코로나가 쏘아올린 작은공 - 전세계 식량수급 악화 가능성?

Mojito 2020.04.09 18:16:56

다들 코로나 사태로 마음이 착잡하고 힘든 시기를 보내고 계시리라 생각이 듭니다. 저 역시 마찬가지로 엄청난 무기력과 두려움을 가지고 뉴노멀의 현 상황에 열심히 적응하려고 노력하고 있습니다. 아래 내용은 순전히 제 추측과 가능성 수준에서 말씀드리는 것이고, 아직 위기가 실질적으로 표면화되지 않았기 때문에 순전히 우려의 입장에서 쓰는 내용이라는 점을 감안하시고 읽어주셨으면 합니다. 

 

많은 분들이 우려하신 것처럼 코로나 사태는 단지 전염병의 수준을 넘어 우리의 삶을 송두리째 바꿀 수 있는 거대한 흐름으로 자리잡고 있는 것은 자명한 사실인것 같습니다. 코로나로 인한 현재의 위기가 기존의 위기와 다른점은 트리플 쇼크(triple shock)라는 점인데요. 이미 많은 전문가들이 이야기하고 있듯이 현재의 위기를 세가지로 분석해 본다면, 첫번째는 우리가 직접적으로 느끼는 항공/여행 수요의 급감에 따른 수요와 소비 위축과 관련된 위기라고 볼 수 있습니다. 두번째는 유동성 악화에 따른 중/소규모 업종의 줄도산 위기와 관련된 글로벌 금융 및 유동성의 위기입니다. 이미 우리가 서브프라임 위기를 통해 한번 경험했고 이제 서서히 그 어둠의 터널에서 벗어나려고 하는 찰나 더 큰 유동성의 위기가 닥쳐오고 있는 상황입니다. 세번째는 글로벌 공급망 교란에 따른 재화의 생산 및 공급과 관련된 위기인것 같습니다. 주목하실 부분은 이 세가지 위기가 동시다발적으로 한꺼번에 몰아치고 있다는 점입니다. 

 

수요의 위기는 줄줄이 취소된 비행기 및 호텔 예약 등을 통해 이미 다들 경험하고 계신 상황이고요. 금융위기와 관련해서는 이전 글에서 urii 님이 쓰신것 처럼 각 국에서 엄청난 규모의 극약처방을 내놓고 있다는건 다들 아실겁니다. 사실 제가 지금 가장 걱정하는 위기는 세번째 위기, 즉 글로벌 공급망(supply chain)의 교란에 따른 공급의 위기인데요. 이로 인해 식량, 에너지와 같은 가장 기초적인 원자재 공급에 차질이 생길 가능성도 배재할 수 없을것 같습니다. 고도로 전문화되고 분업화되어 있는 글로벌 공급망과 가치 사슬이 코로나 사태로 인해 균열이 생기면서 전 세계 식량 수급에 차질이 생길 경우 이에 따른 정치/경제/사회적 파장은 매우 클 것으로 예상됩니다. 특히 20세기 중반부터 유행한 주문 즉시 소량을 생산하는 Just in Time (JIT) 방식의 생산 시스템이 재고를 줄이고 비용을 절감하는 데에는 큰 기여를 했지만 지금과 같은 위기 상황에서는 오히려 리스크로 작용하게 되었습니다. 한마디로 '효율의 역설' 또는 '고도화된 글로벌 먹이사슬의 역설'이라고 표현할 수 있을것 같습니다.

 

중/장기적으로 볼 때 코로나 사태를 통해 글로벌 공급망이 제대로 회복되지 못하고 붕괴될 경우 식량 수급에 차질이 생길 가능성이 있는데, 이건 먹고 사는 문제와 직결되는 부분이기 때문에, 저는 개인적으로 공급의 위기가 가장 심각한 위기가 아닐까 하는 생각이 듭니다. 이에 따른 생필품 사재기, 사회동요 및 불안의 증대는 전염병 보다 더 큰 위기로 다가올 가능성이 크다고 봅니다. 한국을 비롯한 몇몇 나라를 제외하고 전세계적으로 락다운 조치가 이루어졌고 이에 따라 사람/물류의 이동이 금지 되었습니다. 각 국에서 검역 절차가 까다로워지면서 농축산업에 필요한 일손 부족 현상이 나타나고 있습니다. 일손이 부족한 분야는 직접적인 농수산품의 생산과 관련된 부분 뿐만 아니라 물류의 유통에도 해당하기 때문에 락다운으로 인해 판로가 막힌 농가들은 생산품을 폐기처분하는 사태가 벌어지고 있습니다. 전국적인 사재기 현상으로 생필품에 대한 수요는 급증하는데 공급망이 제대로 작동하지 못해서 벌어지는 기현상입니다.

 

식량난과 관련해서는 유엔의 식량농업기구(FAO)에서 최근 한 보고서를 내놓았는데요. 이 보고서의 주요 내용을 말씀드리면, 현재까지 식량 공급은 별 문제가 없어 보이지만 코로나 사태가 장기화 될 조짐을 보이면서 앞으로 글로벌 식량 공급망에 큰 차질을 빚을 수 있고, 이에 따라 식량 생산과 공급이 차단되면서 이미 식량난을 겪고 있는 저개발국가 및 분쟁지역에서는 식량안보가 크게 위협 받을 수 있다는 내용입니다. 엎친데 덥친격으로 각 나라마다 전략적 물자에 대한 수출 제한 조치를 취하면서 이에 따른 전세계적 식량 공급난이 점점 가시화 될 것이라는 전망이 나오고 있습니다. 이미 인도나 베트남 등지에서는 쌀 수급에 차질이 생기면서 쌀 수출을 중단했다는 뉴스가 나오고 있습니다. 최근 원유 가격 하락으로 주요 농산물 가격이 떨어졌지만 쌀과 같은 몇몇 주요 곡물 가격은 서서히 오르는 추세를 보이고 있습니다. 당장 식량 비축이 충분하지 않거나 주로 수입에 의존하는 국가들은 비상 상황에 처하게 될 것입니다. 식량안보에 대한 중요성이 대두되면서 각 나라마다 빗장을 걸어 잠그고 국제교역과 투자가 큰 타격을 입으면서 사실상 본격적인 무역전쟁의 시대가 열릴 가능성도 배제할 수 없습니다.

 

제가 생각하기에 현재 급속도로 퍼지고 있는 코로나 사태는 조만간 치료약이 나오고 백신이 개발되면 어느 정도 통제가 될 것이고 결국에는 종식 될 것입니다. 하지만 코로나가 쏘아올린 작은(?) 공은 앞서 말씀드린 트리플 쇼크(triple shock)를 초래할 가능성이 매우 크고, 이로 인해 인류가 그동안 겪어보지 못했던 새로운 위기가 도래하지 않을까 걱정이 많습니다. 이러한 위기가 누군가에게는 엄청난 재앙으로 다가올 것이며 또 한편으로는 누군가에게 새로운 기회가 될 수도 있을 것입니다. 코로나 사태로 인해 앞으로 어떻게 세상이 바뀌게 될지 아무도 알 수가 없습니다. 다만 타당한 시나리오와 여러 선택 가능한 대응 방향 정도만 어렴풋이 생각해 볼 수 있겠지요. 한가지 분명한 것은 앞으로 들이닥치게 될 엄청난 변화의 소용돌이 속에서 미리 미리 대비하는 자만이 온전히 살아남을 수 있을 것이라는 사실입니다. 지금 이 글을 쓰면서도 착잡한 심정과 함께 새로운 시대에 대한 희망이 교차하고 있습니다. 부디 여러분들은 이 변화의 주인공이 되셨으면 하는 작은 바램을 끝으로 이 글을 마치도록 하겠습니다. 

 

 

"We will find a way.

We always have."

 

- Interstella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