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수기를 샀습니다.
2년 전에 이곳에 정수기 구입을 문의한 적이 있었습니다( https://www.milemoa.com/bbs/board/3905295 )
그때 연수기를 믿고 2단계 필터를 사서 쓰다가 식수로는 부족하다 느꼈습니다.
그러다 20% 할인하는 역삼투압 방식 아마존 '창고' 물품이 눈에 띄어 샀습니다.
포장 손상 물품이라는데 어디가 손상됐다는 건지 모르겠고요.
내용물은 포장 그대로라 새 제품 같았습니다.
통상 설치하는 부엌 싱크대 아래가 아니라 저는 지하실에 달려고 합니다.
봐둔 그 곳이 시멘트벽이라 설치대를 먼저 만들었습니다.
필터 교환이 쉬운 높이를 따져 정수기를 걸기로 하고
그 높이에 맞춰 나무를 댔고, 그 아래엔 물탱크를 놓을 선반도 만들었습니다.
모양을 만든 뒤 벽에 붙이고 나면 붓질하기 힘든 곳에 페인트를 발랐습니다.
페인트를 칠하면 확실히 습기에 잘 버티고 나무가 상하는 속도도 늦춰지더라고요.
칠한 받침대를 정한 위치에 세우려고 했는데, 실패했습니다.
튀어나온 선반 때문에 싱크대가 막고 있는 좁은 틈으로 들어가지 않습니다.
할 수 없이 선반을 때어내고 밀어 넣었습니다.
미리 생각해서 두번 일하지 않겠다 다짐하지만, 이번에도 제 한계를 드러냈습니다.
밀어 넣은 틀에 선반을 다시 붙였습니다.
결국 두번 일했습니다.
상단에 벽쪽 스터드와 설치대를 격자로 연결, 고정했습니다.
혹시라도 앞쪽으로 기울어 무너지는 경우를 대비했습니다.
칠하지 않은 나머지를 마저 칠하고 받침대 설치를 마쳤습니다.
기존 2단계 필터의 출입구 파이프를 이용하기 때문에 이후 설치 과정을 많이 줄일 수 있었습니다.
정한 위치에 1~5단계 필터를 달고 정수통도 선반에 올렸습니다.
기존에 쓰던 옛 필터도 그대로 활용하기로 했습니다.
수돗물이 옛 2단계 필터로 들어가서 1차로 물을 거르고,
이번에 구입한 역삼투압 정수기의 5단계 필터로 2차 거른 정수가 식수로 쓰입니다.
파이프 길이를 재단하지 않고 일단 연결해서
가동 상태를 살펴봅니다.
잠갔던 물을 틀자 여기저기 물이 뚝뚝 떨어집니다.
식수대와 냉장고로 연결된 파이프 연결 고리 여기저기가 샜습니다.
느슨했던 연결 고리를 꼼꼼하게 조였지만
탱크 밸브의 연결 고리에서 물이 새는 건 막을 수 없었습니다.
플라스틱 너트가 다 헤지도록 감았건만...
'물 폭탄'이 터졌습니다.
실러로 보강하기위해 밸브를 분해한 순간이었습니다.
마치 한참을 흔들어 연 콜라처럼, 아니 그보다 훨씬 강한 물줄기가 솟아올랐습니다.
그저 들어 오는 물만 잠그면 되는 줄 알았습니다.
물벼락을 맞고 나서야 탱크에 또 다른 밸브가 하나 있는 걸 봤습니다.
미리 이것을 열어 공기를 뺄 걸 그랬습니다.
도면만 한번 흞어 보고 설명은 한번도 읽어 보지 않은 탓입니다.
남들 적은 후기는 몇번씩 보면서, 정작 정식 매뉴얼은 늘 등한시했습니다.
실러가 동봉된 이유를 한번 되돌아보기만 했어도....
다행히 실러를 둘러 다시 감은 밸브에선 물방울이 비치지 않습니다.
해결은 했지만 또 일을 두번했습니다.
파이프를 잘라 깔끔하게 정리하려던 마지막 계획은 다음으로 미뤘습니다.
물폭탄을 맞고 다소 진이 빠진 탓입니다.
다음에 한다는 건 정리는 다짐일뿐으로 이대로 유지될 듯합니다.
정상 가동 후 탱크가 채워지는데 3시간,
채워진 첫 물은 버리라는 안내가 있었습니다.
그 탱크 물을 버리고 다시 채우고, 드디어 시음의 순간.
먼저 순도 부터 측정했습니다.
정수하지 않은 수돗물(이것도 연수기를 거친 물) 600 ppm이 넘습니다.
이전에 2단계 필터만 사용했을 때는 400 ppm 정도로 떨어졌습니다.
새 정수를 통해 거쳐 나온 물, 26 ppm 입니다.
이 정도 수치가 어느 정도인가 싶어 검색을 해보니,
50 ppm 이하면 증류수 수준이라고 합니다.
수치로 정수 능력 자체는 탁월하다는 걸 실감했습니다.
물맛은 느낄 수 있을 만큼 변했고, 더불어 차 맛도 좋아지길 기대했습니다.
처는 보이차를 우려냈고, 저는 커피를 뽑았습니다.
어제와 다른 커피 맛이 기분 탓인지 모르겠지만 개운하게 하루를 시작했습니다.
[추가]
2년 전에 연수기(Water Softener) 사서 설치했습니다.
배수를 고려해야 해서 설치할 곳을 마땅히 찾지 못하다가
아예 배관을 좀 손봐서 원하는 위치에 설치하기로 했습니다.
처음 하는 동파이프 배관 작업이었는데 우려했던 것보다는 쉽고 재밌었습니다.
토치에서 센 화력이 뿜어져 나올 때 약간의 긴장과 두려움이 있긴 했습니다.
(그래서 전 토치는 라이터가 내장된 제품을 추천합니다)
주황색 선은 기존에 있던 파이프입니다.
썼던 도구들.
위 사진에서 빠진 도구 혹은 재료로 용접봉이 있습니다. (전기 용접봉과 다르니 구분해서 사야 했습니다)
설치한 곳 근처에 배수구가 없어서 옆에 있는 샤워실 까지 파이프로 연결했습니다.
제가 샀던 연수기입니다.
사양 대비 가격이 쌌는데 당시 평가는 썩 좋진 않았습니다.
대부분 불만은 1-2년 사이에 고장이 났다는 것이 어서
5년 추가 워런티를 구입했습니다.
지난 2년간 아무 문제 없이 만족하며 잘 쓰고 있습니다.
그런데 지금 보니 2년 전 350 불 대에서 가격이 600불로 확 오르고
대신 워런티 기간이 1년에서 5년으로 확 늘어났네요.
저희는 이제 물 관련 설치는 끝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