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해말부터 준비해온 유럽여행(6월초. 전체 20일여정)이 이제 얼마(?) 안남았습니다.
결혼전부터 아내(당시엔 여친)에게 늘 '유럽여행 시켜주겠다'고 약속했었습니다.
결혼 직후 한번은 항공권에 (러시아)비자까지 다 준비했었는데 근친께 변고(!)가 급작스레 닥쳐 모두 수포로 돌아가고..
결혼후 한동안 인연이 없나보다 체념하던 (하늘의 축복인) 아이도 예기치 못한 때에 생기다 보니, 한해 한해 미루다가...
연애후 결국 유럽 구경 약속을 한 지 10년이 된 올해가 되었습니다. 더 이상은 미뤘다간 헛된 공수표만 날리는 사람 되겠다 싶었습니다.
그래서... 지난 10월 하순에 제겐 금쪽같던 US Air 마일 270K를 불태워 발권해버렸습니다.
US Air 유에스항공 Award 발권: 미국-유럽-한국-유럽-미국 9구간
위의 여정을 간단히 말하면, 미국 CLT 출발 --> 뮌헨 in - 유럽여행 - 런던 out --> 한국 ICN 도착 입니다.
저희에겐 뮌헨 in 후, 런던 out 까지의 20일의 시간이 있고, 그걸 잘 활용하는 자유여행 노선을 짤 숙제가 생긴 셈이었습니다.
보통 자유여행의 핵심인 여행 동선(국가/지역선정)은 기본적으로 (주어진 예산과 시간내에서) 개인 취향이나 선호에 따라 자유롭게 결정하시더군요.
어떤분은 멋과 낭만을 위해 이태리를 꿈꾸시고, 맛과 예술을 위해 프랑스 (특히 남동부)에 집중하시고, 또 (최근 꽃할배처럼) 축구와 정열의 스페인/포르투갈을 목적지로 주목하시기도 합니다.
사실 저(와 특히 독실한 가톨릭 신자인 아내) 역시도 풍부한 역사/문화유산과 (북/서유럽에 비해) 상대적으로 낮은 물가수준을 갖는 남유럽 라틴권역은 매우 매력적인 방문대상지였습니다.
그러나 아이를 키우(셨거나)시는 부모님들은 잘 아시겠지만, 어린아이와 함께 하는 여행은 뭐니뭐니해도 '안전'이 최우선의 고려요소일 수밖에 없습니다.
공격적이거나 실험적이지 않은 상당히 '방어적이거나 보수적 여행 동선'을 살필 수밖에 없었습니다.
그에 따라, 극심한 여름철 무더위(+햇살), 치안 및 정정불안 등의 (과민하다 싶을 수 있지만, 어린이동반 여행시 우선적으로 고려해야 할) 불안요소를 배제해야 했으므로 남유럽(이태리, 이베리아반도, 아드리아해 연안국 [=발칸반도국], 그리스 , 터키 등)을 대상지에서 제외해야 했습니다.
안타깝지만, 로마, 베니스, 피렌체, 밀라노, 바로셀로나, 마드리드, 리스본, 이스탄불 등의 Best destinations in Europe 은 차후로 미루고, 아울러 북유럽은 나중에 캠퍼밴을 타고 가보자는 원대한(!) 꿈을 위해 보류하기로 했습니다. 물론 차량/여행자보험이 아예 거부되거나 상당한 할증이 붙는 동유럽 (헝가리, 폴란드, 불가리아, 루마니아 그리고 우크라이나 with 러시아) 권역은 일단 생각조차 않기로 하였습니다.
<1> 어디를 갈까? : 기본 여정(동선) 짜기
어린아이를 동반한 채로는 못가게 된 곳을 제외하니, 갈 수 있는 지역(국가)을 프랑스, 독일, 오스트리아, 체코, 네덜란드, 벨기에, 스위스 그리고 영국 (바다건너 아일랜드도 skip) 정도로 압축하게 되었습니다.
이를 구체적으로 주로 수도중심의 중요도시(주 관광도시) 이름으로 나열해 보았습니다.
파리 / 베를린 / 비엔나 / 프라하 / 암스텔담 / 브뤼셀 / 취리히 / 런던
나름 근사한 도시 이름들이 줄줄이 등장하더군요. 그리고, 유럽지도위의 이 도시들에 점을 찍은 뒤, 각각의 도시에서 가장 가까운 인접도시를 연결하는 선을 그려보기로 했습니다. .
다만, (저희가) 기존에 발권한 항공여정이 기본적으로 갖고 있는 아래의 몇몇 특징(제한요소)를 위 목록에 적용해야 했습니다.
(1) 루프트한자 LH 허브인 뮌헨 MUC 은 여행 출발및 회귀지점으로 기본 설정될 수밖에 없었으며,
(2) (파리나 벨기에쪽에서) 뮌헨으로 복귀하는 동선이 너무 길어 중간 경유지로 쾰른/하이델베르크 등의 경유지를 추가하기로 했고,
(3) 영국 런던 LHR (1박)과 스위스 취리히 ZRH (1박 x 2회)는 항공일정상의 레이오버로 멈췄다 가는 식으로 '맛보기'만 하기로 했습니다.
이를 바탕으로, 총여정을 꾸려나가기로 하고, 간략히 여행 동선을 만들어보니, 아래와 같이 장방향의 일주노선이 그려지더군요.
즉, (붉은색 네모) 뮌헨에서 출발해서 비엔나를 시작해 반시계방향으로 회전하여 파리 와 쾰른 등을 거쳐 뮌헨 복귀후, 취리히 와 (푸른색 네모) 런던으로 가는 여정이 되겠습니다.
<2> 뭘 타고 가나: 기차? 자동차? 비행기?
항공이동을 제외한다면, 유럽대륙위에서 이동할 때에 선택할 수 있는 육상 교통수단은 기차 또는 자동차일 것입니다.
(저희는 여행기간이 21일이 넘지 않아 푸조리스 같은 것은 불가능했으며, 동반자녀가 너무 어려 운행중 중간에 배변이나 심리적 불편함 등으로 보챌 경우 해결책이 없는 장거리버스에 탑승한다는 건 고려할 수 없었습니다.)
따라서, 저희에게 '자동차'란 교통수단은 곧 자가운전 렌트카를 뜻합니다.
제 과거 3차례의 유럽여행에서 기차와 렌트카 (일명, 유빙 = Euro-Driving)의 경험을 떠올려보니, 둘다 장단점이 고루 있어서 어느 것 하나로 콕 집기가 어려웠습니다.
개인이나 커플단위의 소규모 여행에선 자동차보다는 기차가 합리적이겠고, 인원수가 4명이 넘어가면 렌트카가 경제성의 측면에서 매우 합당할 것입니다.
그러나 저희는 (만 4살이 채 안된) 어린아이를 낀 애매한(!) 수효의 3식구였습니다.
다만 고려할 만한 점으로는, 유럽의 철도교통은 성인 동반 소아(예: 독일은 5살이하, 프랑스는 4살이하)에게 무료탑승의 편의를 제공한다는 것입니다.
심지어 독일은 무료로 좌석까지 확약해줍니다. (프랑스나 베네룩스는 Lap seat) 그러므로, 저희같은 (2명같은 3명의) 팀에게는 기차이동이 더 매력적일 수 있었습니다.
그러나 게시판에서 절찬리에 환영받는 여러 유익한 유럽여행기들을 살펴보면 알 수 있듯이,
<아름다운 유럽에서 Drive 해보기> 라는 묘미를 어찌 쉽게 포기할 수 있겠습니까?
작년 초여름 AM후 처음 (북유럽) 여행 후기 by Esc 님 : 북유럽의 멋진 풍광을 운전하면서 맛보기.
유럽 여행기 by Esther 님 : 동부 알프스의 장관을 운전하면서 맛보기.
유럽 소도시에 빠져보자 (4): (마지막편) 독일과 오스트리아의 소도시들 by 유리치기 님 : 프랑스, 스위스에 이어 독일 아우토반까지 미녀들과 동반여행~
구불구불 알프스 산악도로위, 만년설이 뒤덮힌 봉우리들과 하이디가 양떼와 함께 뛰어나올 듯한 푸른 벌판이 어우러진 풍경을 마주한 눈의 즐거움.
제한속도 무제한의 아우토반(아! 갑자기 떠오른 그리운 닉넴) 제1차선에서 RPM 5-6-7천까지 '이빠이' 밟자, 순간 고막을 울리는 독일차의 굉음.
니스와 친퀜떼레 앞에 드넓게 펼쳐진 쪽빛 지중해변 해안도로 갓길에 문득 서서, 코끝이 아려올만한 찡하게 느껴보는 감미로운 바다내음까지.
이 모두 '자가운전'을 해야 손 쉽게 가져보는 행복 아니겠습니까?
게다가 굳이 미래를 상상해보니, 제게도 언젠가 ED의 꿈을 현실로 옮길 날이 있지 않을까 하는 바람도 있더군요.
(Benz / BMW) ED by 원팔 님
아우디의 유러피언 딜러버리 프로그램 (리스/구매) by 티모 님
BMW 유로피안 딜리버리 준비기 by nysky 님
(김치국부터 마시면서) 있을지 없을지 모를 ED를 위해 미리 렌트카로 연습하겠다는 건 사실 좀 지나친 비약입니다만...
아무튼 너무 길지는 않게 (하루 또는) 며칠정도 Benz (슈트트가르트), Audi/BMW (뮌헨) ED의 기본노선인 아우토반을 달려보는 경험은 차마 놓치고 싶지 않은 선택이었습니다.
생각해보니, 구스 님 처럼 길지 않게 (당일치기)로도 독일 아우토반에서 추억거리 드라이브가 가능하겠다 싶었습니다.
[업뎃] [후기] <-- 독일 여행계획 막무가내 부탁 MUC-DRS-Prague by 구스 님
게다가 가시보거 님의 ED 경험을 보면 어린 자녀(따님) 동반하고도 (독일과 기타지역에서) 운전하는 것이 충분히 가능해 보였습니다.
EDP 후기 (독일, 체코, 오스트리아)- 4편 -"블랙포레스트 렐리" by 가시보거 님
<3> 그래! 모두 (기차 + 렌트카 + 비행기) 다 해보는 거야.
결국 저(희)는 기차 (뮌헨 ~ 파리/쾰른) + 렌트카 (퀼른/브뤼셀 ~ 뮌헨) + 비행기 (뮌헨 - 취리히 - 런던) 편을 골고루 이용하기로 결정하였습니다.
[기차탑승 구간] 뮌헨 - 비엔나 - 프라하 - 베를린 - 암스텔담 - 파리 - 쾰른
[렌트카 자가운전 구간] 쾰른 - 브뤼셀 - 하이델베르크 - (로텐부르그) - 뮌헨
[항공이동 구간] 뮌헨 MUC - 취리히 ZRH - 런던 LHR
PS. 이후 어린이와의 여행시 Tip / 열차표 발권 및 렌트카 수속 / 클칼 + 매리엇 위주 호텔 예약 등을 써보려고 합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