명절에 엄마를 따라 강릉 중앙시장에 장을 보러가면
지하 어물전 설설 끓는 가마솥에 산 문어가 춤을 추며 삶아지고
머리보다 좀 높은 빨래줄에 매인 붉어진 문어가 줄지어 손님을 맞이했다.
명절 차례상 제물로 어물과 육고기가 빠질수 없기에
중앙시장을 몇 바퀴 돌아 제수거리를 장만했다.
엄마 양손에 봉투 서너개, 내 양손에 봉투 서너개가 움켜쥘쯤
엄마는 나를 감자전 파는 할머니에게 데려갔다.
지금은 먹자골목이 된 어느 시장구석
셀 수 없을 만큼 많은 주름과 웃음마저 주름이 된
해사한 할머니 한 분이 연탄불 앞에 앉아 감자전을 만드셨다.
테이블이라야 사과박스 엎어놓고
간장종지 하나 덩그러니
한 장에 100원인지 200원인지 숫자마저 바래져 버렸지만
천 원이면 잔돈을 거슬러 주시는 할머니의 손길을 애써 뿌리치고도
엄마와 나는 양껏 감자전을 먹을 수 있었다.
감자는 할머니의 조막만한 손으로 쓱쓱
그러나 야무지게 갈아지고
검은 철판에 기름을 두른 뒤 아무것도 넣지 않은 간 감자가
동그랗게 쏟아졌다.
색감을 위함일까?
잘린 부추 몇 가닥이 감자전 위로 흩뿌려지고는
뒤집개로 훌척~
잠시뒤 김이 오르는 말랑말랑한 감자전 접시가
엄마와 내 앞에 놓였다.
흐물흐물 입 속에서 사라지는 신기한 감자전
씹을 필요도 없이 뱃속에 따스하고 온화한 기운이 들어찼다.
일요일 아침.
가족보다 먼저 깬 내가 무얼 해먹을까 고민하다
갑자기 감자전 생각이 툭 ㅡ
잠에서 깨어 무심히 먹고 있는
아들 원호는
이 감자전을 아빠만큼 간절히 기억하게 될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