커피이야기 : [부제] 기내에서 주는 커피는 왜 이렇게 맛이 없을까요?

papagoose 2016.08.06 22:05:13

여행과 커피 한잔, 와인과 여행.. 하여간 이 커피 또는 와인은 웬지 여행과 이상하리만치 연관이 많이 됩니다. 낯선 여행지의 아침에 마시는 따듯한 커피 한잔이나 아름다운 황혼과 함께하는 와인 한잔은 정말 여행의 꽃이죠!! 


저는 커피, 와인, 스파게티 이 3가지를 무척이나 좋아합니다. 모두 다 이탈리아에 여행을 갔다가 발생한 DNA 변이가 여전히 복제를 거듭하고 있는 까닭입니다. ㅎㅎㅎ 


일단 이렇게 지금 쓰려고 하는 이야기가 여행과 관련 있다고 우겨 놓고 [여기는 마일모아잖아요? ㅋㅋ], @오하이오 님이 콜드브루 커피 이야기를 하셔서 갑자기 써 보고 싶어 졌습니다.


각설하고 커피 이야기 중에 카페인 이야기를 할까 합니다. 마적분들도 그냥 알고 계시는 것도 좋지 않을까 해서요. 


커피 좋아하시는 분들 많죠! 저도 커피 엄청 좋아합니다. 오랜 전에 커피가 뭔지도 잘 모를 때에 이른바 다방에서 마시던 커피로 시작하여 커피믹스를 마시던 때를 지나 이제는 원두커피를 마시게 됐습니다.


왜 커피를 마시냐 하면, 기호식품이니까 맛도 좋구요, 게다가 카페인이 들어 있는 음료라서 피곤할 때 마시면 각성 효과도 있다 하니까 마시고는 했습니다.

그러다가 제가 커피를 완전히 다시 보는 일이 생깁니다. 회사에 입사한 초창기인 90년대 초반 즈음에 이탈리아 출장을 갔던 때 마셨던 에스프레소가 바로 그것입니다. 고속도로 휴게소에서 1유로 내고 장난감 같은 커피잔에 한잔 받아서 입에 탁 털어 넣고 마시는데... 아! 그 첫 경험을 잊을 수가 없습니다. 그 동안 제가 마신 것은 커피가 아니더군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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하여간 그랬습니다. 건너 뛰고 하고 싶은 이야기로 돌아가서,


이러니 저러니 해도 커피는 (카페인+기타)로 이루어진 음료입니다. 그런데 이 카페인이 좋니 나쁘니 하는 여러가지 이야기가 많아서 더 커피가 유명해 지는 것 같습니다. 저는 카페인의 영향을 많이 받는 편이 아니라서 꽤 자유롭게 하루에 드립커피 2~3잔 정도는 부담없이 마십니다만, 카페인 신경 쓰시는 분들이 많죠? 


그 중에 디카페인 커피가 아주 유행했었지만... 맛이 영 없어서 그렇구요, 이 카페인 없으면 그게 커피가 아니죠? ㅎㅎㅎ 앙꼬없는 찐빵이잖아요? 

그런데 요즘 유행하는 것으로 콜드브루 또는 더치커피가 있습니다. 카페인이 적다는 거죠!...


커피의 맛은 카페인기타 여러가지 aroma를 내는 것들로 구성되어 있습니다. 요러한 구성이 커피를 제조하는 방식에 따라 바뀌면서 맛을 다르게 만든다는 건데요...

즉, 자기 입맛에 맞는 커피 맛은 아주 개인 차가 심하기 때문에 뭐가 좋다 나쁘다를 말할 수가 없는 거겠죠! 


기타 성분은 대충 이런거구요. 대부분 물에 아주 잘 녹는 수용성의 물질들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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카페인은 요겁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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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랫만에 이런 거 보셔서 신기하다고 하실 분들도 물론 많겠죠! ㅎㅎㅎ

요 카페인은 여러가지 특징중에 물에 대한 용해성이 아주 독특하구요, 게다가 물의 온도에 따라 용해되는 양이 아주 크게 변합니다. 그게 바로 커피의 묘미를 만드는 원인이 됩니다.


Wiki에 따르면 Caffeine is moderately soluble in water at room temperature (2 g/100 mL), but very soluble in boiling water (66 g/100 mL).[136] It is also moderately soluble in ethanol (1.5 g/100 mL).[136] 요렇게 나옵니다. 무슨 이야기냐 하면, 섭씨 25도씨의 물 100ml에 2g의 카페인이 녹을 수 있다는 거구요. 끓는 물100ml에는 66g의 카페인이 녹는 다는 겁니다. 여기서 생각해 봐야 할 것이 2가지 입니다.


1. 찬물에서의 용해량인 2g/100ml라는 것이 과연 어느 정도를 말하는 것인가? wiki의 표현을 따르면 moderately라고 표현했네요. 적당히 녹는 수준이다 라는 거겠죠? 

2. 찬물에 별로 녹지 않던 카페인이 끓는 물에서는 매우 잘 녹는다는 겁니다. 그 중간의 온도 영역에서는 온도에 따라 용해되는 양이 계속 변하게 되구요. 


적당히 녹는다는 것은 안 녹는다는 것이 아닙니다. 제가 Merck (위 wiki의 reference입니다)라는 화학약품 정보 data를 찾아 보니까 카페인의 치사량은 LD=200 mg/Kg 정도로 나옵니다. 생쥐 실험이니 그대로 적용한다는 것은 말도 안되지만 몸무게 70 Kg 성인이면 14 g 먹으면 사망한다는 겁니다. 실제로 온라인 등에서 카페인의 치사량은 10 g 정도로 말해지고 있고요, 1 g을 먹으면 강한 카페인 중독 반응을 보인다고 하니까, 2 g/100ml의 용해성이라면 치사량의 측면에서 그리 적은 양은 아니라는 겁니다.  충분히 녹을 수 있다는 거지요.


그러면 커피 1 잔에는 카페인이 보통 얼마나 들었을까요? 서울백병원의 자료를 잠깐 가져와 보겠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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드립커피가 100 mg 정도 들었네요. 이제 1 g의 카페인이 어느 정도 양인지 대충 감이 오시지 않나요? (드립커피 10 잔 정도의 분량이네요.)


그런데 여기서 보면 에스프레소 한 잔의 카페인이 드립커피보다 적은 것을 볼 수 있습니다. 왜 그럴까요? 맛은 훨씬 쓰고 진한데요?

바로 추출 방식의 차이 때문이죠?

에스프레소: 고온의 증기를 이용해서 수초내에 압출합니다. 당연히 카페인이 녹아 나올 시간이 짧아서, 카페인의 양이 적어집니다. 

드립커피(핸드드립): 데운 물을 이용해서 수분동안 침출합니다. 뜨거운 물로 길게 침출하기 때문에 카페인이 많아집니다. 그런데 보통 핸드드립하시는 바리스타 분들이 물을 끓인 후에 조금 식혀서 사용하잖아요? 요 때 위에서 말한 것처럼 물의 온도가 카페인의 추출에 큰 영향을 미칩니다. 미묘한 맛의 변화를 일으키는 거죠! 쪽 같은 커피라도 오늘과 내일의 커피 맛이 바뀔 수 있는 여지가 많고요... 하지만 요런 손맛의 차이 때문에 핸드드립이 커피 맛을 까다롭게 따지는 분들이 좋아하게 되는 거지요... 괜히 달라 보이 잖아요?! ㅋㅋㅋ

드립커피(미국에서 많이 쓰는 그런 커피머신 말입니다.): 뜨거운 물이 오랫 동안 머물면서 침출이 됩니다. 아주 그냥 카페인을 쪽쪽 빨아냅니다. 밑에서 받아 두는 커피포트는 계속 가열해서 따듯하게 하는데요... 이렇게 계속 가열하니 맛있는 향은 금방 날라가고 쓰디 쓴 카페인만 남습니다. 맛이 있으면 오히려 이상한 시스템이지요... 여기서 정답 나옵니다. 기내 커피는 맛있으면 이상한 거다.!!

콜드브루(더치커피): 비슷한 말인데요. 더치커피는 아주 천천히 찬물로 내리는 것을 보통 말하구요, 콜드브루는 찬물에 오래 담가 두었다가 필터링을 해서 마시죠! 이 두 경우 모두 적어도 몇 시간에서 몇십 시간까지 물속에 담가두게 됩니다. 결국 용해도가 낮은 편인 카페인도 이렇게 오래두면 결국에는 상당량이 녹아 나오게 됩니다. 절대 카페인이 적으리라고 생각하시면 안된다는 거죠! 그런데 맛이 에스프레소나 드립커피와는 상당히 다릅니다. 왜 그럴까요? 왜냐하면 카페인 말고 기타 아로마 부분의 구성이 상당히 바뀌게 됩니다. 그래서 전형적인 커피(카페인이 훨씬 많은)에 비해서 완전히 다른 아로마가 형성되는 겁니다. 저는 개인적으로 이 더치 커피의 아로마를 싫어 합니다... 목초액 먹는것 같아요... 


* 보너스 - 모카포트: 요거는 Bialetti라는 이태리 회사 거 많이 보이는데요, 포트에 넣고 끓이는 거죠! 아주 그냥 카페인의 진수를 보여주겠죠? ㅋㅋ 근데 웬지 맛이 궁금하기도 하고, 멋있어 보이더라구요. 폼 나잖아요!! 그래도 저도 전에 몇 번 내려 먹었었는데... 켘! 완전 아니더라구요. 부엌 어딘가에 쑤셔 박혀 있습니다. 이제 어디 있는지도 몰라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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자 이제 이런 모든 것들을 조금 정리해 보면,

1. 카페인은 드립커피가 제일 많다! 드립커피>에스프레소>>더치커피 ... 댓글들 읽다보니 요건 장담을 못하겠어요... 오래 끌면 많이 녹을래나요?

2. 기내 커피는 맛 없는 것이 당연하다. 불평하지 마라!


추가적인 이야기는 댓글로...