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7년된 중고차 영입후기 (5) 사투 끝, 일단 상황 종료

음악축제 2021.10.20 05:52:17

지난 글에서 넘어옵니다..

 

(1) 영입후기, 제원탐구 : https://www.milemoa.com/bbs/8739411

(2) 랜선투어(사진들) : https://www.milemoa.com/bbs/8782360

(3) 소소한(?) 드레스업과 정비들: https://www.milemoa.com/bbs/board/8841448

(4) 왜 조수석에서 냉각수가 샐까요? : https://www.milemoa.com/bbs/board/885866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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업데이트.

드디어 오랫동안 분리해두었던 카페트도 재조립을 마지고 시마이 합니다..

여러분의 격려로 끝까지 했습니다 감사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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예 그러니까..

서모스탯 재조립하다가 너트와 함께 나사산이 뚝 하고 부러져서 망연자실한게 지난번 이야기의 끝이었습니다.

부리나케 동네 카센터에 갔더니 아저씨 하시는 말씀.

"드릴로 나사 부셔서 뽑고 새로 넣으면 돼. 그런데 나는 피곤하니까 주말 지나면 와라. 직접 해봐도 되고."

 

직접 할 수 있다고?

열심히 구글을 서칭해봅니다.

보통은 두가지의 경우인데, 고정볼트가 수나사인 경우, 드릴로 본체에 박힌 나사를 쪼개고 새 나사를 넣습니다.

제 차(Toyota Tercel 1994)의 서모스탯은 나사가 이미 하우징에 박혀있고, 거기에다가 너트를 돌려서 감는 식입니다.

마침 잔디 깎는걸 도와주러 오신 분께 여쭤보니, 저 나사산을 풀러서 바꿀 수 있을 것 같다고..

 

또 서칭을 진행합니다.

이번 목표는 설계도/부품도(teardown map???뭐라고 검색해야되나..) 확보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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도요타 홈페이지에서 해당모델의 서모스탯을 검색하니, 아래쪽에 부품도가 나오네요.

원하는 부품을 찾았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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92122-60616 이 부품이 제가 원하는 거였네요.

영어로 Stud라는 부품명입니다.

(이 오래된 차의 부품도를 온라인으로 접속해서 볼 수 있고, 여전히 정품부품을 구입할 수 있다는게 도요타의 매력이라는 생각이 드네요!)

 

stud도 2개, 볼트도 2개 해서 잽싸게 주문하고,

일주일을 기다려 부품님이 도착하셨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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다시 분해를 시작합니다.

인테이크 분리 - 에어크리너 박스 탈거 순으로 작업공간을 확보한 후 서모스탯 고정 너트를 제거합니다. (지난번 글에 순서 나와있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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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진의 부러진 쪽이 보이네요. 이제 저 부러진 것을 제거하고 새것으로 교체할 시간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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서모스탯 하우징 쪽으로 얇게나마 나사산이 보입니다. 분해할 수 있는 부품이라 정말 다행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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보통 Penetration oil(침투오일)을 뿌려 나사산틈으로 오일을 넣어주는데, 전 그게 없어서 범용 WD-40을 사용했습니다.

오일이 침투하기를 기다려, 바이스플라이어로 잡고 천천히 돌려줍니다.

작업공간이 좁아서, 한번에 10도 정도씩 돌리기를 수십번, 겨우 뽑아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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왼쪽의 부러진 부품을 오른쪽의 새 부품으로 바꿔줄 시간입니다.

오일을 발라주거나, 나사 체결부위에 WD-40을 미리 뿌려두는 식으로 윤활 작업을 해주고 stud를 조립합니다.

(WD-40은 정확히는 윤활유는 아니기 때문에 원래는 오일을 바르는게 더 좋다고 합니다만.. 저는 그저 후딱후딱 할 마음으로 WD-40을 구멍에 바로 뿌렸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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새 stud가 잘 체결되었습니다. 이제 서모스탯을 하우징에 다시 조립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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너트도 기분좋게 새것으로 조립합니다.

정품이어서 더욱 든든한 마음으로.. (조그마한 부품이라 별건 아니지만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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조립이 잘 마무리되었습니다.

토크렌치가 없어서 하우징과 서모스탯 사이의 유격을 보며 조심조심, 이번에는 약간 루즈하다 싶을 정도로만 조였습니다.

타고다니면서 누수 여부를 보고 한 클릭씩 더 감아주는 식으로 추후 미세조정 예정입니다. (아니면 토크렌치를 하나 살까봐요...)

 

이제 드디어 증류수 대신 제대로 된 냉각수를 넣어줄 차례입니다.

4번 글에서 댓글로 다른 분들이 언급해주신 것처럼, 냉각수를 전부 빼낸 후에 교환할 때는 에어를 빼주는 것이 중요하고,

그것을 위해서 필요한 도구가 아래 사진의 깔때기(funnel) 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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냉각수 자가 교환 계획이 있으신 분들은 돈아끼지 말고 이 아이템을 꼭 구입하세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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차종별로 호환가능한 캡을 여러가지 제공하는 universal funnel로, 냉각수를 바닥에 떨굴 걱정 없이 보충할 수 있도록 해줍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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녹이 생기지 않기를 바라며, radiator anti rust 용제를 먼저 부어주고, 남은만큼을 냉각수로 채웁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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색상이 하얀 색상이네요.

 

이제 부동액을 넣어줄 차례입니다.

도요타는 분홍색 혹은 빨강색 계열의 냉각수를 순정 컬러로 사용합니다.

제가 있는 곳은 혹한기 지역은 아니기 때문에 50/50 프리믹스를 사용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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콸콸 붓습니다.

도요타 터셀의 3E-E 엔진은 히터코어와 reservoir를 합쳐 4.2l 정도 들어가는 작은 차량으로, 라디에이터와 엔진 자체에는 2.5~2.7 l 정도만 들어갑니다.

 

라디에이터를 가득 채운 후에는 시동을 걸어서 에어를 빼줍니다.

공회전 상태에서 예열을 통해 서모스탯을 열어주는 방법도 있지만, 구형차량의 경우 액셀 케이블을 당겨 스로틀바디를 열어주는 식으로 강제로 RPM을 올려서 빠르게 에어를 뺄 수 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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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포가 올라오지 않을때까지 붕붕붕 idle과 RPM 올리기를 반복해줍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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엔진 온도가 충분히 올라가서 냉각수가 끓기 시작했습니다.

기포도 나오지 않고 이제 에어 빼기를 그만할 시간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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funnel과 함께 온 마개로 funnel을 막은 후 라디에이터에서 떼어내면 잔여물이 흐르지 않습니다.

funnel에 들어있는 냉각수는 예비 탱크(reservoir tank)에 부어준 후, max 라인까지 냉각수를 추가로 부어줍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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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잘 보이지 않겠지만 max 라인까지 부어주었습니다.)

 

20마일정도 테스트드라이브 하고 왔는데 문제 없이 잘 작동합니다.

 

이제 카맥스 car care 앱을 열고 자가정비내역을 기록해줍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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소소한 팁입니다만, 이렇게 기록하고 영수증을 올려두면, 추후 차를 판매할 때 구매자가 뽑아보는 carmax 리포트에 자가정비 내역이 함께 기록된다고 합니다.

차 팔때 도움이 되지 않을까요? (물론 이 27년된 고물차에는 해당이 없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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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리고 마무으리로 내부냄새 정화를 위해 Smoke-X도 한샷 뿌려주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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Epilogue

차량 DIY정비라는게 진입장벽이 제법 높은 일중 하나라고 생각합니다.

제가 한 작업이, 차를 좀 아시는 분들에게는 매뉴얼 없이 눈감고도 하실 수 있는 일인 반면.

차를 좋아해도, 직접 손에 기름때 묻혀보지 않은 (저같은) 사람들에게는 숙련도의 문제, 지식의 문제, 도구의 문제가 함께 합쳐져서,

자칫 차를 더 망쳐놓을 수도 있는 일이라는 생각이 듭니다.

혹여나 제 글을 보고 자가 수리 도전이라던가, CL/페북마켓에서 썩차를 가져와서 어떻게 해보겠다는 '용기'를 내시는 것은...

At your own risk로 도전해주시기 바랍니다...^^

(혹여나 오래된 차를 사실 분들은 저처럼 부품검색 해보시고, 수급가능한 차를 사시는게 정신건강에 좋습니다.. 27년된 차를 위해 여전히 정품 부품을 공급해주시는 도요타 회사님께 감사를..!

부품수급 안되는 차 사시면 정크야드 뒤지러 다니는 것도 일이고, 그것도 상태 좋은 부품이라고 보증하기 어렵고..그런 어려움이 있죠)

 

 

그동안 읽어주신 분들 감사드립니다.

일단 5화를 끝으로 27년된 중고차 후기는 시즌 1을 마감하려고 합니다.

계속 글쓸 거리를 만들기 위해 수리를 해야하나 싶은 현자타임도 있고..

일단은 중요한 트러블들은 다 해결을 한듯 해서요..

글을 이어가려면 수리를 몇가지 좀더 완성하고 컨텐츠의 질을 높여서 글을 올렸을텐데..

탈만한 차를 만들었다, 라는 정도에서 일단 매조지해야 겠다는 생각이 문득 들어,

오늘 부품 도착하자마자 부랴부랴 수리부터 했습니다.

다 아는 것들 대단한 작업인 마냥 올려서 스크롤의 수고를 드려 죄송합니다 :p

 

사실 앞으로도 해야 하는, 그리고 하고 싶은 작업들이 아직 많습니다.

히터코어를 바이패스 시켰으니, 겨울철 대비를 위한 난방시공도 해야하고, (전기히터 + 열선)

엔진헤드가스켓 누유가 있는데 이걸 어떻게 할지도 좀 봐야하고,

가속시 특정 RPM/속도에서 올라오는 떨리는 소음(rattling sound)도 해결을 봐야하고.. (이건 아마 배기관 heat shield 변형 문제일 거 같긴 한데..)

카페트도 다시 설치 해야하고.. 내부 냄새도 잡아야 하고.

바램으로는, 서스 네짝 다 갈고 부싱과 링크도 다 갈아주고 싶네요..(이건 임팩렌치가 없어서 장비를 또 사야하는데.. 서스 갈거면 스프링 코일 압축은 제가 못하니 어차피 샵을 가는게 나은가 싶기도 하구요.. 하아...)

 

이걸 다 하려면 밑도 끝도 없겠지요.

그래도, 이 정도만으로도 일단 큰 불평 없이 잘 굴러가 주는 차에게 감사한 마음을 표합니다.

 

오늘 마트 갔는데 비슷한 연식의 nissan 소형 세단이 보여서 옆에 세워놓고 함께 사진을 찍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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옆차에 비하면 제 차는 상태가 너무 좋아서, 참 이렇게 좋은 상태로 있어줘서 고맙다 하는 마음이 들더라구요.

되도록 오랜 시간 함께 할 수 있도록 잘 관리하고, 또 종종 업데이트 올리겠습니다.

좋은 하루 되세요!