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마일모아 게시판   [질문-기타]
박사과정을 그만두게 되었습니다. 조언 부탁드려요

뮤직시티 | 2020.10.21 01:33:36 | 본문 건너뛰기 | 댓글 건너뛰기 쓰기

마일모아 회원 여러분들 안녕하세요,

 

이번에 새로 가입한 회원 인사드립니다. 정보 글 대신에 이런 우울(?)한 글로 첫 인사를 드리게 되어 죄송스럽네요. 그동안 비회원으로 눈팅을 하면서 체이스 카드, 대한항공 카드 등으로 몇번이나마 행복한 여행을 할 수 있어서 늘 감사한 마음입니다.

 

저는 현재 미국 한 대학교에서 사회과학 분야 석박통합과정을 밟고 있는 학생입니다. 곧 과거형이 되겠네요. 학부를 미국에서 끝내자마자 바로 대학원으로 간 케이스이고, 미국 체류에 신분 관련한 문제는 없는 상황입니다.

 

거두절미하고, 이번 12월에 끝나는 가을 학기를 끝으로 자의반 타의반 박사 과정을 그만두게 되었습니다. 2년차 끝나고 보는 자격시험 과정과 페이퍼 제출 과정을 거치면서 제가 과연 이 academia 커리어로 성공할 수 있을지 강한 의문이 들었습니다. 여태까지의 수업은 잘 들었고, 성적도 좋았지만, 무엇보다 부족했던 점은 이 배우는 것을 넘어서 연구를 직접 하고, produce해야된다는 그 프로세스에 대해 자신감과 확신이 점점 떨어진 것이고, 교수님들께서도 지적해주신 지점입니다. 퍼블리케이션 관련 실적도 상당히 미진했구요. 사실 이 시험을 잘 통과했다고 하더라도 그 이후 논문을 쓰는 과정, 학계에서 내 족적을 만드는 그 모든 일들이 상당히 멀게만 느껴지는 상황이었습니다. 3월 이후 코로나가 터진 이후로는, 핑계처럼 들릴 수 있겠지만, 정말 모티베이션도 떨어지고, 종종 내가 여기서 뭘 하고 있지? 라는 생각도 들었구요. 다행히 터미널 석사를 받고 나올 수는 있게 되었고, 교수님들께서도 향후 레터가 필요한 경우 적극 도움을 주시겠다고 하신 상황입니다.

 

그러나 제가 여태까지 있던 학교라는, 어찌보면 든든한 이 울타리가 곧 사라진다고 생각을 하니까 현실의 무게감이 확 와닿더라구요. 이제 갚아야 할 학자금 대출이며, 내야할 렌트, 보험 등등 재정적 문제부터 당장 올 겨울부터 어디서 무얼 하고 있을지 하나도 그려지지 않는 나의 진로.. 물론 학부때 대학원을 준비하면서 이쪽 분야에서 취업도 짧게나마 같이 준비를 해보아서 무얼 하고 싶은지 아이디어가 하나도 없는 건 아니지만, 급작스레 마주한 취준이라는 관문에 솔직히 많이 당황스러운 것도 사실입니다. 그래도 통계적 지식도 없는 것은 아니고, R같은 프로그램도 만져보았기에 사람들이 많이 가는 analyst나 데이터 사이언스쪽으로 가야하나 생각도 들고, 정책분야에 관심도 많아 이쪽으로 가야하나 이제 구상하는 단계이기도 합니다. 남은 두달여 기간동안 최대한 준비하고, 교수님/학교 커리어 센터와도 상담을 하면서 지낼 그럴 생각입니다.

 

지금 기분은 무언가.. 멍하면서, 시원섭섭하면서도, 내 자신이 정말 한심한 것 같고, 2년이란 시간도 낭비한 것 같은 그런 복잡미묘한 기분들이 합쳐진 상황이라 참 깜깜합니다. 어차피 일이 잘 풀렸다면 3-4년 내에 나올 잡마켓을 더 빨리 나왔다고 생각할 수도 있지만, 막상 그 시간이 지금 갑작스레 눈앞에 다가오니 광야에 홀로 내던져진 기분이네요.

 

가뜩이나 좋은 일이 많지 않은 이 시기에, 긴 푸념글 읽어주셔서 감사합니다. 쓰면서 저도 제가 가지고 있었던 진로, 학계, 연구에 대한 실타래처럼 얽힌 생각을 조금이나마 정리할 수 있었던 것 같네요. 지금 혼자 살고 있고 (가족들은 한국에 계십니다), 코로나 시국에 학교 안팎 사람들도 잘 보지 못해서 더더욱 이런 온라인 공간에나마 넋두리를 한번 풀어보았습니다. 얼굴도 한번 보지 못한 분들이지만, 여태 공부만 열심히 한, 아직 아무것도 모르는 자식뻘 사회 초년생에게 앞으로 어떻게 진로를 결정하고, 마무리/시작을 잘 해야 할 지 아무런 조언, 혹은 질책의 말씀이나 고견 부탁드리겠습니다. 소중한 힘이 될 것 같아요. 모두 건강 조심하시고, 다시 한번 감사드려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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