굿 사마리탄이 되기도 어려운 세상입니다.

잭울보스키 2023.01.19 08:58:54

 

오늘 오전에 있었던 일입니다.  동네 도서관에 가는길에 몇가지 살게 있어 월마트에 들렀습니다. 

 

계산을 마치고 나오는데 문옆에서 어느 여자가 부르는듯 했지만 처음 보는 사람이라 그냥 지나치려 했더니 재차 부릅니다.  무슨 일인가 싶어 다가갔더니 카트에 우유, 시리얼 , 빵 등등 그로서리를 가득싣고 서 있었습니다.

 

차안에다 키를 두고 내렸는데 스페어 키를 갖다줄 사람이 없어서 그러니 집에까지만 데려다주면 나중에 다시 오겠다고 합니다.   20대 후반쯤 되어보이는데 뭔지 어둡고 삶에 지친 그러면서도 거친삶을 살아온듯한 행색이었습니다.  순간 고민에 빠졌습니다. 아 ! 도와주고 싶은데 뭔지 모르게 불안했습니다.

 

“ 집이 어디인가요 ?”

 

“여기서 얼마 안멀어요”  하며 그녀가 가르쳐준 길은 마침 제가 가려던 도서관근처였습니다.  

 

불안했지만 결국 도와주기로 마음을 먹고 그녀의 짐을 제 트럭 뒤에 옮겨실은 다음,  비를 맞으며 카트를 제자리에 돌려놓고 오니 어느새 트럭 앞자리에 올라앉아 쿠키를 먹고 있더군요. 차도 태워주겠다 웬만하면 하나 먹어보라고 권할텐데 ...  속으로 생각하며 출발을 했습니다.

 

“ 집 주소가 어떻게 되나요 ?”

 

“ 집이 아니라 호텔이예요 “  

??? 좀전에 집에 데려다 달라더니 이제는 호텔이라고 하네요. 

 

“여행 왔나요 ?”  여행자 치고는 그로서리 양이 카트 하나가득이라 그것도 좀 이해가 가지 않았습니다.

 

“아니요, 집에서 살았는데 렌트비가 밀려서 쫒겨나 갈데가 없어 호텔에 살고 있어요 “ 

 

 !!!  이렇게 말하는 그녀의 옆얼굴을 슬쩍보니 목 주위의 자잘한 문신과 함께 귀 밑의 빰에 선명한 검은 별 모양의 문신이 눈에 들어왔습니다. 마침 그여자가 묵고 있다는 호텔은 저도 아는데 길에서는 보이지도 않는 외지고 조금은 으슥한곳에 있었습니다. 

 

그때부터 별의 별 생각이 다 떠올랐습니다. 아 ! 이 여자가 갑자기 칼이나 총을 들이대서 나를 해치고 차를 뺏어 도망가면 어쩌지 ? 아니면 공모한 남자 친구가 으슥한 곳에서 길을 막고 둘이 나를 해치면 ??  아…  은퇴한지도 얼마 안돼 이제 좀 재미있게 살아보려고 했는데 내 운은 여기까지인가 ?  순간 사랑하는 가족들의 얼굴들이 떠 올랐습니다.  내가 실종되면 얼마나 애타게 나를 찾을까 ? 마지막 카드를 사용한곳은 월마트인데..,갑자기 슬퍼졌습니다.

 

그도 저도 아니면 혹시 이 여자가 갑자기 나를 성 추행범으로 몰아버리면 어쩌나 ?   온갖 잡생각이 들었습니다.   뺨에 새겨진 흑색 별이 어떤 갱조직의 표시가 아닐까 ?  갑자기 오래전에 보았던 샤를리즈 테론의 몬스터 라는 영화가 생각났습니다. 하이웨이를 따라 히치하이킹을 하며 남자 운전자들을 무자비하게 살해하는 실존인물을 그린 수작입니다. 마침 요즘 제가 unsolved mystery  같은 넷플릭스 범죄 다큐를 보는 중이어서 불안감은 더해만 갔습니다.

 

마음을 다독이고 다시 대화를 이어갔습니다. 

“실례가 안된다면 어쩌다가 그리 됐는지 물어봐도 괜찮을까요 ?”

 

“목재 공장에서 통나무 다루는 일을 하다가 다쳐서 6개월동안 일도 못하다 보니 렌트가 밀려서 두 아이들과 함께 거리로 쫒겨났어요 .”

 

“ 아이고.. 회사에서 치료비는 다 대주고 이제 몸은 괜찮나요 ?”

 

“ 치료비는 그 당시 제가 의료보험이 있어 그걸로 해결하고 몸은 20년전에 입은 교통사고 때문에 허리가 아직 완전치 못해요.”

 

“ 그럼 지금 직장은 있나요 ?”

 

“네. 지금 가고있는 호텔 프론트 데스크에서 일하고 숙소도 그 호텔에서 하루 45불씩 내고 아이들과 지내고 있어요 .”

얘기를 여기까지 듣고 보니 불안했던 마음이 없어졌습니다. 그리고 계속 대화를 이어갔습니다.

 

“그런데 호텔 오너가 얼마전 바뀌어서 이달 말까지 호텔에서 나가라고 해서 어디로 가야할지 모르겠어요. 지금 호텔에서 일하고 받는돈이 한달에 1600불인데 렌트비내면 뭘 먹고 살아야 할지…” ( 한달에 1600불이라니 아마 풀 타임 잡은 아닌듯 했지만 더 이상 물어보기가 괴롭더군요.)

 

“ 도와줄 친지나 친척들은 없나요 ?”

 

“아버지가 여기서 좀 떨어진 곳에 살고 계신데 집 렌트해서 들어갈 때 코싸인 해준다고 했어요.”

 

이렇게 대화를 나누다 보니 그녀가 묵고있는 호텔에 도착했습니다. 러기지 카트가 모두 사용중이라 저와 둘이서 그로서리 봉지들을  하나씩 로비로 옮겨 놓고 행운을 빈다는 말과 함께 작별인사를 하고 그 자리를 떠났습니다.

 

도서관으로 향하는 길에 마음이 참 착잡했습니다. 어린 두 아이들을 데리고 어떻게든 살아보려고 애쓰는 여자를 잠재적인 범죄자로 의심한 나는 좋은 사람인가 ?  나는 본디 나쁜사람은 아닌데 세상이 험하고 낯선 사람들을 믿을 수 없다보니 내가 아니라 누구라도 그리 했을거야 .  세상이 나를 이렇게 만든거지 내 탓이 아니야. 이렇게 강변해 보지만 왠지 공허합니다.  작별을 하기전에 지갑을 열어 돈이라도 좀 손에 쥐어줬으면 지금 마음이 좀 편할텐데 그때는 거기까지 생각이 못 미쳤습니다.

 

집에와서 가족들에게 오늘 겪은 얘기를 했더니 얼마나 위험한 짓을 한지 아냐고 다시는 그러지 말라고 합니다.  

 

앞으로도 이런 상황에 다시 놓이면 어떻게 해야할까요 ? 모른척하고 그냥 지나쳐야 할까요 ?  혼란스럽고 서글픈 하루였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