테슬라의 Smart summon... 정말 smart 하기나 할까요?

헐퀴 2019.09.29 12:28:58

@kaidou 님의 테슬라 S/W v10 업데이트 글에 댓글로 달다가, 제 댓글들이 이제 '다른 시각 제시' 수준을 넘어서서 주객전도까지 가고 있는 것 같아서 글을 새로 팝니다. 쓰다보니 너무 길기도 하구요.

 

V10 업데이트 들어간 기능 중 가장 획기적이면서도 논란이 되는 기능은 Smart summon이라는 기능입니다. Elon Musk가 예전부터 떠들어왔던 기능이지만, 그쪽에 관심 없으셨던 분들을 위해 간단히 정리해드리자면, 주차장에서 테슬라 차량이 주인을 찾아서 스스로 운전해서 오는 기능입니다. 엄청 대단하게 들리지만, 아직은 정말 그야말로 v0.1 수준의 기초적인 수준으로 구현돼 있습니다.

 

ss.png

 

앱에서 smart summon을 시작하면 현재 위치까지의 경로를 보여줍니다. 그럼 사용자는 화면 아래쪽의 저 버튼을 눌러서 차량을 이동시키는데, 언제나 차량과 그 주변 상황을 주시하고 있어야 하며, 만약 문제가 생길 것 같으면 바로 버튼에서 손을 떼야 합니다. 그럼 차량은 신호를 전달받자마자 멈춰서 사고를 피하는 거죠.

 

이 기능을 얼마 전까지는 소수의 early access program 가입자들에게만 배포해 왔다가 이번 v10 업데이트에서 관련 기능을 구매한 모든 사용자들에게 배포하고 있는 중입니다. 그런데 배포한지 하루 만에 벌써 안 좋은 소식들이 들립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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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먼저 첫 사고 동영상. v10 업데이트 글에도 댓글에 올렸던 내용입니다. 트위터 임베딩이 안 돼서 부득이하게 링크로 겁니다.

 

오너 시점:

https://twitter.com/i/status/1177761095332896774

 

테슬라 시점: (이 동영상이 더욱 중요합니다.)

https://twitter.com/i/status/1177761173271392256

(모바일에선 자동 스크롤이 안 되네요. 스크롤을 올려서(내려서? 헷갈리네요;;) 두번째 영상을 보시면 됩니다)

 

테슬라 시점 동영상을 보시면 아시겠지만 상대 차량이 움직이기 시작하고 나서 한참 뒤에야 반응합니다. 정상적인 운전자가 타고 있었다면 훨씬 일찍 반응했을 겁니다. 심지어 이렇게 멈춘 것도 테슬라가 스스로 판단한 것인지 오너가 앱 버튼에서 손을 떼서 멈춘 것인지 알 수 없습니다.

 

* 다른 동영상. 사고가 나진 않았지만 매우 위험한 순간까지 갑니다.

 

https://twitter.com/i/status/1177749574976462848

 

이 역시 테슬라가 스스로 멈춘 것인지, 오너가 세운 것인지는 불명확합니다.

 

(이 밖에도 작은 사고 뉴스가 있는데, 동영상을 찾은 건 이것 둘 뿐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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두 사고 동영상들을 보고 나면 드는 생각이, 과연 이런 형태의 "간접" 반자율 주행이 직접 운전 만큼 안전해질 수 있는가입니다. 두 케이스에서 모두 (중간에 카메라를 바라보는 잠깐 동안을 빼고) 오너는 자신의 차량 주변을 주의 깊게 살피고 있습니다. 하지만 운전에서 위험 요소는 차량 최근방이 아니라 저 멀리서부터 발견하고 선제 대응을 해야 사고를 피할 수 있죠. 그래서 직접 운전 시에는 숄더 체크 등의 매뉴얼이 있고, 운전자들도 나름의 습관과 규칙들을 쌓아나갑니다. 예를 들어 주차장 내 교차로에서 어느 쪽을 확인해야 하는지, 어느 정도 거리에 있는 보행자들을 의식하고 있어야 하는지 등을 체득해 놓는 거죠. 그리고 도로나 주차장 등의 인프라 설계도 운전석 시점을 기준으로 만들어져 있습니다.

 

그런데 smart summon의 경우 제어권자의 시점이 완전히 바뀌기 때문에 기존의 매뉴얼이나 습관도 아무런 소용이 없고, 실질적으로 오너가 커버해야할 안전 범위가 훨씬 넓어지기 때문에 신경이 분산될 뿐 더러, 미리 예측하기 힘든 사각(blind spot)들이 곳곳이 도사리고 있습니다. 예를 들어 첫 케이스의 경우 오너가 타고 있었다면 전방을 보고 있는 것 만으로 충분히 미리 발견하고 회피할 수 있는 사고였을테고, 두번째 케이스는 저것보다 훨씬 일찍 감속을 시작해서 cross traffic을 발견한 뒤 안전한 위치에서 멈춰 서로 놀라는 일 없이 지나갈 수 있었을 겁니다.

 

게다가 이건 역으로 다른 운전자들이나 보행자들에게도 익숙치 않은 움직임이라 더욱 위험해집니다. 다른 smart summon 동영상들을 보시면 아시겠지만, 이게 지맘대로 구획선도 마구 넘어다니고, 좌측 통행도 심심치 않게 하거든요. 다들 스스로는 의식하고 있지 않지만, 사실 주차장에서 운전하거나 걸을 때에는 어디 쯤, 어떤 방향에서 차가 나올 수 있다는 걸 무의식 중에 계산해서 다닙니다. 그런데 이렇게 완전 쌩뚱맞은 움직임을 보이면서 깜빡이까지 안 켜는 차가 등장하면 지금까지의 질서가 깨지는 거죠.

 

이런 문제들을 보완하기 위해서는 차량이 훨씬 스마트해지면 됩니다. 사람이 운전하는 차처럼 우측 통행과 주차 구획선을 잘 지키고, 위험 요소를 멀리서부터 발견해서 유연하게 대처할 수 있으면 됩니다. 그런데 동영상들을 보시면 아시겠지만 이제 막 첫 데모 구현 수준의 기능 밖에 안 됩니다. 예를 들어 다른 글에 댓글로 달았듯이 옆에서 오는 사람을 보지 못하고 직진을 하다가 사고 직전까지 갑니다.

 

 

문제는 제가 늘 지적했듯이 테슬라가 이런 미완성의 위험한 기술들을 아무런 제재 없이 판매하고 있다는 겁니다. 오너들에게 100% 자유와 책임을 부가하면서요. 저도 나름 얼리 어답터에 엔지니어라 신기술에 대한 저항감이 무척 적은 편이고, 그래서 테슬라의 자동 운전 기술들을 처음부터 관심있게 지켜봐 왔는데, 이건 해도 해도 너무 합니다. 회사와 CEO의 도덕적 해이가 믿을 수 없는 수준이고, 이런 방종을 용납해주는 미정부가 정말 신기합니다. 다행히 유럽이나 타국가들에서는 정부에서 어느 정도의 제약을 걸고 있긴 합니다만...
 
테슬라 차들 진짜 매력있는 차들이고, 전기차 주행 기술에서는 독보적인 능력이 있고, OTA 같은 것도 특장점입니다. 그런데, 테슬라 고려하시는 분들은 언론과 소셜 미디어에 범람하는 테슬라 찬양에 가려져서 잘 보이지 않는 마감 문제나 서비스 문제들도 고려하시고, 옵션을 고르실 때 이런 안정성 문제도 좀 고려해주셨으면 합니다. 이제 슬슬 본인과 본인의 차를 떠나서 다른 차량들과 보행자들의 안전마저 위협하고 있는 수준이니까요. 그리고 Elon Musk라는 인물을 보실 때에도 과연 언론이나 광신도들이 찬양하는 것 만큼 위대한 인물인가에 대해서 좀 다시 생각해봐주셨으면 좋겠다는 의미에서 이런 글들을 씁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