봄의 서막이 시작되면 곳곳에 민들레가 피어난다.
민들레뿐 아니라 여러 잡풀과 이름모를 풀꽃이 망울을 터뜨린다.
내 기억속 민들레는 '민들레 홀씨되어'라는 노래의 감성과
시골 들길의 한가로운 정경이지만
이곳에서 민들레는 잡꽃, 또는 깨끗한 잔디밭을 저해하는 식물이다.
각 잡힌 잔디밭을 선호하는 이곳에서 내 집 마당은 이웃집의 원성을 살만큼
잡꽃이 무성하다.
녹색의 잔디밭, 잡풀 하나 없이,
개미집과 풍뎅이 조차 없는 잔디밭을 꾸미기 위해선
끊임없이 마당에 제초제와 독극물을 퍼부어야 한다.
네 잎 클로버를 찾는 여유로움 조차도 사라진 풀밭
내 게으름 때문이지만 우리집 마당은 항상 잔디 반, 잡초 반
그리고 민들레가 수수한 꽃을 피운다.
마당에 도마뱀이 흔한 이유도 옆집에 가지 못하는
작은 곤충이 우리 마당에 많기 때문이다.
아침에 마당을 서성이며 민들레 꽃을 쳐다보다가
민들레에게 말을 걸었다.
- 넌 왜 이곳에서 피어나서 대접도 못받니?
- 바람이 나를 이곳으로 데려왔어요.
나도 민들레도 타국에선 대접받지 못하는건 매일반.
민들레는 바람이 데려왔는데, 나는 무엇이 이곳으로 데려왔을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