랑이 꽃을 피우는구나!
아들... 그대에게 오늘 또 한 수를 배웠다.
어린 시절..
햇살 좋은 날 어머니는 붉은 고추를 마당에 널어두시며 말씀하셨다.
"햇살도 아까와라"