첫 해외여행

달라스초이 2023.03.25 05:53:05

Genie가 촐랑대며 가게문을 들어선다.

어지간히 호들갑이다.

10대 초반부터 엄마를 따라 드나들던 아이라 아직도 어려보이기만 하다.

 

"지니. 뭐 좋은일 있어? 왜 이리 호들갑이야?"

상기된 표정으로 눈을 똥글똥글 뜨더니 "John.. 자랑할게 있어"

Passport를 느닷없이 내민다.

7번째 페이지를 보라며....

 

Mexico 출입국 도장이 찍혀있다.

"그게 내 first stamp야 ㅎㅎ"

멕시코는 내가 사는 곳에서 기껏 차로 7시간 거리.

일장연설이 이어진다.

"내가 사는곳을 떠나 본건 이번이 처음이야.

너무 흥분됐어. 난 텍사스도 벗어나 보질 못했거든.

아 ㅡ 두어번 오클라호마는 가봤지. 카지노 하러말야 ㅎㅎ"

오클라호마 카지노는 이곳서 차로 40-50분 거리.

텍사스 경계를 넘자마자 1번 출구에 있다.

 

그녀의 호들갑에 장단을 맞춰주며...

너무 재밌었겠다.. 첫 해외여행의 기분은 어때?... 

비행기 처음 타본 소감은?.. 등등

잠시잠깐 멕시코까지 가는 비행기에서 기내식을 줬던가?

기억이 어사무사 해서 기내식은 어땠어? 라는 질문은 하질 못했다.

혹시 못먹었다면 그녀가 실망할까봐...

 

그녀가 가고 난 후..

묘한 감정이 밀려왔다. 뭐라 설명 못할....

이곳에 오는 60넘은 아저씨들도...

내 앞에서 웃고 떠들며 자기들끼리 장난치기에 물어보면,

초등학교 친구사이란다.

그저 달라스 인근의 이 조그만 시에서 태어나고,

자라고, 죽어선 교회장지에 묻히기 까지...

다는 아니지만 많은 서민들이 그러고 산다.

 

그들에게 뉴욕의 빌딩숲과 LA의 호화로운 모습은 

그저 TV를 통해서 보는 대리만족일 뿐이다.

이제야 이해가 간다.

한국이라는 조그만 나라에서 온 나에게

그곳은 날씨가 어떠냐?

비행기를 어떻게 14시간이나 타고 가나?

이런 질문들이 그저 막연한 것이 아니었음을.