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기 천기저귀 1년 넘게 쓴 후기

복숭아 2023.03.15 19:09:36

천기저귀를 쓰자고 추천/강요하는 글도 아니고 종이기저귀를 무시하는 글도 아닙니다. 저도 종이기저귀 필요할땐 씁니다 ;.;

 

 

아기 낳기 전부터 저는 막연하게 환경보호에 관심이 많았습니다.

최대한 재사용 가능한걸로 쓰고, 분리수거하고, 자원 아끼고..

그러면서 기저귀에 대해서도 알게 되었는데, 하루에만 8개+씩 나오는 그 수많은 기저귀를 땅에 묻으면 몇백년을 썩지도 않는다고 하더라고요.

안그래도 저도 천 팬티라이너와 생리컵을 쓰고 있고, 제 강아지(라기엔 이제 노견)도 면 생리대 (중성화 안했습니다, 제 개인 선택입니다) 를 쓰고,

그러면서 아기도 천기저귀를 써야겠다 생각하게 되었어요.

 

요즘 천기저귀가 생각보다 잘 나와서, 방수커버에 인서트를 끼우면 되는거고요,

회사도 여러개 있는데 저는 ㅊ*** 라는 곳이 네이버에서 제일 많이 보이길래 부모님께 부탁해서 아기 낳기 전에 배송받았어요.

인서트가 두께별로 나뉘어져 있어서 커버 15개, 인서트 두께 4개를 총 50장 정도 샀는데 한 50만원 나온거같아요.

스냅버튼식이라 애가 커가면서 사이즈 조절이 가능하고,

신생아부터 쓸수 있다는데 신생아땐 확실히 너무 커서 아기 55일부터 천기저귀를 낮에만 썼고,

아기 145일때부터 밤까지 100% 천기저귀로 쓰기 시작했네요. (밤새 안갈아주고 쭉 자요)

 

천기저귀는 갈아줄때마다 바로바로 물에 애벌빨래 하고 대야에 놔뒀다가 (물에 안담가놔요, 세균 더 증식할까봐)

세탁기에 넣어 어른 세제 넣고 빨고 건조기까지 돌려요.

응아는 휴지로 긁어내고(?) 애벌빨래 비누로 하고 똑같이 대야에 던져두고 빨래하는데, 아직까지 자국이 안지워진적은 없습니다.

어린이집에도 (저희 아기만 저희껄로) 천기저귀 써달라 부탁해서 어린이집에서 갈아만 주고 집에 가져와 몇시간뒤에 빨래하는데도 응아 자국도 잘 지워지고 괜찮아요.

사실 세탁기 건조기 사용이 가능하니 저도 도전했지, 이걸 손빨래 하라고 했으면 안해요.ㅋㅋ

옛날 옛적분들 대체 천기저귀 어떻게 쓰신건지.. 존경합니다.

커버 15장으로 하루에 한 5-6개씩 써서, 2-3일에 한번씩 빨래합니다.

 

최근 반년은 짧게 외출할때도 천기저귀 썼고요,

종이기저귀 쓰는건 여행가서나 남의 집 (보통 시댁) 숙박하러 갈때예요. 

차마 남의 집이나 여행가서 세탁기에 아무리 애벌빨래 했다고 해도 제 아기 응가기저귀를 돌릴순 없어서.ㅋㅋ

 

 

결론적으로 장점:

돈 아끼는게 아무래도 최고인거같아요.

물론 초기 비용이 50만원이 들었지만 아무래도 이때까지 종이기저귀를 샀을때의 돈보단 덜 든거겠죠..?;.;

그리고 그냥 기분상 내가 그래도 환경을 위해 조금이나마 노력하고 있다는 뿌듯함?

 

 

그 외에는 사실 단점이 더 많은거 같습니다.ㅋㅋ

환경 보호를 한다고 하는데, 사실 애벌빨래 하는 물과 비누, 세탁기 건조기 돌아가는 전기 등 생각해보면 어쩌면 비슷한 낭비가 아닐까 싶기도 하고요.

아기 발진이 덜하다는것도 사실 환기의 문제 같아요.

천기저귀 써도 발진 생깁니다^^; (자주는 아니고 이젠 발진도 거의 안생기지만요)

저희는 항상 아침에 5분씩 아기 환기(?) 시간을 줘요. 저희끼리 부르는 애칭으로 tushy on the loose time이라고.ㅋㅋ

아침뿐만 아니라 기저귀 갈 때마다 바로바로 안갈고 조금씩 환기 시간을 주고 갈고요.

그리고 아무래도 손이 훨씬 많이 가죠, 애벌빨래 하고 빨래도 해야하니까 그냥 버리는 종이 기저귀보다 시간이 많이 들죠.

외출했을때 응아하면 답이 없기도 하고요..ㅋㅋ wet bag에 넣어오면 냄새 안나긴 하는데, 그래도 당황스럽습니다.ㅋㅋ

 

 

 

한번씩 종이기저귀 쓸때마다 어우 편해 싶다가도 왜 계속 천기저귀를 쓰는지는 모르겠습니다.ㅋㅋ 

남편이 협조를 잘해줘 참 고맙고요. (남편이 저보다 환경보호에 더 관심 많은 편이고 빨래 거의 다 하는편)

앞으로도 아마 아기 기저귀 뗄때까지 쓸거같고, 그다음 애들도 생기면 천기저귀 계속 쓸거같아요.

천기저귀와 함께 저희는 wipe도 안쓰고 마더케이 손수건 (한 50장 사놓은거 ㅋㅋㅋ)으로 아기 닦아주는데, 이것도 빨래/건조 전기나 물을 생각하면 비슷한 낭비일수도 있지만

최대한 제로웨이스트 육아를 하려고 노력중입니다.

남편이 아기를 낳는게 사실 환경에 제일 큰 적이랬는데, 정말 키워보니 그런거같습니다. 인간이 환경의 주적이여..ㅋㅋ

 

쉽지 않고 추천하고 싶은것도 아니지만 혹시나 천기저귀를 고려하시는 분들께 도움이 됐음 좋겠어요.

언제든 질문 있으시면 알려주세요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