땅콩 알러지 이야기 (3): 면역치료 피부패치 임상시험 (clinical trial) 지원 후기 2 (food challenge)

TheBostonian 2020.08.24 17:43:12
어쩌다보니, 시리즈 번호가 좀 복잡하게 되었네요..
세번째 이야기여서 (3)인데, 지원 후기론 2번입니다.
 
어쨌든, 지난번에 시작한 이야기 이어가 봅니다.
 
 
지난편 줄거리:
수차례 다양한 검사와 갖은 우여곡절 끝에 드디어 잡게된 임상시험 담당자와의 미팅!
그런데 거기서 또 피 뽑고 검사를 다시 해야 한다고 합니다.ㅠ
피부 검사는 예상대로 가볍게 통과, 그러나 피 검사는 결과를 기다려서 적정 range에 들어야 한다고 합니다.
거기에다가, 현재 남은 slot은 하나인데, 저희 집 말고도 두 가정이 더 지원 중이라고 합니다.
피 검사 결과가 적정 range로 나올지...
우리가 다른 경쟁 가정보다 먼저 자격 요건을 갖추게 될지...
조마조마하며 긴장된 1주일을 보내는데....
 
 
 
 
 
 
 
0.
여기서 잠깐 REWIND...
지난번 첫 미팅 때로 돌아갑니다.
 
그때 Boston Children's Hospital 소속 allergist와 면담하면서 이것저것 상세히 묻고 답하면서,
저희 애가 'very picky eater' 라는 얘기가 나왔었습니다.
아마도 peanut을 비롯한 potential allergen을 실수로 먹은적이 있는지 물어본 질문에 대답하면서 나온 얘기였던 것 같습니다.
정말 애기 때부터 뭘 잘 안 먹고 새로운 걸 잘 시도하지 않으려는 경향이 있었습니다.
 
그런데 만약 저희가 피검사 결과가 통과되어 진행을 하게 되면,
다음 단계는 oral food challenge로서,
peanut 성분을 미량씩 입으로 직접 섭취해서 반응이 나타나는지 보는 것입니다.
그래서 반응이 나타나지 않으면 스터디 대상에서 제외됩니다.
 
그 food challenge를 위해서는, 
peanut 성분을 약간 pudding 같은 느낌의 gel 같은 물질에 섞어서 주게 되는데,
저희의 'very picky eater'라는 말에 의사가 걱정을 합니다.
만약 애가 그걸 섭취하는 걸 아예 거부하게 되면 테스트가 진행이 되지 않으니 말입니다.
 
그래서 집에서 pudding 같은 걸 좀 미리 먹여보고 익숙해지게 하면 좋겠다고 합니다.
 
 
 
 
1. 
드디어 연락이 왔습니다.
그런데 피검사 결과는 알려주지 않고,
pudding 같은 걸 먹여보았는지, 거부감 없이 잘 먹었는지 묻습니다.
 
그런데 저희는, 저희가 다음 단계로 진행할지 안할지도 모르는 상황에서
달아서 치아 건강에도 안 좋을 것 같은 pudding을 미리 사서 시도해 보진 않고 있었습니다.
그래서 피검사 결과가 나오고 나서 시도해 볼 계획이었다고 말하니,
그제서야 정확히 알려줍니다.
피검사 결과는 적정 range로 나왔고, 다음 단계로 진행할 수 있다고. 일단은 Yay!
 
그렇지만, 아이가 정말 너무 안 먹으려 해서 food challenge가 진행이 안될 것 같으면
괜히 저희를 오라고 해서 시간 쓰게 할 수 없고, 마찬가지로 여러 병원 인력들의 시간도 낭비할 수 없으니,
pudding을 꼭 시도해 보고 알려달라 합니다.
 
 
 
 
2.
사실 얘가 picky eater이긴 하지만,
pudding과 비슷한 질감의 음식으로는
요거트나 아이스크림 등은 이미 넘 잘 먹고 있기 때문에 (없어서 못 먹...)
큰 걱정은 아니였습니다.
 
하지만, 병원에서 줄 food challenge 음식은 분명히 새로운 것이고,
peanut 성분이 들어 있어서 몸이 저절로 반응해서 거부하게 될 수도 있고 하니,
"새로운 것"으로서 pudding을 마트에서 종류별로 많이 사서 저녁마다 시도합니다.
"Pudding time~" 하면서 (병원에서도 그렇게 할 계획)
'이게 "pudding"이라는 거야' 라는 생각을 심어 줍니다.
 
결과는..
예상대로 넘 좋아합니다.
이렇게 맛있고 좋은 걸 왜 이제야 주냐는 듯한 눈빛으로 열심히 먹습니다.
 
이로써 집에서 자체적으로 시행한 "예비 food challenge"는 통과하고,
스터디 담당자에게 연락하여, 진짜 food challenge 날짜를 잡습니다.
 
 
 
 
3.
Food challenge는 한번에 끝나는 게 아니라,
full day (8 to 5) 일정으로 *두번*에 나눠서 진행합니다.
 
임상 시험 자체도 그렇지만,
food challenge에 대한 심리적인 영향('나는 지금 peanut을 먹는다'는 생각으로부터 오는 스트레스로 인한 반응 등)을 배제하기 위해서,
한번은 진짜 peanut을 넣고 진행하고,
다른 한번은 placebo를 넣고 진행합니다.
그리고 물론, 언제 진짜 peanut을 먹는지 알면 안되기에,
double-blind 형태로 (저희도 모르고 스터디 담당자도 모르는 상태에서) 진행됩니다.
 
그래서 1주일여 간격으로 두번의 full day 일정을 잡습니다.
 
 
 
 
4. 
날짜가 가까워 오고 
여러가지 주의사항 및 준비할 것들을 안내해 줍니다.
 
알러지약(antihistamine)은 1주일 동안 섭취해서는 안되고,
당일은 아침에 challenge 시작하기 전에 2시간 정도 공복이어야 하며,
갈아 입을 옷, comfort toy 같은 것 준비하면 좋고 등등..
 
그리고 중요한 것.. 
 
food challenge가 조금씩 dose를 늘리면서 여러 차례에 나누어서 진행되는데,
지금까지의 다른 가정들을 보니,
중간 중간에 포상으로 줄 작은 선물 같은 걸 준비하면 도움이 되더라고 해서
저희도 아이 몰래 뭔가를 준비합니다.
 
 
 
 
5.
드디어 당일 아침.
 
아이는 preschool도 안 가고, 형아도 학교 가서 없고 웬일로 아침부터 아빠 엄마와 나들이를 나가니 신나 합니다.
Children's hospital이다 보니 장난감도 많고 책도 많고, (이때는 COVID 전이라 이것저것 아무 문제 없이 만지고 놀았습니다.)
오는 간호사 누나들마다 너무 잘해주니 완전 신세계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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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러나 흥분도 잠시...
오늘 있을 food challenge 도중
혹시 나타날지 모를 알러지 반응에 대비해서
응급 상황이 오면 재빨리 steroid를 투여할 수 있도록 팔에 IV(정맥주사)를 연결할 수 있는 바늘을 꽂아둬야 하고 (아니, 이런 얘기는 미리 안해주더니..ㅠ)
산소 농도를 지속적으로 모니터하기 위해
발가락에 전극을 붙이고 긴 선을 기계와 연결합니다.
오늘 하루 종일 이러고 있어야 한다고 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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IV 바늘은 고통을 최소화하기 위해서, 그리고 꽂아두고 하루 종일 있어도 불편하지 않게
정확하게 정맥을 찾아서 한번에 제대로 꽂아야하기에 
IV 전담 간호사 등 여러명이 들러붙어서 초음파영상까지 동원해 가며 겨우 꽂습니다.
다행히 아이는 아주 많이 아파하진 않고 잘 참습니다.
(그리고 애가 노는 동안 방해되지 않도록 그 위에 패딩을 덧씌워 둡니다. 사진 참조)
 
 
 
 
 
 
 
6. 
드디어 food challenge 시작.
 
오늘 하루 종일 섭취할 횟수는 6회입니다.
대략 30분 간격으로 섭취하고,
매 회마다 peanut dose를 늘려갑니다. 1mg, 3mg, 10mg, 30mg, 100mg, 300mg..
(땅콩 한개에 들어 있는 peanut protein의 양이 대략 300mg 정도 됩니다.)
 
그리고 섭취 후 대기하는 동안, 
혈압, 혈중 산소 농도 등을 지속적으로 모니터하고 기록합니다.
 
드디어 첫 dose가 나옵니다.
집에서 연습했던대로 "Pudding time~" 하면서 애한테 기대감을 줍니다.
 
다행히.. 
잘 먹습니다.
 
아래 사진은 좀 나중에 더 큰 dose인데,
처음에는 그냥 손톱만한 양으로 시작해서 큰 거부감이 없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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거기에다가, 
한입씩 받아 먹을 때마다
엄마가 포장해뒀던 멋진 새 차 한 대씩을 선물로 받으니
그냥 잘 받아 먹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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7.
그렇게 매 회마다 먹고 대기하며,
간호사가 수시로 와서 혈압 및 상태 확인 등,
6번의 dose를 모두 마칩니다.
 
매 회마다는 자동차 한 대 씩을 받았고 (부럽 ㅠ),
그날의 모든 과정을 다 잘 마친 것을 축하하며
마지막으로 RC dinosaur를 받습니다.
IMG_6328.JPG

 

 
6회차 dose가 끝난 시각은 대략 오후 2시.
혹시라도 나타날지 모르는 반응을 위해서 앞으로 3시간 정도는 그대로 대기해야 합니다.
 
아침 일찍 집에서 조금 먹고
하루 종일 공복 상태로 있은터라 배가 많이 고팠는지,
처음 보는 건 잘 try하지 않는 "very picky eater"임에도 불구하고
간호사 누나가 갓 구워 준 waffle은 허겁지겁 해치웁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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3시간의 대기 시간이 끝나고, 드디어 집으로 갑니다.
 
 
 
 
 
 
 
8.
Food challenge 결과는??
 
다행히(?) 아무런 반응 없이 잘 끝났습니다.
 
아마도 오늘 한게 placebo였나 봅니다.
그렇다면 다음번엔 진짜 peanut?? 더 긴장이 됩니다.ㅠ
 
 
다음번에 나올 수 있는 결과 및 생각해 볼 수 있는 경우의 수는 총 세가지 정도..
 
(1) 다음번이 정말 peanut인게 맞고, 그때는 정말 반응이 나타난다.
 -- 이 경우, 임상 시험 참가를 위한 food challenge 통과 요건에 충족되어 임상 시험에 참여할 수 있게 됩니다.
(2) 다음번에도 반응이 없다.
 -- 이 경우, 임상 시험 참가에는 탈락되겠지만, 오히려 다행입니다. 얘가 최소한 peanut 한알정도의 dose까지는 반응이 없다는 걸 알게 되는 것입니다.
(3) 다음번에 반응이 나타나는데, "unblind" 될 때 (어떤게 진짜 peanut이었는지 알게 될 때) 보니, 첫번째가 peanut이고 두번째가 placebo였다..
 -- 사실 이럴 가능성은 극히 희박하지만, 만약에 이렇게 되면 더 골치가 아프겠죠.. 오히려 peanut에는 반응이 없으나 placebo에 있는 무언가가 문제라는 얘기니..
 
 
어쨌든,
오늘 정말 기나긴 하루를 보냈고,
팔에 바늘 꽂고 하루 종일 있어야 하는 것도 너무 불쌍해서 힘들었는데,
다음번엔 진짜 peanut인게 예상이 되어서
더 겁나고 긴장이 됩니다.ㅠ
 
 
그렇지만, 이왕 이렇게 한거,
다음번까지 제대로 하기로 해봅니다.
 
(1)번 케이스가 되어서 정말 임상 시험에 참여할 수 있게 되면 좋은 거고,
(2)번 케이스가 되어서 임상 시험은 못하더라도,
얘가 실제론 반응이 없거나 적다는 것을 알게 되면 더 좋은 거고,
 
어쨌든, 얘가 앞으로 언제 실수로 먹어서 원치 않는 때에 응급실 가며 반응을 확인하게 될지도 모르는데,,
모든 응급 대비 시설 갖춰져 있고, 여러 의사들, 간호사들 사이에 둘러싸인 병원이라는 환경에서 
제대로 테스트를 해볼 수 있는 기회만으로도 감사하다는 생각을 하며,
다음 테스트를 준비합니다.
 
 
 
 
 
다음 테스트는 1주일 후입니다.
 
 
 
 
 
 
 
 
 
그 이야기는 다음 회에...
 
 
 
 
 
 
감사합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