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동안 처 박아뒀다 꺼낸 하이체어
십일이년전 우리집에 와서 1호를 시작으로 2호를 거쳐
3호가 앉았던 자리.
세 아이의 모든 첫 맛이 시작됐던 곳.
먼저 풀어 뺀 대각선 모양 독특한 경첩. 굿윌에서 기증받지 않는다는 하이체어.
다른 아이가 이어 써주길 바라는 마음을 접고 분해해 처분하기로 한 날.
감탄을 자아낸 투박하고 단단한 부품들. 엠마의 엄마가 십수년을 쓰고 지니다 줬으니.
그것만 20년, 게다가 살때 부터 빈티지였다니 나이를 가늠하기 힘든 의자. 40? 50? 60?
깎고 파서 잘 껴 맞춘 나무와 나무들. 앞으로 내손 닫는 곳엔 없을 장인정신 깃든 물건.
다리 바닥, 우리가 처음 들여 온날 씌어 놓았던 캡 보니 그 때 생각에 잠시 멈추고.
역시 잘 짜 맞춘 등받이 쪼개니, 하이체어와 함께 했던 많은 추억도 쪼개지는 듯.
그나마 엉덩이 대고 앉으면 앉을 만한 부분만 살려보자 떼어두고
누군가 한땀한땀 정성들여 깎은 나무지만 천상 불쏘시개나 써야겠다 생각하니
남겨진 경첩과 나사못 사리 같아.
언제가 유모차를 버리는 그 날 비슷한 허전함. 키우며 쌓인 물건들이 크니 빠져나가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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인스타그램엔 그새 대학 졸업하고 약혼자와 새해를 보낸 엠마. 아이 모습 선명한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